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시간패로 맘 상한 은하.

순식간에 저녁밥을 헤치우니.. 바둑 한판 더 지면 몸도 상하지 싶다.

필승을 외치며 대국실에 들어와 만난 상대.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를 쥔 손을 가늘게 떨며 분을 못삭혀 씩씩대는 은하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아마도 모르겠지..) 무척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000 : 혹시 나도작가의 그분?

대화할 기분 아니거든요!! 째릿! 그러나.. 팬관리(앙?) 차원에서 차마 그리는 못하겠고..

은하 : ^^ (웃음으로 떼운다)

000 : 맞다는 뜻인가요?

아.. 이분.. 진짜 은하를 아나보다.. 아니다.. 이렇게 은하의 집중력을 흐트려노쿠 이길 심산인거야! 심리전의 고수가 분명해!! 질수없어!!

은하 : ^^ (또 웃음으로 떼우며 승부욕을 더욱 불태운다)

000 : 맞죠?

어띠.. 포기다 포기!

은하 : 네.. 안녕하세요 ^^

000 : 저 이주배입니다.

은하 : 네???  @.@

자동대국으로 만나다.

지난 안티기자사건(!)의 주인공!

은하 생애 최고의 안티사진!!!

이주배 기자님!

안티기자사건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출근길.

상쾌하게 랄랄라 출근하는 은하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평소 진지하고 말을 아끼는(걸로 알려져왔던.. 은하도 깜빡 속을 뻔 했던) 모 사범님.

'기자가 안티야?'

역시 그답게 문자는 짧았다.

근데.. 대체 몬뜻인거야???

그러나 왠지 몬뜻인지 물어보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그의 앞 뒤 생략된 문자를.. 다 이해 했다는 듯 '풋! ^^' 이라는 애매한 웃음을 답문으로 보내고선 두 눈 가득 물음표를 주렁주렁 달고 출근을 서둘렀다.

기자라고 하는 걸 보니.. 오로 싸이트야.

안티라고 하는 걸 보니 뭔가 기사에 안좋은 글이 올라온걸까?  눈감은 계시 사진인가? 계시하면서 꼬로록 소리난걸 기사에 썼나?

머릿속에 온갖 추측이 푸득푸득 방정맞게 날아다니고..

드디어 도착한 오로..

이곳저곳을 뒤진 끝에 드디어 발견한 인터뷰 기사.. 그리고 사진..

사진..

사진..

사...

死...

흑..

본판이 안티다.. 생각할 따름이오만..

은하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긴 '안티기자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은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렸으니..

(심지어 오로 사무실에 놀러갔을 때, 정이사님이 잴 먼저 꺼낸 이야기도 '안티기자사건'이었다.)

혹여 그때 그 사건이 궁금하신 분들은 뉴스>인터뷰>오로가만난사람 을 찾아가보시면..

음.. 그래.. 끄덕끄덕.. 공감하실듯.. 흑..

그리고 오늘..

외나무다리도 아닌 오로 대국실에서..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자동대국으로 딱! 마주친 이주배 기자님..

이주배 기자님.. 그거.. 아시나요?

오늘의 우연은 은하의 긴긴 한이 하늘에 닿아 바둑신이 내린 것이랍니다.

은하.. 필승 아니면 필사 할것이니..

거기! 갬방알바! 음악 꺼주세요!

거기! 스타하는 초딩들! 늬들 집에가서 숙제해!

거기! 총질하는 대학생들! 이어폰 사용 몰라욧! 스피커 볼륨 끄시오! 그리고 그 담배도 끄시오!

정신집중 일격필살(?)을 위한 환경조성을 순식간에 마치고..

혼을 실은(이민진 사범님 못지 않은거다 ㅎㅎ) 바둑을 두는 은하...

그런데 눈치없는 기자님.

은하의 이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승부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정녕 모르시는 듯 했다)

마침 잘 만났다 반가워 하시더니..

월간 바둑의 새 꼭지를 맡게 되었다며 인터뷰 방향을 설명하시고..

은하와의 인터뷰 약속까지 받아가신다.

수읽기에 눈이 멀어 어리버리 인터뷰 하겠다고 한 은하.. 그러나 몬 인터뷰였는지 도통 기억에 없다. (그때 은하.. 손가락으로 모니터 콕콕 찍어가며 집 세고 있었다..)

그리고는 싱겁게 돌을 던지는 이주배 기자님.

불타오른 은하의 승부욕이 무색하게..

대화에 신경쓰느라 바둑에 신경을 못썼다는 한마디 비수처럼 꽂고 나가신다.

삐약삐약삐약~~~

잠시 패닉에서 벗어난 은하..

허허..

무상이다..

선재로구나..

먼소린거니..

은하..

새된거다.

나 완전히 새됐어... 라는 싸이군의 노래 후렴이 삐약삐약 귓가를 스치며..

이기고도 영~ 뒷맛이 씁쓸한 것이..

어째..

이주배 기자님과는 제대로 승부를 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지으며 마우스 쥔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의 일기는 계시원일기이나 계시얘기는 한 개도 안 한..

생각해보니 그간 계시얘기 안들어 간 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무튼 횡설수설의 최절정이 아니었을까 싶은 후회가 가득 남는 일기.

수정 버튼 꾹 누를라치면.. 삭제버튼에 손이 갈까 하여..

수정 없이 올릴라하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쪼록 이게뭐냐!! 라는 말만은 말아주시길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더불어..

안티는 이주배기자님 한 분으로 분에 넘쳐 분이 나오니..

오로 기자님들..

부디 은하 사진에는 뽀샵 만땅 실어주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