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사무실에서 모기를 잡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표정한 얼굴로 일하는 눈과 모니터 사이를 날아가는 모기를 손으로 짝~소리 내며 잡았습니다. 모기를 잡다보니 옛날 추억이 가득한 백일몽 속으로 정신이 쑥 빨려들어갑니다. 하루 종일 의자에서 정말 엉덩이 2번 들 시간밖에 없을정도의 집중력의 일을 하고 났더니 백일몽의 편안함이 당기는 힘에 대항할 힘도 없나 봅니다.
아직도 야근할 거리가 많은데, 백일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워드홀릭~ 정말 적절한 단어입니다. 최근에 들어본 단어중에 쓰임새 많을 단어 같습니다.) 그날은 참 더웠습니다. 여름방학이니 당연히 더웠겠지요. 낮에는 우물물로 걸레를 헹궈서 평상을 닦고는 더위에 지쳐서 그냥 자야했습니다. 혼자 개울가에 가서 놀리기도 뭐하고 운동장에 가도 아무도 없는 그런 지루한 여름 날이었습니다.
아마 한낮의 해가 기울자 밭에서 조그마한 감자를 캐다가 할머니가 볶아주신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는 감자를 물없이 찌는 것을 볶는다고 합니다. 하얀 분이 날정도로 먹음직스러운 감자였습니다. 어릴때는 그런 감자가 맛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감자를 보면 너무나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밤이 되자 자기 위해서 모기장을 쳤습니다. 그리고 이쪽 저쪽 삼촌이랑 형이랑 눕습니다. 그런데 신체 핵심적인 곳이 너무 가렵습니다. 어릴때 이야기니 그냥 적겠습니다. 불알이 너무 가려운 것입니다.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이 없어지지 않는 그런 가려움이었습니다. 특히 불알이다 보니 씨게 끍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뒤척 뒤척 잠 못들고 있는데, 할머니가 보시더니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이고는 연기로 가려운 곳을 닿게 합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어린시절 할머니가 괜찮다는 말에 마음의 효과였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가려움을 없애고 잤습니다.
이제는 하얀 분이 나는 감자를 볶아주고 가려운 곳을 담배 연기로 치료해줄 할머니가 없지만, 아직 내 기억 속에는 그리고 일하다 빠져더니 상상 속에는 여전히 할머니가 있습니다.
봄에 나타난 모기 한마리가 잠시 일을 멈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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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다리
음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