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열기가 밀려오는 7월이다. 벌써
휴가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직장이건 어디든 사람들과 깊이 사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조기사 ! 껑충한 키에 새까맣게 탄 피부, 한때 다방 아가씨와 결혼 하겠다던 그
얼굴엔 항상 웃음을 띄었고 대인관계가 좋은 총각이었다. 뭐
가방끈이 긴 것도 아니고 , 알량한 지식이 많지는 않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어서 직장의 조수로써 난 그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30도가 넘는 찌는듯 더운 날 현장에선 슬라브 콘크리트를 치고 있었다.
온도가 높으니 펌프카(높은 곳에 관을 통해 콘크리트를 치는 차)도 자주 고장나고
인부들도 콘크리트가 굳어 평탄작업에 애를 먹고 있었다.
타설 인부들은 연신 손으로 물마시는 시늉을 하며 콘크리트에 물을 타 달라고 사인을 보내왔다.
이것은 부실의 원인이 되기에 안 되지만 , 당시는 레미콘 차에 물을 붓는 것이 보통이었다.
평탄작업을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작업전 소장님은 조기사를 불러 한가지 임무를 맡겼다.
“ 야 ! 넌 오늘 펌프카 옆에 지켜서 무조건 물을 못타게 막아 !”
소장님 평소 신조가 콘크리트는 시루떡처럼 물기가 없고 말랑말랑해야 제일 좋다고
항상 주장하셨고 슬라브는 끊지 않고 한번에 쳐야 된다고 늘 강조 하셨다.
오늘처럼 더운 날엔 습관처럼 콘크리트에 물을 타기에 특별임무를 내린 것이다.
타설 현장은 한바탕 난리부루스 였다. 물을 타려는 인부들을 조기사는 몸싸움을 하며
충성을 다하여 막았다. 그러다
슬라브판에 콘크리트가 반쯤 쳐졌을때 갑자기 펌프카가 터져 버렸다.
높은 온도와 뻑뻑한 콘크리트에 관의 압력이 이기지 못하고 두 번이나 터진 것이다.
그러자 화가 난 콘크리트 업체 사장이 사무실로 올라왔다.
소장실에서 한바탕 하고 난후 협력업체 사장이 소리쳤다. “ 야 ! 걷어 ”
펌프카 가 작업을 중지하고 붐대를 접었다.
그러자 소장님이 쫒아나와 업체 사장 손을 붙잡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현장소장은 거의 왕처럼 군림했고 , 업자들은 그 근처에도 잘 가지 못할
정도 였는데 체면이고 나발이고 없이 소장님은
“ 제발 한번만 봐줘요 ! 물을 지원해줄게 ” 그러더니
조기사에게 “ 야 임마 누가 인부들과 싸우라고 그랬어 ! "
" 지금부터 직영인부를 동원해서 물을 지원해 줘! ”
오히려 조기사를 나무래는 것이 아닌가 ?
반장이 인부를 데리고 물을 지원해주자 업체 사장이 화가 좀 풀렸는지 작업을 재개했다.
우린 이광경을 보고 머릿속이 화~해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되었다.
조기사는 멍해 가지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집에 가버렸다.
그날 작업이 끝나고 퇴근무렵 소장님은 날 불렀다.
“ 이과장, 오늘 자네가 조기사 집에 찾아가 좀 다독거려서 한 이틀 쉬고 나오라고 해~ 봐 ! ” “ 예 ”
어둠이 깔릴때쯤 난 오류역 쪽에 있는 조기사의 숙소에 찾아 갔다.
2층 다락방 한쪽의 삐꺽거리는 나무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섰을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한참동안 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시작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가 지금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잘 알기에 ,, 난 어렵게 말 문을 열었다.
“ 조기사 ,, 아까 ~ , 참 나도 황당해 뭐라 ,, 말 하기 그런데 ~ ”
“ 어쨌든 소장님이 널 찾으셔 ,, 며칠 푹 쉬고, 꼭 좀 나와 주길 바래 ”
“ 그래서 내가 이렇게 왔잖아 ~ ”
한동안 침묵이 흐른뒤 , 그는 입을 열었다.
“ 전 이제 안 갈거예요 ~ ”
“ 소장님은 이 현장의 총책임자예요 ,, 어떻게 말을 그리 쉽게 바꿀 수 있죠 ? ”
“ 난 소장님의 명령이라면 불에도 뛰어들 수 있는데 ~~ ? ! ”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 이후 난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떠나듯 ,, 너무 쉽게 떠나간 사람들 , 어쩔 수 없이 떠나가야만 했던 사람들
회자정리(會者定離)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는 이 말에
난 이미 무감각해져 있었다.
작가의 말
바다가튼!
바둑abc
헛된소리
굴초
숨어있는집
숨어있는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