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되면

몇 해동안 인적이 들지 않은 山寺의 암자처럼...

뒤안에 대 숲이 칠흙처럼 우거진

홀로 사시는 북월댁 할머니네 집은 더욱 고요하다.

여느 때 잡초와 검불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던 마당은

어느새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다.

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북월댁은 일찌기 남편을 여의고

하나 있던 장성한 아들은 소작 농사일에서 희망을 보지 못하고

병치레 잦은 어머니를 두고 서울로 떠났다.

명절 때마다

벌써 몇 해 째 소식조차 없는 아들을 기다리며

마당을 쓸었을 그 할머니는

낮 동안은 동네어귀를 나섰다가

먼발치로 간간이 버스가 다니는 신작로를 바라보고

행여나 집에 와 있을까 부랴부랴 집으로 다시 들어오고는

텅 빈 휑~한 마당을 다시 싸리비로 쓸며

달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밤이면

바람에 싸리빗자루 쓰러지는 소리만 들어도

봉창을 활짝 열어제키며

'형구왔냐아~?' 하고 부르시는 것을 동리사람들은 잘 알기에

명절동안 괜한 인기척으로 실망을 드리지 않으려고

북월댁 집 앞을 지날 때는

신당 앞을 지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하고

발걸음조차 뜸 하니 더욱 고즈넉해진다.

그렇게 명절이 지난 후면

토방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는 노쇠한 할머니의

자글자글 주름진 눈가에 이슬이 비친다

애타게 기다리는 에미를 두고

소식 한 장 없는 자식의 무심함에 서러워 목이 메이는지...

귀한 양식으로 만든 떡을 못내 자식에게 먹이지 못하고

이미 쉰내나는 송편을 아까워 버리지 못해

부실한 이로 씹어서 넘기느라 목이 메이는지..

그렇게 또 며칠 자리에 누워계신다.

그리던 며칠 후 어느 날

새벽 댓바람에

낯선 선물꾸러미를 들고 우리집을 찾아 오신 북월댁 할머니는

자고 있는 나를 깨워 급히 종이 한 장을 주시며 말씀하신다.

"아가~ 정호야!.. 이거쩜 후딱 읽어 봐라이! "

"하이고메!!~ 먼일여 이게~ 부걸떡!..  긍께..형구가 왔었는 갑네이~?!!"

우리 할머니는 덩달아 흥분하셨고

언문을 깨우치지 못하신 할머니를 위해 나는 대신 편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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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불효막심한 못난 자식놈을 용서하십시요.

진지 잘 드시고 몸성히 계세요.

저는 잘 있으니 걱정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자리 잡히는대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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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내용을 들으시면서

눈물을 훔치느라 연신 손바닥으로 눈가를 짓무르시는데 

어느새 북월댁 할머니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난다.

 "썩을 넘이.. 어서 디졌는가 혔드니...!"

"그나이나 여까지 와서 에미한티 얼굴도 안비치주고 가는 종자가 어딨다요?"

소여물 주다 말고 할아버지가 와서

타박하듯 아들이 왔다 간 것을 축하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