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나니,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직원 자르는 일이더라구요.  뭐 결국 약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대부분 같은 신세가 되었지만, 우습게도 제가 제1번 대상이 되었죠. 그리고 다들 그 동안 배운대로 이런 저런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개업을 했죠. 그러나 저는 그 업계 자체에 회의를 느껴 전혀 딴 일을 찾았죠.

물론 제가 평생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그게 너무 안좋던 시기라 보류하고 일단 다른 일을 시작한건데... 십수년간 그 일을 계속하는 불행을 겪고 있죠. 그런데 다시 시작한 것도 너무 장사가 안되고, 애들은 자라 중3, 초6이던 때, 하던 장사는 집사람에게 맡기고 독립하고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죠. 학원 두 달 다니고 가게에 앉아 공부하다가 한 달 앞두고 특강 몇 번 들었죠. 총 7개월 공부했었죠.

그 때 생각이 나네요. 3월이었는데 그 때 <아빠는 공인중개사 시험 한번에 붙기, 그리고 큰 애는 중 3이었는데 모 여고(이 곳은 고교 평준화 지역이 아니죠. 그리고 그 학교가 이 동네에서 그래도 제일 명문고죠)에 들어 가기 둘째는 초등학교 1등으로 졸업하기. 그리고 엄마는 뒷바라지 잘하기.> 하고 약속 했었죠. 약속요? 둘째가 약간 못미쳐 2등으로 졸업했고... 그런대로 다 지켰죠.

그리고 개업했는데 왠걸요... 그것도 안되네요. 아니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왔죠. 몇년 나가서 하다가 돈만 까먹고, 다시 원래 가게로 돌아와 가게를 쪼개서 일단 다시 문은 열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역시 제가 업을 잘못 선택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일만 계속이었죠. 부동산 중개업은 정말 제 대명 그대로 정석하곤 맞지 않는 일인듯 하더군요. 감사의 인사는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그게 돈이 되는게 아니니 말이죠. 정말 제 성격하곤 맞지 않는 일인지라 포기하고 나이 먹고도 좀 오래 할 수 있는 또 다른 걸 찾다보니 주택관리사가 있더군요.

시험 과목이 5과목인데, 그 중 어렵다는 민법은 공인 중개사 공부할 때 이미 다 해 놓은 것이고, 과락의 대상이라는 회계는 중학교때 끝낸 거고( 웃기는 얘기 같지만 실제로 중1 때 배운 복식부기와 결산을 포함한 회계로 고교 상업 그냥 먹고, 대학교 회계학과에서도 수강외에 별도로 공부 안하고 A학점을 받고 회사에서도 도사로 통했었죠) 관계법규도 공인중개사 때 어느 정도 해 놓은 셈이었으니, 책은 한질 다 샀지만 문제의 세 축중 하나인 설비쪽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되는 거였죠.

그런데 하다보니 그것도 예전 고등학교 기술 시간에 배운 것도 나오고, 살면서 저절로 배운 뭐 그런 것도 나오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한달 반 정도 공부하고도 정말 훌륭한 점수로 합격했죠.

그런데 막상 취업을 하려하니, 왠걸요 경력자를 주로 뽑고, 신입의 경우엔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에 더하기 알파를 요구하더란 말이죠. 그런데 그 중 제일 많이 원하는게 전기관련 자격증이라, 어쩝니까. 일단 하기로한 것, 전기 자격증을 따기로 맘 먹었죠.

저는 그건 현장일이라 1차는 필기로 하더라도 2차는 현장에서 드라이버, 펜치 들고 뭘 해야 하는줄 알았죠. 그런데 돈을 주고 배울 형편은 안 돼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친구 녀석이 상계직업학교를 소개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작년 말 위장 전입까지 했죠. 서울 사람만 해당되는지라.

그런데 서류 심사에서 밀렸네요. 서울에서 오래 살아야 된답니다. 더구나 올핸 사상 최고의 경쟁률이라 하더군요. 더더구나 전기 분야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경쟁이었죠. 그래도 득은 있었죠. 거기서 만난 사람에게서 전기산업기사란 자격증은 2차 실기도 필답형으로 한다는 정보를 얻은거죠.

