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고 좋아했더니, 며칠 밤낮으로 바지가랑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좋은 것도 한두 번이지 슬그머니 짜증이 밀려옵니다.
비 오는 날 자동차가 쌩하고 지나가면,
촥-! 하는 소리와 함께 바지는 온통 흙탕물 범벅이 됩니다.
비 오는 날 운동화 신기는 또 얼마나 화딱지 나는지요.
헛디뎌서 물웅덩이에 ‘첨벙’ 하고 발을 담구면 하루온종일 찝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 맨발로 신을 수 있는 예쁜 샌들을 애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 고충을 아시는지요.
조금 더 커 보이려고 조금 더 예뻐 보이려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간 날은,
하루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무렵에는 (조금 과장하면)전쟁터에서 적군에게 된통 당하고 되돌아온 것 마냥 거무튀튀한 패잔병의 발이 되어버립니다.
“발 좀 신경 써. 그게 뭐니 그게.”
제가 봐도 여자 발이 아닙니다.
7cm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취재를 다녀온 날은 더욱 그렇지요.
압니다. ‘기자가 무슨 하이힐?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취재만 잘하면 되지.’
알아요. ‘겉멋 들렸구먼. 저렇게 해서 어떻게 취재를 한담.’
뒤꿈치가 까지고 샌들장식에 눌려 상처가 나도,
그런데도 대일밴드를 붙여가면서까지 하이힐을 신고 취재를 나가는 이유.
“예뻐 보이고 싶거든요.”
여담이 조금 길어졌네요.
왜 갑자기 샌들 얘기를 주르륵 늘어놓았냐 하면, 그래서 사실 고성모임에도 샌들을 신고 갈까 망설였었거든요. 바다도 가야 할 것이고 이왕 갔으니 ‘바닷물 목욕’ 재개도 하고 와야 하지 않겠어요? 7cm는 아니더라도 수수한 3cm굽의 청색 샌들을 놓고 한참을 망설였지요. 그런데 엄마가 뒤에서 한 마디 합니다.
“불량스럽게 어른들 만나는 자리에 맨발로 껄렁껄렁 가니? 운동화 신어!”
예. 등 굽은 노인처럼 앉아 운동화를 신습니다. 사실 운동화 신으면 샌들보다는 편한데 끈 묶는 운동화는 참 불편합니다. 30분 간격으로 풀리는 신발 끈 때문에 수시로 등 굽은 노인이 되어야 하걸랑요. 아무리 꽉 묶어도 조금만 걸으면 점점 힘이 빠져나가더군요. 그렇다고 이 나이에 찍찍이 운동화를 신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또 얘기가 샜네요. “죄송합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이걸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2주나 지나버린 고성 후기 모임을 꺼내 놓는다는 것이 왜 이리도 부끄러운지요.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얘기 다 끝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 있는데 전 아직도 고성 모임 후기에서 맴맴 제자리돌기만 합니다. 여하튼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겠지요.
흠흠, 아아, 목소리 제대로 나오나 확인 좀 하고요.
“안녕하세요? 고성 모임에 갔던 이도윤입니다. 고성 후기 모임 잘 읽었답니다. 선비만석님, 인사가 늦었네요. 특산물 선물 받은 것 어머니가 감사하다고 전해드리라 하셨어요. 얼마 전에는 향기가 찐한 피만(피망) 몇 박스도 정이사님 편에 보내 오셨죠. 어찌나 풍성한지 한 달 내내 피망요리만 해먹어도 남을 것 같아 이웃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었답니다.^^
태평역님, 사진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야 드리네요. 그 날 밤늦게까지 운전하고 가시느라 힘드셨죠? dori124님, 그날 횟집에서 어찌나 감사했던지요. 덕분에 맛있는 회 골고루 잘 먹었답니다^^
팔공선달님, 팔공선달님. 빨간 수건을 두른 그 모습이 왜 이리도 안 잊혀 지는지요. 참외가 어찌나 달고 맛있었는지···. 팔공선달님의 손맛 때문이었나 봅니다.^^
3쿠션님, 베팅강의는 잊지 못할 거예요. 아직 배팅의 맛은 잘 모르나 배팅뿐만이 아니라 생활의 지혜인 것 같아 유용하게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청선생님, 따님은 혹시 절 안 찾던가요? 예쁜 성아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리네요. 사모님께도 안부전해주시고요.
그대그시절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다음 나도작가 모임에서도 뵐 수 있겠지요. 항상 건강하세요.
영바모님, 서울로 돌아와서 <아마추어가 알아야 할 100가지 Tip>책을 펼쳐봤답니다. 그 곳에서 다시 뵈었지요.
당근돼지님, 바닷가에서 추억을 같이 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또 뵐 날이 오겠지요. 사모님과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소라네님, 2년 전쯤 뵈었었죠. 사람 인연이 참 묘하네요. 좋은 말씀을 참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잊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 둘게요.^^”
P.S - 새로운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새로운 만남의 시작입니다. 삶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누군가 내 삶에 들어왔다가 나가길 반복한다고 했던가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뒤따른다는데···. 아직 어린 나무인 연리지는 괜한 걱정을 합니다. 이 공간에서 누군가 상처받고 나간 흔적이 곳곳에 보여 괜시리 맘에 걸립니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웃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The end-
▲'영원한 청년' 그대그시절님.
▲나작의 지킴이 팔공선달님.
▲파라솔 아래 두 사람, 팔공선달님과 dori124님. 대구의 싸나이들!
▲동해바다가 처음이라는 이청 선생님의 공주님 성아.
▲한 명은 공주, 한 명은...???
▲선비만석님이 보내오신 진부령 피만.(이 피만이 그 피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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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3쿠션
선비만석
오로묵시록
돌부처쎈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