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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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세계

2008-02-21 오후 12:20 조회 5618추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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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2002년 9월호 중에서 퍼온 글입니다.
http://monthly.chosun.com/html/200209/200209070001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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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도박 중독자의 세계

全國에서 200萬~400萬 추산

한국인의 도박 중독률은 4% 에서 7~9%로 급증.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경마와 경륜, 카지노 등을 장려했기 때문.

洪椿鳳 노동일보 태백주재 기자(hongchb@cho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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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B씨의 경우

강원도 廢鑛(폐광)지역의 경제 회생을 명목으로 탄생한 강원랜드 카지노는 개장 2년이 가까워 오면서 「카지노 중독」이라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충북 충주에서 개인택시 사업을 하는 B씨(50)는 아들 형제를 두고 오붓하게 사는 평범한 家長(가장)이었다. 2000년 10월 말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강원랜드 카지노가 개장한 뒤 한 달에 두세 차례 손님을 싣고 카지노를 다녀오면서 차츰 카지노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1년 11월 중순 이날도 승객을 카지노에 내려놓은 뒤 B씨는 숨을 돌릴 겸 잠시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결국 코를 꿰이고 말았다.

휘황찬란한 카지노장은 B씨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현란했고, 대박을 유혹하는 야릇한 기계음에 자신도 모르게 슬롯머신에 앉았다. 무늬나 숫자가 맞으면 거액의 당첨금을 탈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혹시나 하는 환상에 빠졌다. 그러나 불과 30분도 안 돼 수중에 있던 수십만 원을 잃고 말았다.

카지노 입구에 설치된 현금지급기에서 현금 100만원을 인출, 재차 도전에 나섰으나 당첨금이 눈앞에서만 어른거릴 뿐 이번에도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다 날려버렸다.

B씨는 전당포에 찾아가 흥정 끝에 개인택시를 담보로 맡기고 현금 1000만원을 빌려 다시 카지노로 향했다. 이제부터는 보이는 게 없었다. 본전 생각에 당첨금이 낮은 슬롯머신 대신 3000만원 이상 고액이 터지는 머신에 앉았다.

재산 탕진, 가정 파탄

어느 도박이나 마찬가지지만 「열」을 받은 사람에게는 대박이 터질 리 만무하다. 본전을 찾겠다는 생각이 깊을수록 슬롯머신은 진공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계속 돈을 빨아 먹었다. 불과 이틀 만에 B씨는 1100만여 원을 날렸다. 카지노에 빠진 B씨는 석 달도 안 돼 1억원이 넘는 빚을 졌고, 결국 개인택시 면허를 8000만원에 처분, 빚잔치를 하고 부인과도 이혼했다. 아들 형제를 부인에게 맡기고 집을 나온 B씨는 하루아침에 택시기사에서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K씨(44)는 2000년 12월 카지노를 찾았다. 배포가 컸던 K씨는 승부가 빠른 바카라 게임을 시작, 불과 5일 만에 3000만원을 다 날렸다. 흥분한 K씨는 타고 간 외제 승용차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반지 등을 전당포에 잡히고 1500만원을 다시 털어 넣었다. K씨는 계속해서 골프장 회원권과 별장을 처분했고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융자받은 돈 2억원, 친구와 친지 등 주변에서 빌린 돈 등을 모두 합쳐 4개월 만에 10억원을 날리고 말았다.

