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한창 더운 날
아버진 형과 둘째인 나를 데리고 만리포로 갔다.
중 3과 중1인 우린 전날부터 잠을 설쳤다. 너무 기뻐
잘 수가 없었다. 수영복을 챙기고 버스부(정거장)에서 차를 타기 전까지
하늘은 연두색과 보라색 그 중간쯤으로 보이고 뭔가 가슴속
밑바닥으로부터 끓어 올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서로 차량이 지나칠 때면 온통 흙먼지 가루가 창문으로 마구 밀려드는
비포장 도로를 3시간이나 가야되는 그곳은 ,,
산도 들도 집도 없는 그야말로
수평선이 하늘과 맏닿아 있는, 은빛 물결만 넘실거리는 파라다이스 였다.

바글거리는 인파,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자릿세 나 바가지 요금도 없는
뭔가 지금과는 다른,, 넓고, 여유있고 , 자유로운 그리고
뭔가 낯선 풍경을 감상하며 우린 금빛이 반짝이는 모래밭 위에
파라솔을 하나 빌려 그곳에 진을 차리고
해수욕을 했다.

뭐 수영도 잘 못하지만 괜히 가슴깊이 되는 곳에서 수영하는 흉내도 내 보고
물속에 떠다니는 진녹색 멸치떼를 보기도 하고, 조개껍질을 관찰하기도 하고
밀려오는 파도를 밟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여자들의 몸매를 슬쩍 쳐다보기도 하고 ,,

갈매기가 나는 저 멀리
떠있는 배들을 바라볼 때 쯤이면 배가 고파 왔다.
엄마가 싸 준 김밥은 왜 그리 맛있었는지,,

오후도 한참지나 태양의 그림자가 동남쪽으로 완연히 바뀔때쯤 우린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먼 길을 가야하기에 아쉽지만 이제 그만 가야 한다.
물이 한참이나 빠져나간 백사장을 걸어나오며 우린 해변가를 자꾸 뒤돌아 보았다.
아버진 검정 썬글라스를 끼고 붉은색 여름구두를 신고 , 마치
크린트 이스트우드 마냥  성큼성큼 걷고 계셨다.
등허리에선 땀이 살짝 배어 나왔다.

버스에 올랐다.
차창밖으로 양쪽에 키가 엄청 큰 미루나무가 마구 스쳐 지나간다.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위에 호박넝쿨이 우거진 전형적인 시골풍경도 지나간다.
마주오는 차가 옆으로 스쳐갔다.
자갈길에서 이는 뽀얀 먼지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 역시 잠들고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
누가 막 흔들어 깨우는 기색에 간신히 눈을 떳다. 아버지 였다
“ 애야 ! 이제 일어나야지 집에 다 왔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