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이 중국 스위에를 맞아 어려운 형세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이창호도 딩웨이를 꺾으면서 순항했다.
이세돌과 이창호가 살았으나 전체 전력엔 ‘출혈’이 크다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 특설대국장에서 제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64강전이 벌어졌다.
한국은 15명, 중국 15명, 일본 2명이 32강 땅을 밟았다. 주목을 끌었던 한-중전은 19판이 벌어졌는데 한국은 7승 12패에 그쳐 열세를 보였다.
일본은 64강전에 4명이 나왔으나 무라카와 다이스케와 이다 아츠시 2명만이 32강에 오르고 본선시드를 받아 출전했던 야마시타 게이고와 이야마 유타는 탈락했다.
대만은 전멸했다. 본선시드를 받았던 대만일인자 천스위엔은 중국 천야오예에게 패했고, 대만 선수 중 유일하게 통합예선을 통과한 샤오정하오는 저우루이양에게 막혔다.
■ 양이 거뜬… 한국 상위랭커들 다소 출혈
이세돌과 이창호는 순항했지만 한국랭킹 10권 안팎의 적지 않은 기사들이 탈락했다.
이세돌은 중국 강호 스위에를 맞아 고전 끝에 역전승했고 이창호는 중앙에서 중국 딩웨이의 대마를 잡으며 승리했다.
박정환(2위), 최철한(3위), 조한승(7위), 윤준상(12위) 등은 각각 미위팅, 류싱, 니우위티엔, 장웨이지에 등 중국기사들에게 패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박정환이 16세 소년 미위팅에게 꺾인 것은 큰 손실이다. 미위팅은 갑조리그에서 구리 콩지에 등 정상급기사들을 격파하던 기사로 약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원성진(4위), 김지석(6위), 허영호(11위), 박영훈(8위), 백홍석(14위)은 각각 퉈지아시, 한웅규, 한태희, 리허, 김기원을 제압하고 32강에 진출했다.
■ 김승준ㆍ온소진 중견(?)의 활약
39살의 김승준은 중국 최연소 입단 기록(9세 9개월)을 갖고 있는 양딩신(14)에게 승리했고 온소진은 중국의 ‘비밀병기’ 구링이를 격파했다. 김승준의 승리는 전력차와 나이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화제가 됐다.
대국장을 걸어나와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김승준은 “상대는 알아주는 강자이고…그저 나는 겸허하게 뒀다. 그런데 초반에 삭감에 성공하고 나니까 나한테 판이 기울었다. 양딩신의 추격이 강렬하긴 했지만 양딩신의 초반 실점이 컸다”며 “다음 상대는 씨에허다. 내 나이가 있긴 하지만 미리 포기하진 않는다. ‘한번 해보고’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 각광받는 와일드카드 막내들 아쉬운 패퇴…여자는 사라지다
한국 현역최연소기사 이동훈과 여자 최연소 최정은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동훈은 한국끼리의 대결에서 박진솔에게 졌으며 최정은 중국 후야오위에게 패했다.
한편 한ㆍ중을 막론하고 여자기사는 모두 사라졌다. 김미리는 중국 신예 판팅위에게, 리허는 박영훈에게 졌다.
■ 나현, 행운의 반칙승
지난해 LG배에 8강전에서 중국 정상급 기사 콩지에를 물리치며 주목 받았던 기사 나현. 이번 비씨카드배 본선 64강전에 올랐는데, 운까지 따라주고 있다. 강력한 상대 중국의 리친청(96년생)에게 반칙승을 거둔 것.
때는 후반으로 막 접어드는 시점. 나현이 우세해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는데, 리친청이 돌 한점에 단수를 치더니 연속동작으로 바로 들어냈다. 프로 바둑에선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중국의 각광받는 신예 기사에게서 나온 것은 신기할 정도다.
나현 초단은 “리친청의 반칙이 아니었어도 형세가 좋아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기는 하다. 그래도 상대가 반칙을 하는 바람에 확실히 끝나버렸다는 게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일 것이다.”라며 “다음 상대 장웨이지에는 세계대회 우승자다. 그 때문에 나로선 부담이 없다. 32강 진출까지 어려운 고비를 잘 헤쳐왔는데, 계속해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 중국 ‘희희낙락’
중국의 분위기는 ‘쾌청’이다.
구리ㆍ콩지에ㆍ천야오예로 이어지는 전통의 강자들 라인에 자국랭킹 공동1위 씨에허ㆍ탄샤오가 고스란히 살아 남았고 장웨이지에ㆍ저우루이양ㆍ박문요ㆍ멍타이링ㆍ후야오위 등 . 세계대회를 우승해봤거나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32강에 진출했다. 한마디로 화려하다.
■ 살아나는 일본 신예들, 아마 사라지다
명인ㆍ본인방의 야마시타 게이고와 천원ㆍ십단의 이야마 유타가 더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세계대회에서 충분히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전력들이다. 한데 예상을 깨고 이들은 지고, 대신 신예들 무라카와 다이스케와 이다 아츠시가 승리했다. 야마시타와 이야마는 본선 시드를 받아 출전했고 무라카와와 이다는 예선부터 출발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다.
무라카와는 “성적은 신경도 안 쓴다. 그냥 강자들과 실컷 바둑 둘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더 많이 대국할 기회가 오길 기대한다. (성적을 올려야 계속 더 대국할 텐데?) 하하 결국 성적을 거둬야 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도 관서기원 최우수기사상을 탄 것에 대해선 “꿈에 그리던 목표(최우수기사상)였는데 이뤘다. 이제 그에 합당한 모습을 모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이버오로 뉴스를 자주 본다. 일본 뉴스는 진지한 데 반해 한국 사이버오로 뉴스는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즐겨 보는 편이다. 언어장벽은 웹번역서비스를 이용해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이다는 “강한 상대뿐이다 보니 승리에 대한 부담이 없고 내가 구현하고 싶은 바둑이 나온다”며 “세계무대에 나오니 일본 국내 바둑에 비해 전투가 더 격렬하다. 내 기풍도 격렬해 딱 좋다. 무라카와도 전투를 즐기는 타입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아마추어 중에 홀로 남아 진군하던 문병권은 콩지에를 맞아 선전했으나 반집패해 아마추어는 64강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본선 32강전은 3월 15일부터 열린다. 5월 12～17일 열리는 결승5번기는 바둑TV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기 대회 결승에서는 한국의 이세돌이 중국의 구리에게 3-2로 승리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세계 최초의 컷오프 상금제 대회를 도입했으며 국내외 프로, 아마추어 등 모든 바둑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전면적 오픈제 방식을 채택한 세계대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