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산'이라 일컬어지는 궁륭산은 박지은을 선택했다.
9월 14일 중국 쑤저우(蘇州) 궁륭산 망호루에서 열린 제1회 쑤저우 궁륭산·병성(兵聖)배세계여자바둑대회에 4라운드(결승)에서 박지은 9단이 183수 끝에 헤이쟈쟈 초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초대 바둑퀸 자리에 올랐다. 이번 대회 상금 20만 위엔은 저녁 만찬장에서 두툼한 봉투에 넣어진 것을 직접 전해 받았다.
어제 모두 패해 탈락한 중국여자기사들이 철수해 약간 한산한 검토실을 예상한 것은 오산이었다. 오히려 TV방송국과 일반인들이 몰려 평소처럼 노트북 놓을 자리를 찾기위해 경쟁을 해야했다.
대국내용은 초반부터 만만치 않았다.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시점에 헤이쟈쟈가 갑자기 자신의 대마를 헌납하자 검토실은 일순간 시끄러워지며 모든 카메라가 대국실 앞을 향해 달려갔다.
대국을 마친 박지은 9단의 얼굴은 진이 빠진 헬쓱한 모습이었다. 함께 검토실 2층의 조용한 공간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단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 복기를 마친 후 망호루에서 앞에서
"헤이쟈쟈의 나이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부담은 없었어요. 바둑은 초반에 하변에서 백을 두텁게 해주는 바람에 포석에서 제가 따라가는 바둑이 되었는데 나쁘더라도 한 번의 기회는 올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상대가 초읽기에 몰린 것도 있었고..후반에 실수를 많이 해줘서 다행히 이길 수 있었어요. "
이번 대회에 임한 각오가 있었다면?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우승은 기대를 안했고 일단 결승전 가는게 목표였어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오기 전 한국에서 휴식을 많이 취했습니다."
바둑에 올인하는 생활은 요즘도 계속하는지?
"근래는 조금만 공부해도 머리에 열이 올라서 한의원에 다니는 중이에요. 혈액순환이 문제인 것 같은데 이번 대회는 그나마 한 시간짜리 바둑이라 버틸 수 있었어요."
밑에서 실력있는 기사들이 치고 올라올텐데 언제까지 정상에 있을 것 같은가?
"아직 정상이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요?(웃음)지금 성적을 유지할려면 우선 몸관리부터 해야할 것 같아요."
한국 바둑팬들에게 한마디해 주시죠.
"한결같이 응원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또 절 위해 애써주시는 한의원 원장님께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궁륭산에서 대국한 소감은?
"공기도 맑았고 무엇보다 평소처럼 답답한 환경은 아니어서 좋았어요. 중국에는 이제 자주 와서 음식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결승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문 헤이쟈쟈 초단은 복기시에 약간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평소의 밝은 웃음을 되찾고 사인요청을 받아주다가 함께 온 어머니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만찬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의 바둑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다.모든게 단점이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다만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둘 뿐이다. 바둑을 두는 것 자체가 즐겁다. 모든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지더라도 이긴판보다 내 단점을 더 잘 알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승패는 상관하지 않는다." 고 답했다.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1회 궁륭산·병성(兵聖)배세계여자바둑선수권은 3라운드 단판토너먼트로 우승자에게는 20만위안(한화 약 3천6백만원), 준우승자에게는 8만위안(한화 약 14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결승전 첫 착점. 박지은 9단은 이번대회에서 4번 모두 흑을 잡고 대국했다.
▲헤이쟈쟈의 평정심도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앞에서는 무너졌다. 이에 반해 박지은은 9단은 "자신의 바둑을 두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관록의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복기에는 윤성현 9단도 함께 참여했다.
▲만찬장에서 축하의 건배를 받으며
▲준우승한 헤이쟈쟈 초단
▲20만위안(한화 약 3천6백만원)의 상금보드판을 들고 류스밍 중국기원 원장과 기념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