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는 소.

오늘은 그냥 편의상 말을 놓을게. 알아요. 형님 누님 아버님 벌도 많지만 그냥 쓰기 편하게 말을 놓는다고요. 이해를 해달라고요. 거슬리면 여기서 접고 읽지 마세요. 흠, 그냥 읽으시겠다고요? 뭐 편한대로 하세요. 내 이름은 조각달이야, 이름에서 느껴지는 거 없어? 없다고? 감이 없군.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져야 정상인데 말이지, 성질 더럽지, 한 싸움 하지, 태권도 합기도 유도 합쳐서 공인된 것만 십이단이야, 화곡동 쌍코피 그게 나야, 전설이지, 청량리에서 화곡동의 우장산으로 조폭들이 야유회를 왔었거든, 좋은데 다 놔두고 왜 우장산으로 왔냐고? 거야 모르지 글 쓰는 놈이 왔다고 하면 믿어야지, 뭐 어쩌겠어, 하여튼 청량리 조폭 사십 명이 우장산에서 야유회를 하는데 거기 조각달이 뜬 거야, 조폭들이 족구를 하다가 찬 공이 그만 조각달이 부인을 데리고 와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는데 그만 조각달의 뒤통수에 공이 딱 맞은 거야.

사과해라. 못하겠다. 그래서 조폭 사십 명이랑 일대 사십의 격투가 벌어진 거야, 조폭들이 열 받아서 칼이랑 쇠파이프랑 과일 깎는 칼을 들고 죽인다고 달려들었지만 조각달이 누구야

공중 삼 회전 돌려차기로 우선 중간보스 세 명을 삼초 만에 제압하고 아금손 목 치기로 보스 급 들 세 명을 제압하고 반달차기와 찍어 차기와 후리기로 정확하게 십오 초 만에 열세 명을 쓰러뜨린 거야, 조폭들이 입을 딱 벌리고 덜덜 떨 때 조각달이 그랬다는 거지, 사과 안 할 거야? 그래서 청량리 조폭들이 사과를 했다는 거야. 전설이니까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야, 첨 듣는 이야기라고라? 그건 당신이 착하게 살아서 그래. 암흑가 뒷골목 이야기를 당신처럼 모범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어찌 알겠어, 그런데 말이야, 부인이 급한 일로 친정을 간 거야, 방학이라 아이들 데리고 간 거지, 심심했던 거야, 심심해서 잠깐 외출을 했는데 강서구청근처에 가니까 재즈 바가 하나 생긴 거야, 재즈 바 히로시마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유명한 연극이야, 자세히 알려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 좌우지간 심심하던 조각달은 그리로 들어갔지 재즈의 선율이 흐느적거리면서 흘러넘치고 조명 때문에 여자들이 엄청 예뻐 보이는 거야, 글쎄 마누라 시골간지 하루도 안 되어서 다른 여자한테 눈길을 돌리는 조각달이라니 설마 뭐 딴 짓이야 하겠어, 그런데 한쪽 구석에서 처연한 모습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여인네가 탁 레이더망에 잡혔더라는 거야. 본래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조각달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마누라는 애들 데리고 친정 갔겠다. 자유의 몸이니 하룻밤의 풋사랑을 기대한 거지. 안했다고? 이런 걸 미필적 고의 뭐, 어려운건 건너뜁시다.

“혼자 마시는 모습이 처연해 보이십니다.”

“신경 끄고 댁 볼일이나 보시오. 훌러덩 대머리에 배불뚝이는 흥미 없어요. 뭐 거울이나 보고 들이대시던가 하시지, 이 동네 완전 구정물이네?”

“음악이 참 좋아요.”

“재즈 바니까 재즈가 나오죠. 생긴 대로 멍청하군요.”

"혼자 오셨나 봐요 외로우시겠다."

"보면 몰라요?"

"놀아 줘"

조각달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여인이 웃었다. 역시 고수야.

"하하하 정말 재밌는 분이네요. 독설에 노여움도 안타시고,"

“미녀와 야수라면 야수가 감당해야할 몫이 있는 거죠. 사실 독설에 찔끔하긴 했어요. 너무 사나운 여자는 질색이거든요.”

여자가 또 웃었다. 조각달의 마음에 희망이 솟았다. 그때 여인이 질문을 던진다.

"댁은 겁이 많은 편인가요?"

"제 별명이 화곡동 쌍코피입니다. 제 눈빛만 마주쳐도 쌍코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고 생긴 별명입니다."

여자가 말했지,

"사실은 오늘 아주 겁이 없고 깡다구가 센 그런 남자를 하나 만나려고 이 재즈 바 히로시마를 온 거에요"

"적임자를 찾았습니다, 바로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제 부탁을 들어 주세요"

"그럽시다."

"나가죠."

두 사람이 나란히 나가자 검은 세단 한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운전사가 내려서 문을 열어주는 거야, 덩치 좋은 기사가 내리더니 말하더군.

"타시죠."

여자가 문을 열고 조각달을 안으로 모시자 운전기사가 물었지.

"누구시죠?"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말했지.

"신경 쓰지 말고 운전이나 잘해"

기사의 얼굴이 붉어지더군, 쪽팔리다 이거지 남자도 있는데 너무한다 싶지만 어쩌겠어, 걍 기사잖아,

"어디로 모실까요?"

