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동탁 권력을 장악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정대신들과 함께 연회를 베풀어 함께 즐기다가, 문득 ‘지금 열 네살된 황제가 침착하지 못하고, 아홉 살 난 황제의 동생이 훨씬 의젓하고, 황제가 될 만한 그릇이니 이 기회에 차라리 황제를 바꾸는 것이 어떻소" 하고 말을 꺼냈다.

이 말을 듣고 자리에 있던 조정대신들은 동탁의 비위를 거스릴까 봐 두려워 누구하나 말하고 나서는 사람 없이 모두 눈치만 보고 침묵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침묵을 깨고, 정원(丁原)이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감히 신하가 천자를 폐하다니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하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정원도 동탁과 마찬가지로 환관을 주살하기 위하여 하진의 명을 받고 군대를 이끌고 온 장군이었다.

동탁은 크게 노하여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반대하는 정원을 죽이려 했다. 동탁이 보니 정원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정원을 옆에서 여포가 정원을 호위하고 있는데 보기에 우람하고 무예가 보통이 아니게 보였다.

동탁은 그런 여포가 칼집에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는 분한 마음을 접고 자신의 성질을 참았다.

여포가 지키고 있는 한 정원과 정면으로 맞서 보았자 이길 것 같지 않았다.

동탁은 자기 뜻대로 권력을 행사하던 중 뜻밖에 정원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동탁은 한편으로 정원이 괘씸하고, 자기 마음데로 권력을 행사하는데 방해가 되는 정원을 어떻게 제거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돌연 밖이 소란해지며, 군사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밖에 “정원의 군사들이 공격해 왔습니다”라고 급보를 전했다.

동탁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 바로 나가서 정원을 한칼에 베어버리겠다고 작정하고, 서둘러 채비를 갖추고 나갔다.

한편으로는 정원의 맹랑함과 겁 없음에 혀를 찼다. 나가서 싸움의 형세를 살펴보니 정원의 오른팔 심복이자 수양아들인 여포가 앞에서 정원의 군대를 지휘하며, 비호처럼 동탁의 군사를 치고 들어왔다.

여포는 천하제일의 검술을 뽐내며 당당하고 위협적인 자세로 공격하니 동탁의 군사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들어 일순간에 삼십리 밖으로 쫓겨 갔다.

동탁은 하루 만에 정원과 여포에게 싸움에 패하자 한편으로 수치스럽고 자신의 처지가 우습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여포의 뛰어난 무술에 대한 경악으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정원과 여포에게 어렵게 잡았던 권력을 빼앗겨 자신의 야망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슬그머니 불안감에 빠졌다.

어떻게든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신의 모사 이유와 부하 장수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그때 동탁의 마음을 알아차린 장군 이숙이 동탁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포와 저는 같은 고향사람으로 제가 여포의 타고난 성격이나 그 사람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포는 절개가 없으며 물욕이 많아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성격으로 이(利)에만 눈이 멀어 의(義)는 가벼이 여기는 자이니, 황금과 지금 타고 다니는 천리마를 주시면 쉽게 마음이 돌아서 정원을 배신하고 우리 편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동탁은 욕심이 많은 사람으로 말에 대한 애착이 강했는데, 특히 자신이 타는 천리마를 여포에게 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망설이고 있자 이숙이 말 하였다.

“큰 것을 위하여 적은 것은 버리는 것이 좋지요. 만약 적은 것을 탐하고 지키려 한다면, 적은 것은 물론 큰 것도 다 잃을 수 있습니다”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동탁은 많은 황금과 자신이 타던 천리마를 끌어내어 은밀히 여포에게 전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