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생의 일본 원로기사 이시이 구니오 9단은 가슴에 꽃을 달고 이번 24회 후지쯔배 본선입회를 맡았다. 이 대회에 자신의 애제자 이야마 유타 9단도 출전했다. 호랑이를 키운 스승 이시이 9단 자신도 2001년 14회 후지쯔배 본선1회전에서 이창호 9단을 상대로 219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바 있다. 일본 주최의 후지쯔배에서 자신의 제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제자 이야마 유타 9단는 10일 벌어진 16판의 대국 중 가장 늦게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치다 승리했다. 천하의 구리 9단을 꺾었다.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뒤처지면서 솥발 같은 형세여야 할 동양 바둑 3개 강국의 균형이 무너진 지는 오래다.
그런 중 이야마 9단은 일본에 새 힘을 불어넣어줄 젊은 동력으로 각광받는 기사다. 이야마 9단은 데뷔 후 일찍 주목 받았다. 20세 4개월로 일본 최연소 명인이 되면서부터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성적을 좀처럼 내지 못해 스승 이시이 9단의 애를 태웠었다.
제자는 지난해부터 세계무대에 새바람을 일으킬 조짐을 보였다. 비록 단체전이었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세돌 9단에게 승리했고 올 초 진포산 한중일 고수 초청전에서 다시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야마 9단에겐 언제나 세계 최정상급 기사들에게 판맛을 못 본 것이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었는데 한꺼풀 벗는 계기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제자가 또 한 번 중국 정상급 기사 구리 9단을 꺾는 모습을 보면서 이시이 9단은 노구를 꼿꼿이 세웠다. 기쁜 게 분명할 텐데 웃는 낯을 절제했다. 기자는 초면인 이시이 9단과 인사를 나누었다.
- 제자 이야마 유타 9단이 중국 정상급 구리 9단에게 승리했다. 축하한다.
“초반부터 바둑이 어려워 걱정했는데 잘 버텨내주었다. 끈덕지게 잘 추격했다고 본다. 이야마는 이곳 일본기원관서총본부 소속기사인데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잘 살린 것 같다.”
- 이야마 유타 9단은 어떤 제자로 기억되나?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노는 것도 열심히 했고 바둑도 열심히 했다. 놀면서도 바둑을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나와 이야마는 나이 차가 워낙 나는지라 제자에게 화를 내본 적이 없다. 워낙 어리니까 그런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때문인지 이야마는 혹독하게 바둑을 훈련했다기보다는 밝게 바둑을 즐기면서 자랐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야마에게 7접 접바둑부터 시작해 1000판 이상 지도해 주었다. 이 대국들은 온라인 대국으로 이뤄졌다(서로 사는 곳의 거리가 있었음). 한 판당 대국시간은 평균 2시간 정도였다. 나와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바둑을 뒀다면 좀 더 어려워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보니 이야마는 바둑을 일종의 게임처럼 즐겼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제자에게서 어떤 재능을 보았나?
“이야마는 주위에서 침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예전에 이야마가 아함동산배에서 우승할 때 고바야시 사토루 9단과 둔 바둑을 보면서 마치 이창호 9단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 제자의 발전가능성과 바람을 말해 본다면 …
“세계대회에서 일본의 성적이 좋지 않은데 (제자 이야마 유타가) 구리 9단과 같은 강자를 꺾었으니 기세를 타서 잘 전진해 주길 바란다. 진포산 한중일 고수 초청전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도 큰 자산이다. 세계무대에서 일본이 다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일본바둑의 염원이란 걸 이야마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