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느 지방 작가들의 월례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 등단한 작가들로 그 가운데는 한국 문단에 그 이름이 있다고
알려진 유명한 분도 있었다.

나로서는 상당히 영광스런 자리였다.
모임에 가서 수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을 무렵까지만 하더라도
쟁쟁한 분들과 같이 자리하였다는 것이 좀 떨리기까지 했었다.
첫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모두 근엄하고 예의범절이 바르다.
너무 90도로 예의바르니 되려 딱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등줄기에 근육이 땡기고 좌석의 불편함은
이루 말로 다 못할 정도였다.

식사를 하는 것은 어느 모임자리나 다 똑 같았다.
허나 삼겹살 지글지글 구워 소주와 먹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메뉴는 칼국수였다.
반찬도 몇가지 없더라... 이걸보고 정갈하다고 하는건가?
뭐 좀 주워 먹어야 제맛인데...

술?
아무도 안 마시더라... 걔중엔 애주가도 있을 것이고 술고래도 있을 법 하지만
왠일인지 아무도 안 마시고 있었다. 누구하나 반주 한잔 하자는 오퍼도 안하더라.

그때부터 속으로 불만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
뭐 원래 술이야 안 마시는 장소라 해도, 반주 한 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런 무음주 불만, 모임이라면 좀 푸짐해야 할 식탁도 국수 한그릇 달랑.
이런저런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모두 소리 하나 안내고 국수를 입에 넣는다.
밥먹으면서 까지 모두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먹으니 이건 당체 끼니 위해 먹는건지..
남 보여주기 위해 먹는건지.. 보기 좋은건지 ... 나쁜건지.. 괴로운 건지.. 모르겠다.

후루룩 신나게 먹어야 제맛인 국수를 말이지... 왜 다들 고통받으면서 밥을 먹을까?
다들 너무 조용히 먹기에 사리 일인분을 추가하지도 못했다. ㅡ.ㅡ;;

아 참, 밥 먹기 전에 이런 행사가 있었다.
한국 문단에 그달에 발표된 시를 작가들이 일어서서 낭독 하는 행사다.
우렁찬 목소리로 남여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감정이입 하여 낭송했는데..
그때까지는 그런대로 들어줄만하고 좋았다.

여기까지 개인적인 잡담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 단체적이다. 미소도 단체로 짓는다.
일반 동호회의 모임처럼 삼결삽 식탁 귀퉁이에 앉은 사람들끼리 지글지글 고기구워 먹고

술마시면서 하는 삼삼오오 대화 혹은 일대일 대화가 하나도 없었다.


밥 먹고 나서는 모두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다도를 겸비한 격식차린 차 마시기는 대략 난감하다.
고상한 행동과 우아한 차 마시기.. 꿀꺽 꿀꺽이 아니라 소규모 지구전을 해야하는
다도는 정말 불편하기 짝이없다. 인내 끈기... 뭐 그런걸 잘해야 다도에 도전할만하다.
너무 감질나서 이것도 슬슬 부아가 치미는데 일조를 한다..
차는 미지근해져 가는데 내 머리 위 백회혈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날려고 한다.

차 마시는 동안에도 그 인물들이 그냥 넘어갈리 없다.
어느 작가분이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모 문학작품에 대한
굉장히 어렵고 난해한 내용으로 된 독후감이랄까... 독서회 토론내용이랄까 를
발표하는데 그 2-30 여분이 정말 지루하고 딱딱하였다.
내 성격이 지랄같아서인지 그런 딱딱한 내용, 난해한 단어와 해설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슬슬 등줄기에 근육이 뭉치기 시작한다.
나도 그때까지 미소를 지어 줬는데 평소 안하던 짓이라 입근육이 얼얼하고 땡긴다.
내 평생 언제 단 10초간만이라도 계속해서 미소를 지어 봤어야지...

겨우 그 시간이 끝나자 이번에는 원로 쯤 되시는 분과 모임의 회장 되시는 분 두분이
근엄하게 뭔가를 놓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전 회원은 누구하나 개인적인 발언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 등줄기 근육은 이제 어혈이 뭉쳐 졌다.
한방 침 맞아야 풀리지 싶다.<-- 이거 말이 되나.. 모임에 가서 침 맞을 정도로 된다는거...