"집으로 가"

미끄러지듯 세단이 출발했어, 그리고 여자의 집으로 간 거야,

이 여자 정체가 뭘까? 가보니까 아파트야, 한 육십 평 되는가봐, 다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 다찌가 뭐냐고? 이런 걸 일일이 설명해야 하니 글쟁이가 불쌍하군, 독자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든지 해야지 원 다찌는 일본인 현지처의 은어야,

"퇴근 해"

여자가 운전사를 바라보면서 말했어, 운전사야 영 찜찜하지, 불안하고 그래서 망설이다가 엉거주춤 사라졌지,

"놀라지 말아요."

그러면서 안방 문을 열었어, 그런데 거기 한 사내 하나가 죽어있는 거야, 가슴에선 피가 흐르고 있는 거야, 보니까 가슴에 칼이 하나 박혀 있더군,

"아까 잠시 집에 들렀죠, 전용기사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그런데 갑자기 이 사람이 창문으로 들어와서 저를 강제로 욕보이려 했어요, 그래서 반항하다가 과도를 집어 들고 찔렀는데 정확하게 심장에.."

아무리 간덩이가 부은 조각달이라도 막상 시체를 보니까 덜덜 떨리는 거야

"어쩌실 겁니까?"

"벽제 화장터에 가서 태워버리게요"

"사망 신고도 하지 않은 사람을 태울 수 있나요?"

"이 시체를 쥐도 새도 모르게 치우려고 사람을 물색하던 중에 댁을 만났습니다. 이걸 처리해주면 천만 원 드리겠습니다."

천만 원, 천원도 아니고 만원도 아니고 천만 원,

"그런데 저도 시체은닉죄로 공범이 되는 거 아십니까?"

조각달이 따지듯이 물었지,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차라리 자수를 하세요, 경찰에 신고도 하고 정당방위라면 정상참작이 되서 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사람은 일본인 조폭이에요, 저는 이 사람의 현지처 인 셈이죠,"

다찌가 맞군.

"그런데 제가 지금 운전수로 고용한 사람이 점점 좋아져서 이 사람이랑 헤어지려고 그랬는데 이 사람이 칼로 나를 찌르려 했고 난 반항을 하다가 그만 일이 이상하게 꼬였죠."

"산 에다 묻어버립시다."

"저야 고맙지만, 혹시 눈에라도 띄면?"

"가평 쪽에 가면 명지산이라고 있는데 거기다 묻읍시다."

여자와 조각달이 시체를 이불로 쌌어, 여름이불로 말이야, 이불에 피가 막 고이더군, 그리고 경비가 졸고 있는 틈을 타서 얼른 시체를 업고 나와서 다행히 일층인지라, 차 트렁크에 실었지, 그리고 운전대 옆에 조각달이 앉았지,

"손이 떨려서 운전을 못 하겠어요"

여자가 덜덜 떨면서 말했어,

할 수 없이 조각달이 운전대를 잡고 스르륵 하고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갔지, 그리고 명지산 쪽을 향해 차를 몰았지, 그때가 새벽이야, 차가 막히지도 않아서 한 시간 반 만에 명지산에 도착한 거야, 으슥한 비포장도로를 들어가서 차를 대고 시체를 묻으려는데 글쎄 삽이 없는 거야,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깜빡한 거지, 마침 뿌옇게 동이 터오고 있었어, 조각달은 몰래 동네로 잠입해서 농가에서 삽을 훔쳐왔어, 그리고 땅을 파기 시작했어, 그리고 시체를 확 밀어 넣었지, 그런데 시체가 꿈틀 하는 거야, 그러더니 시체가 말을 했지.

"조또마떼 구다사이"

이런 말을 지껄이는 거야, 근데 조각달이 그 말을 듣고는

"이자식이 왜 욕을 하고 난리야"

그러면서 삽으로 머리를 한방 더 때린 거지,

"좌우지간 쪽발이 놈들 욕부터 배워서 큰일이야, 조또 어쩌고 하는 그런 욕을 제일 먼저 배우다니 천박한 놈"

좌우지간 삽으로 머리를 쳐서 완전히 죽인 후에 막 덮으려는데 차문이 열리면서 운전기사가 나온 거야, 집에 간줄 알았던 운전기사가 아무래도 찜찜해서 뒷좌석에 숨어 있었고, 여자나 조각달은 뒷좌석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거지,

"어?"

여자와 조각달이 동시에 놀랐고 여자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더군.

"저 사람도 죽여요"

조각달이 휙 달려들면서 삽으로 운전기사를 후려 친 거야, 한방에 오케이, 두 사람의 시체를 묻은 후에 근처의 풀을 모아서 표시 안 나게 했지, 근처의 낙엽들을 주워 다가 정말 평지처럼 만들고 그리고 다시 차를 운전하고 비포장도로를 빠져나오는 거야, 이런, 이런, 마음은 급한데 차는 덜컹덜컹 뛰어오르고 그런데 그때 반대편에서 소달구지 한대가 오고 있는 거야, 피할 데도 없고 속도를 줄이기엔 너무 늦고 꽝, 그런데 말이야, 어떻게 되었느냐고? 승용차랑 소랑 정면으로 부딪혔다니깐? 뭐가 넘어갔겠어? 당연히 소지. 소가 넘어간 거 인정? 음 고개를 끄덕이는 군,

그래서 당신도 속아 넘어간 거야, 다 뻥이지. 허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