산업인력공단 홈에서 조사해 보니, 대졸이면 가능하더라구요. 그런데 1년에 총 4차에 걸쳐 있는 자격 시험중, 전기산업기사는 1, 2, 3차 세 번 있는데, 1차는 이미 접수 시기가 지났더라구요. 어쨌든 어떤건지나 보려고 대학에 다니는 딸 애한테 책을 빌여오라고 했죠. 우와~~ 한 마디로 최악이었죠.  비록 문과 출신이지만 수학, 물리학은 자신 있었는데, 이건 도무지... 그렇다고 월 수십만원씩 주고 학원 다닐 수도 없고. 어쩝니까. 인터넷 뒤지다 보니 무료 강의가 있더군요.

처음 2주 정도는 그냥 들었죠. 그런데 책 없인 안되겠더라구요. 그래 하는 수 없이 몇 만원 주고 책 한질을 샀죠. 나중엔 기출 문제집도 사고요. 그리고 한 달 반 동안 집중했죠. 인터넷 강의 두 번 듣고, 기출 문제를 샅샅이 분석하고-사실 문제 은행에서 많이 출제 되는 그런거 공부하는데는 제 성격과 전공이 많은 도움을 주죠. 늘 문제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버릇이 있어서요.

그리고 1차는 훌륭하게 합격했는데, 문제는 2차인 겁니다. 완전 주관식으로 나오는 것이니, 그야말로 이해 못하고 통째로 못 외면 안 되는 거죠. 1차 합격하고 한 달 남짓 시간이 있었는데, 핑계 같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집중을 못했죠.

결과는 당연히 낙방이었고요. 그 때가 4주전이네요. 그래서 4주전 다른 잡다한 일도 끊고, 바둑도 끊고, 여기 나작방에서 글 쓰는 것도 끊어 버리고 집중했죠. 사실 다른 것도 그랬지만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좀 어려운 점이 있었죠. 그런데 이번엔 나몰라라 하고 그야 말로 책상에 늘어 놓고 집중했죠.

11년치 기출 문제도 다 풀어보고-총 36회분이 되더군요. 버릇대로 요약 정리까지(A4용지 5장) 하는데 딱 3주 걸리더라구요.

마지막 주엔 3일간 어떤 문제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문제 분석까지 해봤죠. 그래서 다시 A4용지 한 장으로 엑기스를 뽑았고요. 또 인터넷에서 예상 문제도 몇 회분 찾아서 풀고요. 그런데 마지막 예상 문제 풀어 본게 정말 약이 됐죠. 5점짜리 한 문제가 나왔는데, 그런 문제는 그 때 처음 본거였거든요. 몰랐으면 손도 못 대는건데, 중요하다 생각해 추가로 정리 했었죠.

그런데 시험장에서 문제를 나눠준 후 페이지수 확인 하라고 할 때 맨 뒷 면을 보니 마지막 문제가 그 문제인 겁니다. 그 문제 바로 위에 제가 엑기스로 정리한 문제가 있고요. 맨 앞쪽도 제가 엑기스로 정리한 게 연속으로 두 문제... 순간적으로 맨 앞 뒤 두쪽을 확인 하면서 4문제 29점은 바로 패스했죠. 중요한 것은 만약 마지막 예상 문제를 못 봤다면 손도 못댈 문제를 첫 눈에 확인하게 되었을 테니 당황했겠죠. 그런데 반대로 쾌재를 부르며 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죠.

시험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대충 점수를 계산해 보니 합격 점수는 충분히 나올 듯 해서 안심은 했는데, 그래도 모르잖습니까. 하루 지난 다음 오늘 인터넷에서 무료 강의 하시는 분과 통화를 했죠. 풀긴 풀었지만 확신 할 수 없었던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물어 보니 거의 모두 맞게 풀었더라구요. 뭐 중간에 나도 모르게 실수를 했다해도 이번엔 충분할 듯 하군요. 그래서 일단은 기분이 매우 상쾌하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게 그리 만만한 시험이 아니거든요. 공인중개사나 주택관리사도 그렇지만 산업기사도 기본적으로 합격률이 10%가 안 되니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어려운 시험 아닌가요? 그 걸 또 비슷한 걸 전공한 것도 아니니까요. 특히 올핸 합격률 최악이라고 같이 시험 본 분들이 떠드시더군요. 여하튼 올핸 지금 하는 체질에 맞지 않는 짓을 집어치우고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일단 첫 장은 잘 넘긴듯 하네요.

참고로 만약 제가 봤던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이 연락 주시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군요. 그동안 정리한 것도 보내 드리고 나름대로의 방법도 알려드리죠.

오늘은 4주간 못 들어온거에 대한 글이었네요. 머릿속에 이런거 저런거 막 떠 오르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모자라네요...이글도 지금 쓰다 말다(다르 것 때문에) 무려 여덟시간에 걸쳐 쓴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