2001년 5월 카지노 입구 전당포에서 만난 K씨는 『카지노에 돈 따러 오는 사람은 다 바보』라며 『처음에는 내가 카지노 근처의 노숙자에게 밥도 사주고 잠도 재워 줬는데, 이제는 내가 노숙자가 됐다』고 한숨지었다. 카지노와 전당포 주변을 맴돌며 사채를 연결시켜 주는 「꽁지」 노릇을 하다 푼돈이라도 생기면 카지노에 들락거렸던 K씨는 2001년 8월부터 카지노 주변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카지노에 발을 담그다 보면 장기 체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한 달 이상 카지노에 체류하는 사람이 300여 명에 달하고,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중독자들도 100여 명을 넘는 것으로 강원랜드 측은 추산하고 있다. 카지노 주변에서는 벌써 1억원 이상 고액을 잃은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당초 카지노가 건전한 게임장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게임을 즐기기보다 아예 도박을 業(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출입이 늘면서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2001년 9월 강원랜드에서 2週 간에 걸쳐 카지노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도권 고객이 전체의 65%를 차지했고, 여자(18%)보다 남자(82%)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代(15%)를 시작으로 30代(36%)와 40代(36%)가 전체의 87%를 차지해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층에서 카지노를 자주 출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설문조사 결과 46%의 고객들이 해외 카지노를 경험했고, 바카라 등 테이블 게임에서 한 번에 수십만원 단위로 베팅하는 등 비교적 고액 베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인 승용차 잡히고 도박하다가…

2000년 10월 말 개장한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지난 6월 말까지 20개월 동안 모두 156만6774명(외국인 5412명 포함)이 입장했다. 하루 평균 2564명이 카지노를 찾아와 강원랜드는 매일 13억원대의 수익(매출)을 올리고 있다. 1인당 평균 50만원을 잃고 있는 셈이다.

2000년 12월 말 釜山에서 자가용 승용차 운전사를 하는 L씨(33)는 연말연시를 맞아 애인과 함께 유흥비를 카지노에서 마련할 꿈에 젖었다. 카지노에 갈 밑천을 준비하지 못한 L씨는 자신이 모는 승용차를 카지노 주변 전당포에 담보로 맡겨 유흥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토요일 근무가 끝나자 L씨는 승용차 주인 몰래 출고한 지 한 달도 안 된 그랜저를 몰고 카지노로 향했다. 전당포에서 그랜저를 맡기고 500만원을 빌린 L씨는 슬롯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열심히 버튼을 눌렀지만 기대했던 대박은 터지지 않고 전당포에서 빌린 돈만 몽땅 날리고 말았다.

L씨는 전당포에서 추가로 5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몇 시간 만에 500만원을 다시 잃자 추가로 500만원을 더 빌렸다. 승용차 운전사가 카지노에서 도박에 빠진 사이 승용차 주인은 토요일 오후에 자신의 승용차가 없어진 것을 알고 경찰에 도난신고를 냈다. 고한파출소 경찰관이 순찰 중 전당포에 도난차량으로 신고된 차량이 주차된 것을 확인했고, 잠시 후 L씨는 절도 등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던 C씨(50)는 카지노 주변의 전당포가 떼돈을 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모은 재산과 이웃에서 빌린 돈 등 모두 6억원이 넘는 자본금으로 카지노 입구에 전당포를 차렸다.

틈틈이 알짜 고객을 만들기 위해 카지노에 올라간 C씨는 슬롯머신이나 테이블 게임을 하며 고객들과 안면을 넓혔다. 그러나 고객에게 빌려 주려고 가져간 300만원을 게임에서 잃자 은근히 「열」을 받았고, 카지노에 올라갈 때마다 지참금 액수가 계속 늘어났다.

더구나 전당포에서 빌려준 돈도 경험 부족으로 신용만 믿고 대출을 해주는 바람에 80% 이상이 회수되지 못하면서 부도위기에 몰렸다. 전당포에 투자한 6억원 가운데 전당업으로 30%를 날리고 카지노에서 70%를 날린 것이다.

부인과 상의한 결과 夜伴逃走(야반도주)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전당포 사업은 석 달 만에 간판을 내렸고, 별도로 운영하던 귀금속 가게는 출입문에 「喪中(상중)」이라는 글을 써 붙여 10여 일 동안 이들의 야반도주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수개월 뒤 C씨가 사기혐의로 검거되자 부인은 자살했다.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한 카지노

前 강원도의회 부의장 成熙稷(성희직)씨는 지난 2월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저서를 발간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카지노 단골 아주머니 이야기는 카지노 중독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족들은 지금 내가 중국에 여행가 있는 줄로 안다. 나는 카지노에 개장 초기부터 오고 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있다가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만 「뚜껑이 열려서」 6일 만에 집에 가는 거다. 나는 주로 바카라 게임을 많이 한다. 언젠가 몇백만원 딴 날도 있고 몇백만원씩 잃은 날도 많다. 전에는 겁없이 한 번에 몇십만원씩 베팅을 했다. 이제는 몇만원을 베팅하고도 패를 깔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릴 때가 많다. 그동안 얼마 잃었다고 말하기도 창피하다.

