▲ 전날 구리와 재대국까지 가서 체력을 많이 소모한 이세돌(오른쪽)이 최종전에서 장쉬를 꺾으며 16강에 진출했다. 복기 장면을 박정환(가운데)이 지켜보고 있다.
최종전은 최상의 시니리오대로 됐다.
한국기사들이 외국선수들을 상대로 한 대국에서 전원 승리를 거둔 것이다.
6일 중국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 특별대국장에서 열린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32강 더블일리미네이션 3회전(최종전)에서 6명이 전날 원성진에 이어 추가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한-중전에서 4판을 모두 승리로 이끄는 등 6승 1패로 본선 32강 진출자 12명 중 7명이 16강에 올랐다.
전기우승자 원성진을 포함해 랭킹 1, 2, 3위 박정환, 이세돌, 최철한 그리고 비씨카드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 우승자 백홍석(랭킹6위)과 강동윤(7위), 신예 파워 안국현까지 7명은 16강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은 자국끼리의 대결에서 승리한 판팅위만 추가로 16강에 진출해 8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나머지 1자리는 일본이 차지.
한중전 4판을 모두 승리로 이끈 것은 그간의 부진에 비춰볼 때 좋은 성적이다. 한국은 예선결승에서 대중국전 1승 7패를 했었다.
이번 본선 접어들어서도 불안한 행보는 계속됐었다. 32강 1회전은 4승 8패로 부진했고, 대회 이틀째까지 오직 원성진만이 16강행을 확정 지었다. 특히 2회전에서 이세돌은 구리와 대국에서 4패빅이 나타나는 바람에 재대국까지 한 후 패해, 체력소모가 최종전에 영향을 미칠까 주위의 우려를 샀었다. 그러나 최종전은 대반전이 됐다.
박정환은 “최종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은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등으로 시작하는 베스트 멤버(안국현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랭킹 10위권이다)들이어서 이 정도면 잘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 90후 세대 기사는 그 수도 많고 뛰어나다. 우리는 일단 90후 세대 기사의 수가 적고 프로가 된 후 연구 방식이 중국보다 덜 체계적이다. 한국기사들도 연구실을 다니긴 하지만 늘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고 하긴 어렵다”며 한국 바둑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오늘 바둑은 상대 최정 2단이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기사여서 부담이 좀 됐지만 초반에 잘 풀려 이길 수 있었다. 남은 일정에서 중국기사 특히 구리 9단과 맞붙고 싶다. 이겨본 적이 없는 기사다.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했다.
최철한은 “나도 우승 공약이 있다. 실은 황소 멤버들(박영훈, 원성진)과 함께 바둑대상시상식에서 춤을 춰볼까 했다가 아내 윤지희 3단과 하는 것으로 생각해 뒀다. 물론 우승하면 말이다”라며 “프로기사를 아내로 맞아 좋다. 바둑을 서로 이해하니까 좋다. 베이징에 와서도 계속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면서 바둑 이야기도 한다. 삼성화재배에선 4강에 오르겠다”라고 소박하게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랭킹 25위 안국현이 중국랭킹 2위 씨에허를 꺾은 것은 화제였다. 안국현은 초반 아주 불리했으나 하변에서 씨에허가 악수 교환한 것을 눈치채고 추격을 시작, 중앙 대마를 잡으면서 승리를 거뒀다. 국후 안국현은 “16강에 진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데 상대가 씨에허 9단 같은 강자라서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리와 16강에서 만나게 된 데 대해선 “세계대회 우승을 많이 해 보신 구리 선배님께서 후배에게 한판 양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프로기사 아내를 두어 참 좋습니다"(최철한), "금전관리는 누가 하시나요?"(취재진) "오늘 같이 좋은 날 그런 슬픈 질문을~ ^-^"(최철한).
백홍석은 당이페이와 눈터지는 계가바둑까지 가서 반집승을 일구었으며, 강동윤은 역전승을 거뒀다. 국후 강동윤은 “중반에 내가 당할 곳이 많아 괴로웠다. 장웨이지에 9단이 중앙 방면에서 소극적이었고, 또 후반에 실수를 해준 덕분에 바둑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환-최정의 한-한전은 박정환이 초반 우세를 바탕으로 승리했고, 이세돌과 장쉬의 한-일전은 이세돌이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면서 승리. 한편 일본은 시니어조에서 본선으로 올라온 노장 고마츠 히데키가 중국 여류 루이나이웨이를 꺾고 일본기사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중국은 비록 최종전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하지만 하루 전 2승으로 진출한 기사 중 상위랭커와 뛰어난 기량의 신예들이 많아 16강전은 한국과 중국의 격전이 될 전망이다.
16강 대진은 고마츠 히데키(일) vs 판팅위(중), 안국현 vs 구리(중), 백홍석 vs 천야오예(중), 강동윤 vs 스위에(중), 원성진 vs 퉈지아시(중), 최철한 vs 미위팅(중), 박정환 vs 종원징(중), 이세돌 vs 리친청(중)으로 짜였다. 16강전과 8강전은 오는 약 한 달 뒤인 10월 9월, 11일 삼성화재 대전유성연수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 삼성화재배 각국 본선 출전 기사 명단
-한국(12명) : 원성진 9단, 나현 2단(이상 전기시드), 박정환, 이세돌, 최철한, 백홍석 9단(이상 국가시드), 강동윤 9단, 진시영 5단, 한웅규 4단, 안국현 3단(이상 일반조), 유창혁 9단(시니어조), 최정(여자조)
-중국(17명) : 구리, 천야오예 9단(이상 전기시드), 장웨이지에 9단, 당이페이 4단(이상 국가시드), 씨에허 9단, 스위에, 종윈징, 펑리야오 5단, 저우허시 4단, 퉈자시, 판팅위, 미위팅, 탕웨이싱, 리밍 3단, 리친청 2단(이상 일반조), 루이나이웨이 9단(여자조), 녜웨이핑 9단(와일드카드)
-일본(3명) : 장쉬 9단, 세토 다이키 7단(이상 국가시드), 고마츠 히데키 9단(시니어조)
○● 대회 일정 및 장소
- 본선 1차전(32강 더블일리미네이션 1,2,3회전) : 9월 4일, 5일, 6일
- 본선 16강, 8강 : 10월 9일, 11일 삼성화재 대전유성연수원
- 준결승 3번기 : 11월 12일, 14일, 15일 삼성화재 대전유성연수원
- 결승 3번기 : 12월 11일∼13일 미정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총상금규모는 8억원, 우승상금은 3억원이며 제한시간으로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를 준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는 원성진 9단이 중국의 구리 9단에게 2-1로 승리하며 생애 첫 세계제패의 꿈을 이룬 바 있다.
▲ "이긴 상대가 씨에허 9단이라서 더욱 기분 좋습니다."화제의 기사 안국현.
▲ 한국 검토진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강동윤. 최종전에서 강동윤은 1회전에서 1패를 안겼던 상대 장웨이지에를 맞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 박정환 "중국 90후 세대 기사는 일단 수가 많죠".
▲ 막강한 중국 90후 세대 기사들. 판팅위(왼쪽부터), 리친청, 미위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