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한국에 있는 친구로 부터 August Rush 란 영화를 온가족이 감동깊게 보았다는 이메일을 받고는 어제 나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 갔다.   모짜르트 처럼 음악의 천재적인 소질을 타고난 한 소년이 부모를 찾기위해 고아원을 나와 음악을 통해 부모를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다른사람의 연기는 그저 그런데  어거스트 역을 맡은 Freddie Highmore 의 연기는 감동적이었다.
그는 얼굴 표정,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 더 훌륭하게 순간 순간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한 어린 소년이 부모를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계속 찔끔 찔끔 짜면서 보다가 끝무렵엔 너무 울어서 영화가 끝나 가족들은 다 나갔는데도 일어나지 못하고 어두운 극장에 계속해 혼자 앉아있었다.  눈물도 닦아내고 마음도 추스려야 했기에....

그러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역시 어려서 부모님과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야 했기에 고아로 자란 어거스트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내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4학년때 까지 아버지와는 7년 어머니와는 4년여 동안을 떨어져 할머니 와 살아야 했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초등학교 4 ~ 5학년때 쯔음에 외국에 가셨던 아버지와 어머님이 돌아오셔서 드디어 동생과 함께 한지붕에서 살수있게되었다.
그당시 군인 이셨던 아버지의 월급으로 얻을수 있는집은 수도물도 나오지 않는 산동네 집이었다. 아버지는 후일 그때를 회상하시면서 일생에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하셨는데 우리 자녀들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수있었기에...

아버지와 함께 양철물통을 지게에 지고 10여분 떨어진 우물에 가서 물을 길러 오곤 했는데 힘들기는 했지만 그리웠던 아버지와 함께 무엇을 같이 한다는것 자체가 참으로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었다.

여름철 장마때는 집옆에 갑자기 불어난 급류로 인해 담벼락 밑의 흙이 휩쓸려가 혹시라도 집이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밤새 들락 날락 하면서 마음을 조리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옆에 있다는것 하나만으로 행복했고 그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그당시 가장 커다란 낙은 매달 한번 아버지와 남동생 이렇게 셋이서  공동 목욕탕에 가는 월례 행사였다.
따뜻한 물에 몸을 푸욱 불린후 깨끗히 때를 밀고 나오면 목이 마른 우리 형제에게 아버지는 그레이프 환타를 한병 사주셨다. 
아버님은 그냥 물한잔만 드시고 나와 동생에게 환타 한병을 반반씩 나눠 주셨는데, 와 ~~ 나는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맛있는것을 처음 먹어보았다.  쏴 한맛, 달콤한 맛과 향...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요즘도 가끔 그때 생각을 하면서 환타 그레이프와  환타 오렌지를 사서 마셔본다.

그러나 그때 그맛은 사라지고 감격도 사라졌다.  아무래도 몇십년전  한국에서 만들던 환타가 요즘 미국에서 만드는 환타보다 훨씬더 맛있게 만들었었나보다. ^^  (도루묵... ^^)

요즘엔 싱싱한 오렌지로 막 짜서 만든 오렌지 쥬스를 마셔도 그저 그렇다. 그렇게 맛있다는 감동이 없다.
좋은 포도로 만든 고급포도주가 나의 혀를 애무해도 그때의 그감격과 환희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행복은 결코 부요함에 있지 않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친구,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있는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수 없다면
다른 그무엇을 더 가진다해도 결코 행복하지 못할것이다.

행복은 함께 있는것...
그리고 함께있는것이 행복임을 깨닫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