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전 로쎈젤레스(Los Angeles 나성 LA) 에서 이곳 버지니아 시골로 이사온후 아내의 자그마한 불평한가지는 "문화생활의 결여" 였다. LA 에 살때는 그래도 디즈니 홀에 가서 LA 필 의 클래식 음악도 듣고, 오페라도 구경시켜주곤 했는데 이 시골에 온 후로는 기껏해야 영화관이나 데리고 가니 문화생활을 굶어 배가 고프시다는 말씀이었다.
이곳에 갓 이사와서는 난생 처음해보는 일들을 하느라 몸과 마음의고생이 심해 밤마다 죽고 싶다고 할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이런말이 나오는걸 보니 그래도 요즘은 다시 먹고살만해 졌다는 이야기이니...어찌되었든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던 차에 LA 에 있는 아내 친구가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을 보러간다면서 불을 지폈다. 아내의 문화생활을 빼앗고 고생만 잔뜩시킨 죄인이라 변변한 반항한번 못해보고 보첼리를 구경하러가기로 했다. 5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가스로 간것이다.
안드레아 보첼리 노래를 들으면 그만의 독특한 음색칼러에 매혹이 되는데 아마도 보첼리가 시각장애자(맹인) 이기 떄문이 아닐까... 예전 한국에도 이용복 가수가 노래를 부를때 애절한듯한 느낌이 드는 음색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처음 보첼리가 부르는 가곡을 들었을때 아내에게 "혹시 이사람 시각장애자 아니야?" 라고 물었던 기억이난다. 앞이 안보이는 분들은 남들보다 좀더 뛰어난 영적 감각이 발달해 있는것 같다. 이분들의 노래를 듣고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청아해지는것을 느끼게 된다.
일개 호텔에 딸린 체육관이었는데 만오천명이나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표는 완전 매진되어 그호텔의 하이롤러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표 두장을 구입했다. 체육관에서 하는 음악회니 음향이 오죽하겠는가. 차라리 좋은 스피커나 헤드폰 끼고 듣는것 보다도 음향은 훨씬 못했다. 뿐만아니라 다른 라스베가스 쇼 처럼 무슨 이쁜 아가씨들이 나와 톱 레스로 춤추는것도 아니니 별로 볼것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많은 사람들이 비싼돈 내면서 구경하러 온것일까?
아마도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나고나자 이제 세계 제일의 가수가 된 보첼리를 한번이라도 구경하기위해 온듯들하다. "나도 보첼리 공연에 가보았다" 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나는 체육관에 앉아 보첼리가 나오길 기다리며 돈계산을 해보았다... 대충 $200 씩만 쳐도 만오천명이면 하루 입장료만 3백만불이다.
두시간 노래부르고 3백만불을 버는 보첼리를 보면서 난 엉뚱하게 이창호가 생각났다.
일류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 역시 골프대회에 참가해주기만 해도 백만불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다고한다. 초일류급인 타이거가 출전 안하면 그 골프대회는 그냥 2류 로 전락하기 때문이라고한다. 그런데 세계초일류기사인 우리의 국보 이창호를 바둑대회에 모시기위해 돈을 낸 스폰서가 있었는지?
그리고 공짜로 와서 보라고하는데도 사람들이 안오니 이게 웬말이가?
바둑을 문화로 보건 스포츠로 보건 이건 뭔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문제는 무슨 문제...
간단히 답이 나오는데... 문제라면 바둑인구가 음악이나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훠~얼씬 적다는것 한가지가 문제다.
만일 전세계인들 모두가 바둑을 즐겼다면 창호가 바둑 한판둘때마다 수억씩 벌었을것이고 수만의 관중이 모여 이창호선수가 착점 할때마다 열광 했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회나 오페라에 갈때마다 "몇십년안에 한두개 남고 거의다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왜냐하면 보러오는 관객의 90% 이상이 60대 후반의 파파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친구들은 클래식 음악보다는 록 이나 팝송을 즐기고, 오페라 보다는 영화를 즐기기에 오페라와 클래식음악은 이제 사향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요즘아이들에게는 바둑보다 재미있는것이 너무 많다 - TV, 콤퓨터 게임, 비디오 게임 ... 연약한 바둑의 미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정글의 강적들이다.
이제 바둑은 문명의 진화에 수응하며 조용히 퇴출할것인가, 아니면 흐르는 강물에 도전하여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미래를 개척하기위해 도약할것인가...
바둑으로 부터 멀어져만 가는 어린아이들과 청년들의 관심을 다시 끌기위해 중진프로들과 한국기원은 지금 어떤계획을 세우고 어떤 일들을 해야 할른지...
한번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볼만한 시점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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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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