카지노에 빠지는 사람들은 다 바보들이다. 나도 바보다. 그런 줄 알면서도 또다시 오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박을 좋아하는 근성이 있는데, 왜 이런 카지노를 만들어 서민들을 다 죽이는지 모르겠다. 지금 호텔 로비에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중엔 수천 명은 약과고, 수만 명씩 돈 잃고 가족들과도 뿔뿔이 헤어지고 가정 파탄이 난 사람들이 많다.

남원에 산다는 가죽 점퍼를 잘 입고 다니는 사람은 마흔다섯이라는데 사람도 차분하고 곱상하게 생겼다. 그런데 이 사람은 조그만 가게도 팔아먹고 이제 여기저기에서 빚낸 돈을 갚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리다 야반도주를 해서 부인과 두 딸은 지금 전주 사는 오빠 집에 가 있다며 울더라.

사람이 연애를 하면 모양이라도 내지만 도박에 빠지면 그것처럼 더럽고 추한 게 없다. 날밤 새우며 고생하여 피부는 꺼칠해지고, 세수도 목욕도 제대로 않고는 며칠씩 게임하는 사람들도 많다. 카지노에 많은 돈을 날린 사람은 염치고 체면이고 다 없어진다. 몇 달 전에만 해도 잘 차리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나오던 어떤 젊은 여자는 며칠 전엔 1만원짜리 칩 하나가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 치는 것을 봤다. 돈을 많이 잃고 뚜껑이 열리게 되면 체면이고 뭐고가 없게 된다.

카지노는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고 들었다. 나도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와야겠다. 나는 가톨릭 신자인데 카지노에 다니느라 미사도 빼먹고 거짓말도 자주하고 죄가 많다>

강원랜드는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개장 초부터 주민등록증 등으로 신분을 확인하여 강원 남부 4개 市郡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 그러나 카지노에 재미를 붙인 주민들은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심지어 주민등록증의 주소지란을 허위로 기재해 출입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태백에서 수십 년 간 술장사를 해 재산을 꽤 모았던 O씨(55)는 손님들과 카지노에 출입하다 카지노에 중독된 경우다. 주민등록 주소지를 서울로 옮긴 O씨는 매일 저녁 수백만원씩 카지노에 바쳤다. 6개월 만에 O씨는 벌어놓은 재산과 황지의 要地(요지)에 위치한 4억원짜리 건물까지 날렸다. 재산을 탕진하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O씨는 직업소개소에 나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도박중독센터 설립

도박 중독자가 속출하고 카지노 주변을 배회하는 노숙자가 증가하는 등 카지노로 인한 폐해가 증가하자 강원랜드는 2001년 9월25일 국내 최초로 카지노 입구에 도박중독센터(080-7575-545)를 세웠다.

강원랜드 부설로 운영 중인 도박중독센터는 도박 중독자의 상담과 치료를 돕는 한편, 국내 최초로 도박 중독에 대한 기초용역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이 조사 결과가 나오면 도박 중독의 실태와 도박 중독 예방과 치료가 좀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예산은 약 6억1600만원인데 강원랜드가 지원을 하고 있다.

전문 상담원 두 명이 도박 중독 상담에 나서고 있는 도박중독센터는 지난 5월 말까지 8개월 동안 229건의 상담실적을 올렸다.

