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어느 분께서 쓰신 “3불 정책 – 기여입학제” 글을 잘 읽었습니다.

천차만별의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견해가 항상 나와 같을 수 없다고 치부해 넘어가려다 글 쓰신 분의 논리와 밑에 달린 댓글을 보고서 그냥 지나가면 안되겠다 싶어 글을 올립니다.

댓글 중에 어느 분께서 3불 정책은 폐지되어야 하나 기여입학제는 아직 시기 상조라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시네요. 그 분이 잠시 착각을 하신 듯한데 3불 정책의 근간은 기여입학제의 금지입니다.

3불이 뭘까요?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의 절대 금지입니다.

고교등급제의 금지는 학교를 서열을 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서열이 정해지면 학교간 경쟁이 치열해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옛날 일류고 병이 되살아나 위화감이 심화될 것입니다. 본고사 폐지는 학교 교육을 충실히 하고 사교육의 조장을 막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셀러리맨들의 월급이 적다고도 하고 많다고도 합니다. 전자는 받는 월급쟁이 입장에서의 주장이고 후자는 주는 기업의 입장에서 노동생산성과 선진국과의 상대비교를 해보면 많다고 합니다. 노동생산성 운운은 동의 하지는 않지만 기업입장에서의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빼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가정입니다. 교육비입니다. 선진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만큼 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아마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월급의 50%까지 교육비로 나갑니다.

사교육에 대한 점증하는 지출을 줄이는 것은 이미 개개 가정의 손을 떠났습니다. 정부에서 앞장서 사교육의 조장을 막지 않고서는, 해가 바뀌면 당연히 인상되어야 한다는 우리 특유의 월급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기여입학제의 절대금지는 부모의 사회 경제적 능력에 따라 자식의 대학 입학을 결정짓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기회균등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점은 그것을 허용하게 되면 빈곤층과 부유층의 위화감이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 입니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이면서도, 제대로 된 자본주의가 아닌 소위 천민 자본주의로 빠져 있어 그런지 <부자> <기업>하면, 때려 잡을 대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세금 많이 내는 애국자들인데 말이다.”

제대로 된 자본주의는 무엇이고 우리나라가 빠져 있는 천민자본주의는 뭔가요? 부자라고 누가 때려 잡을 대상이라 치부했습니까? 세금만 많이 내면 애국인가요? 능력이 안되어서 밑 바닥에서 하루하루 연명하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애국과 거리가 먼 것일까요?

“기여 입학제를 하면 솔직히 많은 사람들 기분 나쁘다.”

말씀하신 “기분 나쁜 많은 사람들”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들을 말씀하신 것이라면 뭔가 논지를 잘 못 짚고 계십니다. 이는 기분이 나쁘고 좋고의 문제가 아님니다. 사실 기분만 나쁘다는 것으로 끝나 버린다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기분 나쁨의 가장 큰 이유도 그들의 부가 정당한 부가 아니라는 점 일 텐데”

기여입학제를 할 만한 경제적 위치에 있는 분들의 부가 정당하지 않다고 누가 주장하나요? 본질은 그 분들의 부가 정당하던 그러하지 않던 그것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여 정원의 5%를 4년 등록금의 10배를 받아 입학 시킨다면 정원의 50%에게 전액 장학금 또는 전원에게 50% 장학금 지급이 가능해지는 것이 아닌가”

이는 결과만 좋다면 방법은 어떠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돈이 많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손 쉽게 소위 명문대라는 곳을 입학함으로 오는 사회적 위화감입니다.

아니 더 큰 문제는 한창 순수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금전 만능주의 사상을 심어주게 되고 그 아이들이 커서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적에 사회는 더욱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생활이 어려운 대학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참 좋은 정책입니다.그러나 그것은 기여입학에서 나온 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계속해서 우리가 찾아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소실적부터 들어왔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말이 지금까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또 다시 돈으로 못할 일이 없다는 위험한 생각을 청소년들에게 절대로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