겨우 회장 인삿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어느 회원 한분이 일어나 한국 고유의
악기를 들고 연주를 하였다 . 이제 겨우 참을만 하나 했더니 이건 가락이 완전
축축 늘어져 신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도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길고도 지루한 연주가 끝나자 이번에는 뭔가 싶어서 두리번 거리니 회원 모두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덩달아 일어 났다.

이제 이차 가나 싶어서 조금 맘이 풀리는 듯 했는데 ...
(같이 놀아보니 그분들과는 이차를 가도 말짱 꽝이겠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들었다)
밖으로 나오자 모두 서로 인사하고는 다들 인사를 나누고 휑하게 집으로 사라진다.
헤어질때의 인사하는 얼굴들이 모두 여전히 우아하게 웃는 모습이다.
이들에겐 처음부터 끝까지 근엄과 예절,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나 우아한지..
인사도 서로 깍듯하게 90도 굽혀 인사하고 호칭도 아무개 선생님, 아무개 시인님 등이다.
보기에도 얼마나 단정. 단아. 고아. 고상 한지..


무슨 이런 모임이 다 있지?

시 낭송
밥 한끼( 술 없음 )
깨작거리는 다도 차마시기.
독서회 토론 발표
원로 인사
회장 인사
악기 연주
끝.

(첨부터 끝까지 미소짓기)
(개인 잡담 사절)
(우아한 헐리우드 오버액션 연기)

날 붙잡고 거길 데려간 늠을 뒤에서 쳐다보다가 갑자기 뒷통수를 세게 갈겼다. 빡~!
그리고 그늠도 집에 가라며 쫓아 버렸다.
그놈도 삼류 작가이지만 답답하긴 매 한가지였거든...

그길로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 달려 갔다.
급한 김에 생맥주를 가져오는 종업원을 마중나가 낚아채고는 벌컥벌컥 마셨다.
안주를 우걱우걱 씹어 먹으면서 좀 더 흐트러질 방법이 없나 궁리했다.
구두를 벗어 던지고 건너편 자리에 발을 포개 올려 놓았다.
닭똥집을 일부러 소리내어 쪽쪽 빨아먹고 쩝쩝 먹었다.
모임내내 억지로 웃는 모습을 하다가 굳어진 뽈때기가 그제서야 겨우 조금씩 풀어진다.
허리띠도 풀고 의자에서 비스듬히 기대어 술을 연신 들이켰다.
그래도 성이 풀리지 않아 소주 가져오라고 해서 맥주와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아... 이제 좀 개운해... 등줄기에 뭉쳤던 어혈이 저절로 풀렸다.


역시 사람은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해.
인위적인 것은 어딘가 불편해.
그렇지 않수?

뭐?
고상한 모임?
..... 느그끼리 해라. 난 이제 그런델 다시는 안 갈란다.

*  나작방의 작가및 회원분들 모임 하신다구요? 헐헐... 위와 같은 상황연출은 분명 아니겠죠?

   비록 음주대국은 금할지라도  술과 적당한 대화, 객기와 타개, 승부수,ㅎㅎ 파도소리와 낭만, 

   빈삼각 하나 없는 미녀들의 비키니 구경, 막판 자정이 넘은 시간의 포장마차 끝내기 수순 ...

   뭐 이런 등등이 있는 비 고상(?) , 비신사적(?)인 모임이겠죠?

* 아울러 오로 운영진에서는 아마추어 바둑인의 영원한 염원인 프로기사분과의 합석이 되도록  프로기사분들도 몇분 꼬셔서 모시고 오실거죠?  난 서봉수 사범님 한번 보고 싶어 병까지 났는데... ㅠㅠ 서사범님! 새댁 사모님하고 같이 동해 놀러오셔요~! ㅎㅎ   나작인들께서도 밑에 리플에다 평소 흠모하고 뵙고 싶었던 기사분들 쭈욱 한번 나열해 봐요.  네?  ㅎㅎ 혹시 압니까? 프로와의 만남의 장이 될지..  (흐음... 느끼한 오십대 나작방 아저씨들이 아마... 미모의 한사범님을 왕창 추천할걸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