분석결과 카지노(22%)에서 돈을 탕진한 사례보다 불법 포커판에서 돈을 날리거나 경마와 경륜, 고스톱에 빠진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에 응한 이들의 대부분이 5000만원 이상 부채를 안고 있고 2억원 이상의 빚을 진 경우도 20% 정도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원 金鎬鎭(김호진)씨는 『상담을 통해 증세가 심한 사람은 전문병원의 진료를 의뢰하거나 斷(단)도박모임 등 치료센터를 연결시켜 주고 있다』면서 『대다수 도박 중독자들은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단계에 이르러도 이를 숨기는 등 상담을 기피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은 상담을 몹시 꺼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박중독센터를 통해 도박 중독증으로 나타나면 중독 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도록 해 주고 있으며, 총 진료비의 90%를 강원랜드가 부담해 준다.

지난 4월 大田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원 金씨가 용건을 묻자 40代 초반의 여자는 『남편이 포커에 미쳐 친척과 이웃으로부터 버림받고 가정까지 엉망이다. 제발 살려달라』고 하소연했다. 증상을 물은 뒤 도박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斷도박모임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잠시 후 「문제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렇게 몇 번 통화한 뒤 증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한 상담원 金씨는 국립서울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도록 해줬다.

『하루는 40代 초반의 남자가 사무실에 들어왔어요. 카지노에서 한 탕을 기대했으나 남은 재산을 몽땅 털렸다며 「죽으려고 약까지 준비했다」는 말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수면제는 500알을 먹어도 안 죽으니 제초제를 준비하라」고 소리쳤죠. 제초제 이야기가 나오자 이 친구는 황당해 하며 아무 말을 못 해요. 제가 「그렇게 죽고 싶으면 제초제를 사 마시고, 살고 싶으면 내 이야기를 들으라」고 호통쳤습니다. 그후 斷도박모임에 참여시켰는데 이제는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 출신 상담원의 고백

상담원 金씨는 자신이 2000년 중반까지는 누구보다 심각한 도박 중독 환자였다. 재무부의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던 1980年代 초 당시 전화 한 통이면 은행에서 빳빳한 현찰을 보따리에 싸 갖고 올 정도였다. 공직생활 3년 만에 우연히 슬롯머신에 빠지면서 金씨는 벼랑에 몰렸다. 짜릿한 손맛과 혹시나 하는 대박의 환상에 빠진 그는 직장도 자주 결근했고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본전을 찾으려고 경마장을 전전하다가 판이 큰 不法 포커판(「하우스」)에 들락거렸다.

『1인당 3000만원씩 다섯 명이 포커판을 벌이는데 판돈의 합이 1억5000만원에 달했으니 도박판은 항상 긴장과 스릴이 넘쳤습니다. 나중에는 한 달에 15일 이상 결근하게 됐고, 빚이 늘어나 집까지 처분했어요. 10년 동안 도박에 미쳐 날린 돈이 10억원에 달했어요』

재산을 완전히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金씨는 斷도박모임에 참석하면서 도박을 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처럼 2000년 빚 보증을 섰던 친구가 외국으로 도피하면서 절망감에 다시 도박에 빠졌다.

『가뜩이나 빚을 지고 있는 마당에 4600만원을 다시 떠 앉게 되자 절망감에 다시 포커와 경마에 빠지면서 아내와 이혼했고 자녀들에게서도 버림을 받았죠. 어렵게 다니던 직장에서도 쫓겨났어요. 여러 차례 자살도 결심했지요』

우연히 천주교 代父의 권유로 음성 꽃동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던 金씨는 강원랜드에서 도박중독센터가 문을 열면서 전문상담원으로 오게 됐다.

『斷도박모임의 대표가 추천해서 이곳에 오게 됐지만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비록 제 자신은 도박으로 인생이 비참하게 망가졌지만 도박으로 불행을 겪는 사람이 줄어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도박 중독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1984년 6월13일 외국인 신부에 의해 경기도 부천에 국내 최초의 斷도박모임(GA·Gamblers Anonymous)이 생겨났다. 斷도박모임은 도박 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희망을 토론하며 자신은 물론 다른 구성원들의 도박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모임이다. 自助的(자조적) 성격의 이 모임은 1957년 9월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시작되어 全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支部격인 한국斷도박 친목모임(02-521-2141)은 서울 서초구 방배2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박 중독자들이 연락하면 거주지와 가까운 모임을 연결시켜 준다. 현재 斷도박모임의 임원은 모두 도박 중독에 심각하게 빠졌던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서로 가명을 사용한다.

