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이 본선 32강에서 탈락하며 BC카드배에서 노렸던 무관탈출의 희망이 무산되고 말았다.
2월20일 오후 1시,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32강전에서 김주호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173수 흑불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했다.
본선대국에서 결승전까지의 진행을 4월말까짐 마치는 비씨카드배는 이창호 9단이 무관의 서러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상반기 마지막 기회였다. 국내외기전 결승은 대부분 연말에 몰려있고 4월 열리는 후지쯔배도 제24회 대회부터는 10일만에 우승자가 결정되는 초스피드 기전으로 변모했지만 아쉽게도 이창호 9단이 선발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주최사 시드로 출전해 64강에서 펑첸을 꺾고 32강에 오른 이창호 9단의 상대는 역대전적 5전5승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왔던 김주호 9단이었다. 대국은 중반이 어려웠지만 두터움을 앞세워 계가로 이끄는 전형적인 '이창호의 바둑'으로 미세하나마 백이 한발 앞선 형세였다.
하지만 좌변접전에서 약간 당하며 추격을 허용한 이창호 9단은 초읽기에 들어가자 극심하게 흔들렸다. 종반 백대마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 손해를 보자 계가로 가는 진행을 포기하고 과감히 패를 걸어 하변을 접수하고 사활에 승부를 걸었지만 대마를 살릴 묘수는 없었다.(173수, 흑불계승)
32강에서 이창호 9단에 승리한 김주호 9단(명지대 4)은 같은 H조인 김지석 7단과 16강전이 예정되었다. 남은 32강전은 25일(금)부터 박승화-천스위엔, 이영구-온소진 대국을 시작으로 4일 동안 진행된다.
승자인터뷰/ 김주호 9단
손에 땀을 쥐게하는 난전이었다. 언제 이겼다고 느꼈나?
-마지막까지도 대마사활을 확신하지 못했다. 백이 죽었다고 마지막으로 확인했을때 이겼다고 생각했다.
패싸움와중에 백이 상변대마에서 놔두고 하변으로 착점했을때 어떤 느낌이었나?
-백대마를 공격하면서 이득을 봐서 하변을 두면 집으로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대마에 손을 빼 상당히 당황했다.
상대전적이 5전5패였는데 부담이 없었나?
-올초에 휴학하고 군입대를 생각하고 있어서 부담없이 두었다. 이창호 사범님이 더 부담을 가진 것 같다.
GS칼택스배와 BC카드배에서 연승행진이 무섭다. 목표는?
-별다른 목표를 두고 있지는 않고 바로 앞에 다가오는 한판에서 이기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16강 상대가 김지석 7단인데 어떤가?
-김지석 7단과는 친하기도 하고 대국도 많이 두었다. 오늘처럼 부담없이 두겠다.
●이하 속보기사 모음○
최근 10국 전적이 9승1패로 상승세인 김주호 9단에게도 2003년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에 이후 8년만에 찾아온 세계대회 본선대국이다. 16강을 향한 길목에서 만난 두 대국자는 오후 1시 김수장 9단의 대국개시 선언과 함께 돌뚜껑을 열었다.
이창호 9단이 자리에 앉아 백돌을 한 움큼 쥐었고 김주호 9단은 흑돌 한 개를 내려놓았다. 홀수가 나와 흑을 잡게 된 김주호 9단이 곧 우상의 화점에 착점하며 대국이 시작됐다.
이창호 9단은 백으로 양화점을 차지했고 김주호 9단은 낮은 중국식 포석에 이어 백의 다가옴에 한칸으로 우변을 지키며 서로 진형을 구축하며 빠른 초반진행을 보이고 있다. 43수가 진행되었지만 아직 별다른 전투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71수 진행 - 형세는 안개속
흑이 백대마의 연결을 차단했다. 김주호 9단은 중앙 삭감을 들어온 백 일단을 위협해 도처에 있는 흑의 엶음을 보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앙의 흑이 두터워지면 하변 백 석점이 자칫 위태로워 질 수도 있어 이창호 9단의 행마도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상변에 백한점을 붙여가며 응수를 물어보자 흑은 강하게 반발했다. 집으로 약간 손해를 보며 백대마의 안형을 없앤 수이지만 사활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제한시간은 두 대국자 모두 1시간을 조금 넘기며 비슷하게 사용했다. 김주호 9단이 약간 적극적인 행마를 보여주며 주도권을 잡고는 있지만 아직 형세는 안개 속에 있다.
92수 진행 - 바꿔치기
이창호 9단이 마늘모 붙임으로 좌상귀를 보강하고 중앙 흑 한점을 단수 치며 중앙 백대마를 안정시켰다. 김주호 9단이 두텁게 좌변을 막으며 상변과 하변의 맛을 노린 순간 이창호 9단이 패를 걸어 오히려 반격을 시도했다.백은 좌변을 두텁게 접수했고 흑은 하변에 두수를 두었다. 집부족증에 직면한 흑은 하변을 모두 접수해야 어느정도 수지타산이 맞는 모습이라 백이 재미있는 국면이 되었다.
120수 진행 - 어려운 변화, 형세는 다시 미궁으로
좌변접전에서 흑이 백진을 파고 들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중앙의 흑대마가 불안정해지긴 했지만 흑은 하변으로 다시 손을 돌리며 실리로 바짝 추격한 모습이다. 중앙에 얽혀있는 흑백 대마가 모두 미생인 모습이라 확정가로 형세를 말하기는 어려워졌다.중반전은 서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난해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155수 진행 - 위기의 이창호, 묘수가 있을까?
초읽기에서 이창호 9단이 흔들리고 있다. 흑은 대마를 안정시켰고 우상귀 접전에서 강경하게 대응해 백대마가 오히려 곤경에 처했다. 사는 수는 있었지만 흑이 기분좋은 흐름이라고 느꼈는지 이창호 9단은 패를 통해 하변을 접수하고 대마의 생사에 승부를 걸었다.
바둑TV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백대마가 사는 수가 없다면 무조건 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173수 흑불계승
김주호 9단 16강 진출, 이창호 9단 본선탈락!
세계 최초의 컷오프 상금제를 도입한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의 우승상금은 3억원(총 상금 약 8억 3천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 1분 3회가 주어진다. 대망의 결승전은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5번기로 펼쳐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