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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초반부터 줄줄이 탈락한다. 구리ㆍ창하오 등 초호화 군단의 중국은 인산인해를 자랑하고 일본도 간간히 중국 장수들을 무찌르며 살아 남는다.

한국은 남은 기사라곤 이창호 한 명. 절체절명의 순간. 기대해보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이창호 9단 한 명의 어깨 위에 많은 짐이 얹혀지고 보는 이들의 심정도 안타까웠다. 이젠 익숙한 풍경들이다.

농심신라면배에서 좀처럼 우승을 놓쳐 보지 않은 한국의 화려한 성적의 뒷켠엔 이런 아픈 기억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외로운 영웅 이창호 9단은 그러나 절망이란 단어를 몰랐다.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수록 개인전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초인적이고 거대한 힘이 그에게서 분출되어 나왔다. 중ㆍ일의 초절정 고수들를 볏단 베듯 베어내며 말달렸다. 그러곤 기어이 승리했다. 5명을 모두 이겨야 할 때도 있었다. 6회 대회 때였다. 정상급 기사 5명을 모두 이겨야 한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바로 지난 대회 11회 때도 홀로 남아 3명의 기사를 모두 무찌르고 한국에 우승을 안겼다. 이창호 9단은 철의 수문장이었고 우리들의 바둑 영웅이었다.

다시 그가 대표로 선다. 12년 연속 농심신라면배 한국 대표다. 9회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와 8번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이창호 9단은 이번 12회 예선 3차전에서 박정상 9단에 패해 대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주최측인 농심은 이창호 9단의 수훈을 높이 인정해 이창호 9단을 와일드카드에 지명했다. 이로써 9회 때부터 4회 연속 와일드카드에 선정되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이창호 9단이 합류하면서 한국은 국내 선발전을 통과한 이세돌‧최철한‧목진석 9단과 박승화 4단 등 5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해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을 위해 출격한다. 농심신라면배 본선 1차전은 10월 18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국가대표 5명이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대결하는 농심신라면배는 1회 대회부터 6회 대회까지 한국이 6연패했으며, 7∼9회 대회에서는 일본, 한국, 중국이 우승을 나눠가졌고 10, 11회 대회는 한국이 연속해서 우승했었다. 전기 11회 대회에서는 김지석 6단(당시)의 선두타자 3연승과 이창호 9단의 막판 3연승 수훈으로 한국팀이 대회 아홉 번째 우승을 차지했었다.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주)농심에서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2억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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