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강 마지막 대국. 한동안 잊혔나 싶었던 후야오위 8단(오른쪽)이 중국랭킹 1위 씨에허 9단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에서 만날 상대는 한국 선수 중 홀로 생존한 백홍석 9단이다.
왕년의 세계대회 단골멤버 후야오위 8단이 현 중국랭킹 1위 씨에허 9단을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후야오위 8단은 한국 유일의 4강 진출자 백홍석 9단과 오는 5월 9일 격돌하게 됐다.
17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8강전에서 후야오위 8단이 씨에허 9단에게 203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팬들에게 잊혔나 싶었던 후야오위 8단의 저력은 대단했다. 한걸음 한걸음 한발짝 한발짝 느릿하고 밋밋하게 그것도 장고하면서 행마하는데 빈틈이 없었다. 그것은 상대 씨에허 9단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진감으로 따지자면 빵점짜리지만 승부사의 진지함으로는 훌륭했다. 전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흘러가던 바둑은 후반 중에서도 종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점까지 가서야 ‘갈등’이 생겨났다. 씨에허 9단이 흑의 우변 보가를 눈뜨고 쳐다보기만 하면서 극히 미세한 형세였는데 후야오위 8단이 정교한 끝내기 맥점을 연달아 터뜨리면서 아주 약간씩 앞서나갔다. 그 차이가 미세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앞서간 후야오위 8단이 정확하게 승리했다.
이 바둑을 바둑TV에서 해설한 목진석 9단은 “씨에허 7단의 패배 원인은 단순하다. 우변에 쳐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유히 두고도 극히 미세했다니 놀랍기만 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후야오위 8단은 국후“이긴 것은 행운이다. 초반 형세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우중앙 날일자의 대세점을 씨에허 9단이 생략했는데 그곳을 역으로 민 순간부터 풀렸다고 봤다. 다음 4강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다. 상대 백홍석 9단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LG배 결승에서 대만의 저우쥔쉰 9단에게 패해 뼈아픈 준우승을 한 뒤 국제무대 활약이 저조해졌고 이젠 다음 세대에 의해 완전히 떠밀려 것이 아닌가 싶었던 후야오위 8단은 이번 대회에서 예전의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강전에서는 중국이 주목하는 대형 신예 미위팅을 따돌렸고, 8강전에서 중국랭킹1위를 씨에허를 제쳤다.
4강전에 임하는 백홍석 9단으로선 씨에허 9단을 넘어서는 정교함을 보여주고 있는 후야오위 8단을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강전이 모두 끝나고 4강 대진은 박문요 9단 vs 당이페이 4단, 백홍석 9단 vs 후야오위 8단으로 짜였다. 중국세가 강렬했지만 이변이 많아 중국랭킹 공동1위 씨에허 9단 탄샤오 5단을 비롯해 세계대회 우승경험이 풍부한 구리 9단, 콩지에 9단이 이미 탈락했다.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세계 최초의 컷오프 상금제 대회를 도입했으며 국내외 프로, 아마추어 등 모든 바둑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전면적 오픈제 방식을 채택한 세계대회다. 제한시간으로 각자 2시간에 초읽기 60초 3회를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