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가 폐쇄 위기를 거치면서도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다
10여 년 전 오로기객들의 요람이었던 걸 생각하면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일상과 글과 바둑에 대한 회의와 또 세월이 물줄기를 끊어 놓은 듯한데
나도 가끔 들러 나뭇잎 배하나 띄우고 회상에 젖는 촌부가 되었다
책을 읽지 않는 게으름이 그들로 많이 배웠는데.
그래도 아직 흙이 있고 내 상념의 씨앗이 있고 좀 멀리서 다녀가는 글벗이 있고
적지만 그들에 답하는 오랜 친구들도 있다
치열하지 않는 오솔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려 않는 잠깐의 평온과 일탈로
일면식 없는 사람끼리의 눈웃음 조금과 살짝 고개를 숙여보는 정감으로
서로를 부대끼고 스쳐간다.
사회를 이루어 감에 무의미 하거나 하잘 것 없는 것이 있겠는가.
전사와 학자와 신앙과 말초적인 욕구와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까지 모두 구성원이다
시대가 잠시 그들의 가치를 따질 뿐.
천제단 바둑대회에 참가한 지금 이창호국수의 부인이 된 연리지님도 여기를 거쳐 갔고
그 하루의 바둑 이야기와 산행과 청순한 모습이 새록하다.
굴초님의 평범한 일상을 해학과 풍자와 유머로 풀어가는 글 비빔밥이 떠오르고
암 투병 글을 마지막으로 대한 오로묵시록님
글쓰기에 무한의 애정으로 오해도 많았지만 글만으론 기우들의 애정도 많았던 선비만석님.
고인의 영면을 빌고.
지금 귀농하신 영원한 자유인 영판님.
지금은 교편생활을 은퇴하고 귀농생활을 하는 조금 까칠한 가다보면님
바둑의 현장을 실감나게 알려주던 은빛날개님의 계시원의 일기도 짧은 시간이나마 만났고
다방면에 박식하고 거침없었던 여현님
다소 여린 감성으로 쉬 상처를 받았던 죽시사님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고 수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걸로 아는 수목나라님
미국의 바둑 소식을 알려주시던 용마5님
나이에 맞지 않게 재기 넘치고 발랄하며 때로는 촌살 같은 글을 올리던 갑장 술익는향기님.
별천지님은 천라망상의 글
삶을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가던 저니님
다소 원색적인 듯한 무정부르스님의 글도 떠오른다.
지금은 베팅에만 전념(?)하시는 그대그시절님과 음류시인 들풀도 빼 놀 수 없다
더 많은 분들이 다녀갔지만 기억에 한계가 있고 지금 오로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제외했다
모두 어떻게 지내시는지. 살아는 계시는지.
혹여 여기 들러 제 글을 보신다면 저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저에게 좋은 감정이 없더라도
눈웃음 한번 주지 않아도 되니 지나는 길에 고개 살짝 숙여주시면 좋겠다.
가을이 오고 가을이 된 나이에 술 한 잔 주고받지 못해도 임들을 기억하고 지난 편린들을 담아
술 한 잔 기우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