斷도박 친목모임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J씨는 『도박에 중독된 경우 완치는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斷도박모임을 통해 도박 중독자들이 절제된 건강한 생활을 하면서 도박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7년 간 경마에 빠져 재산을 탕진했다는 J씨는 『도박은 결코 따지도 못하지만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카지노가 개장하면서 도박 중독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한국斷도박 친목모임에 따르면 강원랜드 카지노가 위치한 정선군 고한읍과 원주를 비롯, 서울과 제주까지 전국적으로 斷도박모임이 33개에 달하고 있다. 모임당 평균 10명 정도의 도박 중독자들이 週 1회(1회 두 시간 정도) 도박 중독 모임에 참석해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비용은 무료다. 斷도박모임에는 도박 중독에 빠져 자포자기하거나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가족들의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도박 중독자 190만~420만 명 추산

10년째 도박 중독 등 각종 중독 분야에 전념해 온 국립서울병원 李泰京(이태경) 박사는 『도박 중독 환자는 경마에 빠진 경우가 가장 많으며 카지노 중독 환자는 전체 도박 중독자 중 20%를 밑도는 추세』라며 『도박 중독도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심각한 중독증이라는 인식을 가지지 않는 한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李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1999년 삼성생명 공익재단에서 사회정신건강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4.7%가 도박에 중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은 2~4%, 호주는 7%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었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 도박 중독자가 최고 7~9%(최소 190만~최고 420만 명)로 추산될 정도로 도박 중독이 급격하게 확산된 것은 경마와 경륜 및 카지노 등 국가 차원에서 도박을 장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박에 중독되면 도박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고 같은 흥분감을 느끼기 위해 베팅 단위가 높아진다.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노력이 실패하면 신경과민으로 손떨림 증상이 나타나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이런 무기력 증세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시 도박에 빠진다고 한다. 李박사는 우리나라도 지금 추세대로 가면 앞으로 4~5년 후면 카지노 중독 환자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박중독센터 金鎬鎭 상담원은 『도박 중독에 빠지면 남들은 당첨이 되지 않지만 자신은 당첨될 것이라는 非합리적인 확신을 갖는다』면서 『슬롯머신에서 다른 기계는 안 터져도 자신의 기계는 반드시 터진다는 확신 때문에 노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박 중독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도박 중독 및 예방 프로그램 협의회에 참여 중인 元基俊(원기준) 목사는 『도박 중독에 빠지면 스스로 억제할 방법이 없기에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강원랜드 부설로 운영 중인 도박중독센터를 공익 법인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국가에서도 도박 중독 문제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해 효율적인 예방책을 강구하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 중독 자가 진단법

1. 일, 공부 대신 도박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2. 도박 때문에 가정을 불행하게 했다.
3. 도박이 내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4. 도박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
5.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
6. 도박이 능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됐다.
7. 도박으로 잃은 돈을 도박으로 되찾겠다고 생각했다.
8. 돈을 딴 후에도 더 따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9. 수중의 돈이 떨어질 때까지 도박을 한다.
10.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
11. 돈이 될 만한 물건을 팔아서 도박을 했다.
12. 도박 밑천 생각에 생활비조차 아깝다.
13. 도박으로 가족들과의 생활이 소홀해졌다.
14. 계획했던 시간 이상으로 도박을 했다.
15. 걱정거리를 피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
16. 도박 밑천 마련을 위해 나쁜 일을 계획하거나 해본 적이 있다.
17. 도박이 수면을 어렵게 했던 적이 있다.
18. 부부싸움, 의견대립, 실망 등이 도박충동을 일으킨다.
19. 단기간 도박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충동을 느낀다.
20. 도박 문제로 자살, 자해 행위를 생각했다.

※ 20문항 가운데 7개 이상 해당하면 도박 중독으로 의심.
(자료:斷도박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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