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바둑은 사람 숫자로 두는게 아니라는 거죠. 조조의 백만대군 사이를 휩쓸고 다니는 조자룡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일당백이네요"- 이현욱 7단이 대국실 해설중에
종반 마지막 초읽기 속에서 심각하게 바둑판을 내려다보던 후야오위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인내를 거듭하며 견고하게 자신의 바둑을 지켰던 후야오위.
자존심때문이었을까? 딱 두 집만내고 살아도 미세하게 유리한 형세에서 돌연 반발하며 백홍석에게 한번 기회를 주었고, 바둑은 그것으로 역전이었다.
백홍석의 뒷심이 대단해졌다. 16강부터 극적인 역전승의 연속이다.16강에서 니우위티엔 7단에 역전 반집승.
8강전도 저우루이양 5단에 1.5집 차이로 역전승, 준결승도 한번의 기회를 잘 살린 대역전극이었다.
9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제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준결승에서 백홍석 9단이 후야오위 8단을 상대로 200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16강전까지 중국에 3 대 13으로 열세를 보인 것도 이제 백홍석의 건재로 1대1, 박빙의 승부가 되었다.
백홍석 9단은 "이겨서 기분이 좋다. 난전으로 이끌려고 초반 포석을 준비해왔지만 재미를 못 봤다. 종반은 져 있어서 필사적으로 잡으러 갈 수 밖에 없었다. 경솔했던 행마가 있어 바둑 내용은 마음에 안 차지만 이겼고, 다음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다."고 국후 감상을 밝혔다.
2006년 제11회 삼성화재배 4강 이후 6년 만에 본격 세계대회 4강에 올랐던 백홍석 9단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선수들에게 3연속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바둑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백9단은 지난해 미니 세계기전인 제23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에서 준우승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바 있지만 비씨카드배에서는 2009년 제1회 대회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4강전 승리로 백9단은 공식 세계기전에서 중국 선수들과 30번 만나 19승 11패를 기록하게 됐다.
10일도 오후 1시부터 박문요와 당이페이의 4강이 열린다. 백홍석 9단은 다음 결승상대에 대해 "누구라도 상관없다. 세계대회 첫 결승이지만, 재미있는 바둑을 두고싶다. 결승전까지는 체력을 보강하고, 컨디션도 조절하며 지금의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임전소감을 남겼다.
결승5번기에 앞서 11일 오후 5시부터 웨스틴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며 12일부터 17일까지 결승5번기를 통해 네 번째 비씨카드배 우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결승1,2국은 5월 12,13일(토, 일)에 열리고, 하루 휴식을 가진 후 결승3국부터는 15,16,17일(화,수,목)에 벌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총상금 약 8억 3천만원)을 자랑하는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세계 최초의 컷오프 상금제 대회를 도입했으며 국내외 프로, 아마추어 등 모든 바둑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전면적 오픈제 방식을 채택한 세계대회다. 제한시간으로 각자 2시간에 초읽기 60초 3회를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