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직 사범님이 쓰신 ‘우리의 안목은 어느 정도 연속적일까’  를 읽다가

“ 이 바둑은 1775년 12월 17일의 작품이다. 누가 두었을까. 14살의 소녀 요코세키 이호(橫關伊保)가 둔 것이다.”

란 대목에서 마음에  뭔가 찡 ~ 하는 울리는것이 있었다.  200년도 전에 한소녀의 대국한 기보가 기록되어 지금껏 전해온다는것 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국내 기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金玉均)이 일본 망명시절인 1886년 일본의 본인방 슈에이(秀榮)과 두었던 6점 접바둑 이라고 한다.  이 기보는 지난 92년 바둑서지학자 안영이씨에 의해 일본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1>    

우리나라사람이 둔 가장 오래된 기보역시 일본인에 의해 기록 된것이다.

무엇이든 자세히 기록해놓으면 후손들이 역사를 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뿐아니라 미래를 향해 한단계 뛰어오르려할때 밑거름이 되어준다.  순수 과학에 있어서도 한국이 일본이나 유럽에 아직 크게 뒤져있는것이 바로 기초 연구 데이타의 부족이라고 한다. 잘 정리된 방대한 양의 기초 자료야 말로 과학 발전의 도약판 역활을 해주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세계기전 우승에만 박수 갈채를 보내고 열광할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모든 기보 의 기록과 정리야말로 우리의 후세들을 위한 귀한 선물이 아닐까...

요즘 연구생들의 실력이 프로 이상이라고 한다.  연구생들이 두는 바둑은 기보가 기록되고 있는지 그리고 잘보관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후일 연구생중에서 또한명의 조훈현 과 이창호가 나올때 어려서부터 둔 그의 모든 기록이 중요해 질것이다.  가능한 모든 연구생과 프로 그리고 각종 아마츄어 대회의 대국들을 기록해 두면 좋겠다.

프로와 연구생들이 실험실에서 연구한 새로운 포석과 신형 정석 들의 데이터가 잘 기록되어져 있어야만 앞으로 한국이 계속해 세계의 바둑을 이끌어 갈수 있을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 조상들이 실수한것이 있다면 우리세대에서는 되풀이 하지 안았으면한다. 우리만큼은 가능한한 더많은 대국을 기록하고, 분류하고, 전산화 하여 보관하자.  이작업은 후일 바둑 정보사업에도 한몫을 할것이고 한국기원에서 투자할만한 사업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컴퓨터의 발달로 유형별로 나눌수 있을것이다.  ‘이런 유형에서는 다른 기사들이 어떻게 두었나’를  유형별로 검색할수있게 해준다면 연구생과 프로들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애기가들의 실력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은 해설 할때도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바둑을 진행하다 컴퓨터로 검색을 하여 그때까지 두어졌던 비슷한 모양내지는 유형을 찾아 누가 언제 두었다고 알려준다면 해설하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폼도 나지 않겠는가? ^^

“네, 이런 똑같은 상황이 19년전 에 조훈현과 서봉수프로 사이에 있었는데요 그때는 조 프로가 요런식으로 잽을 한방 먹였군요.”

1>  한국기원 – 바둑의 유래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