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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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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수에 패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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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파란이 잠잠해지면 우리는 승착(勝着)보다 패착을 먼저 짚는다. 괴로운 심정을 숨기기 위해서인가. 패배의 인과를 알고 싶어서인가. 승부는 본래 인간적이라 패착은 깨달을 수 있되 승착이란 잡을 수 없어서 그러한가.
패착은 대개 중반이나 종반에 나타난다. 그러나 때론 초반에 등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흥미 있는 일화가 두 개 있다.
하나는 1933년 오청원과 기타니(백)의 대국. 기타니가 외목에 둔 백2를 패착으로 지목한 것이다. 첫날 백24까지 진행한 후 중단된 대국이다.
두 기사는 지옥곡(地獄谷)으로 한 달간 휴양을 떠났다. 거기서 얻은 것이 4선의 발전성이 중요하다는 신포석 아이디어. 따라서 3선의 외목은 나쁘며 4선의 고목이 좋다고 본 것이다.
다른 하나는 1997년 조훈현 9단이 이창호 9단과 제15기 대왕전 도전기 제2국을 끝낸 후 흑3을 패착으로 보고 싶다는 조9단의 감상이다. 흑3은 응수타진의 걸침이었는데 그 방향이 틀려서 묘하게도 다음 흐름이 나빴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해가 될 듯도 말 듯도 하다. 그러나 이런 예가 필자에게도 하나 있으니 얼마전 김승준 7단과의 대국에서다. 패착을 묻는 필자(흑)의 질문에 김7단이 답했다.
“흑5가 패착 아닐까요?” 흑5가 패착? 믿어지지 않았다. 초반의 걸침이 패착이 될 수 있는가! 내가 그리도 못 둔단 말인가?
그러나 김7단의 설명을 들어본 후 수긍이 갔다. 기보에서 좌상귀 흑5 이하 백8까지를 주목하자.
-이 모양에서 흑5를 A에 옮기면 좋을까,아니면 실전처럼 5가 좋을까?
▶흑7과의 거리를 본다면 A가 더 두텁다.
-흑5가 A에 있다고 하자. 그러면 흑7 대신 B가 좋을까,아니면 실전의 7이 좋을까.
▶B가 백을 좀 더 압박한다.
-좌하귀를 백이 아니라 흑이 점거하였다면 백6 협공이 가능할까?
▶아니다. 그리고 흑7도 백6에 대한 협공을 중시하는데 실전은 좌하귀 백 때문에 불가능하다.
과연 최근의 바둑을 유심히 돌아보니 백2,4의 구도에서 흑5는 없었고 A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포석의 수준이 여기까지 도달했는가! 그건 모르지만 분명한 건 필자의 기쁨. 흑5가 패착이라는 그런 바둑도 두어 보았다는….
(문용직 프로4단 2003-02-04)
○... 관련기보는 제15기 대왕전 도전2국이다. 3번째수를 패착으로 지목했던 조훈현 9단이 승리를 거뒀다. 이때의 도전 5번승부는 이창호 9단이 3-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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