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사의 바둑은 역시 미세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균형과 타협의 바둑을 추구하는 허영호 8단과 비슷한 스타일 중국 종원징 5단의 대국은 조심스러운 초ㆍ중반을 지나 눈터지는 종반까지 장장 5시간 40분에 걸쳐 진행됐다.
4월 2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8강전에서 한국 허영호 8단이 중국 종원징 5단에게 283수 만에 백으로 반집승 하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에는 박정환 8단과 이세돌 9단이 선착해 있다. 각각 저우루이양 5단과 천야오예 9단을 꺾었다. 이로써 한국이 4강 네 자리 중 세 자리를 선점하면서 한국 기사 중에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초반은 허 8단이 불리했다. 흑을 든 종원징 5단이 좌변 백 진영에 고립된 흑을 깔끔하게 수습했고 확정가로 앞섰다. 하지만 중반 들어 허 8단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상변에 과감히 침투해 흑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고부터는 한결 두기가 편해져 승리가 백에게 접근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한데 바둑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허 8단 못지 않은 끝내기 솜씨를 지닌 종원징 5단도 집중력을 되찾으면서 실리에서 흑이 다시 우세해졌고 형세는 극히 미세해졌다. 사이버오로, 야후바둑 대국실에서 해설하던 홍성지 8단이 “흑이 약간 우세하지만 너무 미세해 선뜻 누구의 우세를 말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였다.
어떻게 변화가 결말을 맺을지 어려운 모양이 많아 승부는 종국 직전에야 윤곽이 드러났다. 반집승이나 아니면 패배냐를 결정짓느냐를 가르는 패가 있었지만 팻감이 백이 앞서는 덕에 허 8단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
다음날 3일엔 4강전 마지막 경기 구리-김지석 전이 벌어진다. 사이버오로, 야후바둑 대국실에서는 김주호 9단의 해설과 함께 이 대국을 생중계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오로바둑앱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컷오프 상금제를 도입한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3억원(총 상금 약 8억 3천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 1분 3회를 준다. 대망의 결승전은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5번기로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