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었다. 가족과 함께 늦은 점심읅 먹기 위해서 찾아간 식당에서 우연히 신문을 보게 되었다. 3살난 딸내미는 식당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논다고 정신이 없고 주문한 밥은 나오지도 않고 해서 스포츠 신문이나 볼 요량으로 계산대에 갔더니, 계산대 앞 신문대에는 원하던 스포츠 신문은 없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만 놓여있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뭐라도 읽고 있으면 밥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신문 두개를 모두 들고 자리로 와서 이것저것 뒤적이면서 요즘 말이 되고 있는 기사들을 훌터보며 한마디씩 던지면서 보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다.
미디어에서 얼굴을 본듯한 신용하 교수가 적은 연재였다. 우리나라 고대 역사에 대해서 사진자료와 함께 글이 있었는데 덤벙덤벙 읽어봐도 대충 하는 이야기의 요지는 알 수 있었다. 가끔 매체에서 접하는 우리나라 고대역사에 대한 기사는 언제나 흥미있게 보는 탓에 오늘도 눈이 갔지만, 대략 훌터본 내용은 뭐 우리나라가 고대에는 중국 상당지역을 지배했다. 이런 내용이었다. 동북공정이 있었는 여파 탓에 이런 기사가 실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과 원래는 이렇게 적지 않았는데 제목만 자극적인 것 같다는 넘겨짚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번 글을 읽었다
그중에 다시 눈에 들어온 내용은 "조선은 ‘아사달(아침 땅·아사는 아침, 달은 산·땅)’의 한자 번역이다."이라는 문구였다. 그쪽 분야의 얄팍한 지식밖에 없는 탓에 한참을 흥미롭게 여겼는데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는 더 황당한 성기관련 어원설이었기에 이 정도면 학문적인 접근이 아닌가하는 내심의 웃음도 있었다. 이왕 모르는 이야기인데 어떤 내용인들 어떠랴. 내 상상에 부채질을 해주니 이 내용 또한 즐겁기만 했다.
다음날, 일요일. 방짜유기박물관에 애기를 데리고 가게 되었다. 얼마전 개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목적한 곳으로 운전해서 가다보니 길에 팻말이 보여서 잠시 들리게 된 것이다. 목적지라고 해봐야 그냥 주말을 가족과 보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에 아마 들린 것도 목적에 속한 것이리라. 아담하게 방짜유기에 대해서 알 수 있게 적은 박물관이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말자 움직일 수 없는 자료를 보게 되었다.
[원재료인 동 및 주석을 16대 4.5(78%대 22%)로 정확히 계근하여 도가니에 넣어 합금 용해 한다. 용해는 제품의 생산량 및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용해작업을 하루 하게 되면 여러 날 사용할 수 있는 바둑이 되는데 이 바둑이는 모든 제품의 기초 성형재료 이기 때문에 밖풍구는 항상 용해작업 준비를 갖추어 놓는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사진 모양을 모니 넓다란 판과 같은 모양이었고 옆에 전시해논 것을 보니 "숟가락바둑"이라는 말도 있었다. 숟가락을 만들기 위한 바둑이라는 설명과 그림과 자료도 있었다. 전체적인 설명을 보니 방짜를 만들기 위한 잉곳(ingot, 괴)를 그렇게 "바둑"이라 부르는 것 같았다.
문득 머리에 스쳐가는 생각이 그렇다면, 이것에서 바둑의 어원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상 사용되지 않는 전문분야이지만 이곳에서는 "바둑"이라는 단어가 어원과 함께 살아있고 일반적인 바둑의 의미는 지금의 바둑만을 지칭하고 말의 어원은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왜 바둑을 바둑이라 부르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둑의 어원설이 여러개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살아있는 증거가 나온다면 그것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혹시, 내가 바둑계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 것이 아닐까?하는 즐거운 상상이 머리를 휘감기 사작했다. 박물관을 나와서도 점심으로 만두와 냉면을 먹는 내내,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리 속에는 그 생각만 가득했다. 집에서 생선에 쌈을 먹으면서도 그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궁리하다보니 인터넷에서 방짜유기에 대한 전문자료를 찾다보면 왜 "바둑"이라 부르는지 쉽지는 않겠지만 그 이유를 찾을 수 는 있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다시 나의 상상은 시작되었다. 모양을 보아하니 평평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서 바둑이라 부르는 것인가? 그렇다면 바둑도 처음에 아무것도 없는 판에서 시작하기때문에 바둑이라 부르는 것이고, 바둑을 두드린다라는 말은 방짜유기를 만든다는 이야기고 바둑을 둔다는 말은 지금의 바둑을 이야기하는 말로 사용되는 것인가? 활용에 따라서 의미가 틀려지는 말인가? 그럼 바둑은 혹시 바닥, 바탕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바둑=바닥 인 것 같다. 배운대로 바닥의 아래아가 변형되어서 바둑이 된 것은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은 점점 깊어만 같다.
이제 저녁도 먹고, 잠에 힘겨워 하던 애기도 꿈나라로 빠져들었고 마음껏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검색사이트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어:바둑 방짜유기
많은 내용들이 검색된다. 방짜유기의 자료 중에 바둑이라는 단어가 많이 포함되어 검색이 된다. 대어를 꿈꾸며 가장 관련 성이 있는 내용을 찾아서 읽는데....
"쇳물을 물판에 부으면 둥글고 넓적한 성형재료가 만들어 지는데 이를 바둑알 모양으로 생겼다하여 바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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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적는 지금 이야기가 끝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두는 바둑이 먼저라니... 어원의 순서가 상상한 것하고 꺼꾸로였습니다. 바둑이 다른 말에 영향을 준 것이었습니다. 하룻동안의 추리, 상상.. 희망이... 단 한편의 글로만 흔적이 되어 남게 되었습니다. 글 잘 적어서 추천과 댓글로 어떻게 연명해보려고 고심, 궁리, 고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나도작가란 코너가 글을 잘 적는 분만 뽑아 놓다보니 매니아광장보다 은근이 경쟁을 유도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야 원래 많은 양으로 좋은 글의 배경을을 까는 것이 전문이다 보니 한편의 수작을 적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바둑의 어원을 밝히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이 글을 제대로 적어서 이곳에 올리면 몇달간은 먹고 살 "추천"과 "꼬릿말"(원래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주식은 추천과 꼬릿말임ㅠㅠ)이 생길 줄 알았는데 일이 이리 되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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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斯文亂賊
술익는향기
굴초
굴초
마음의여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