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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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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하고 유도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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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16일) - 유도하고 유도된건가?
반상의 승부에 兵法이 작용하는가? 아니다. 반상에는 병법이 필요 없다. 병법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병법은 詭計가 지배하는 것. 정보를 제한하고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것. 정보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이용하는 것.
반상의 승부에 心理가 크게 작용하는가? 그렇다. 들어간다.
意圖는 어느 정도 개입하는가? 그건 의문이다. 전략은 분명히 있다. 그 전략을 의도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의도는 과연 어느 정도 개입하는가? 폭넓게 본다면 전략도 의도의 소산이라 의도는 개입한다.
실전1
그러나 다음 실전1과 같은 과정일 때 흑의 의도가 개입된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가?
흑27 흑29는 흑의 의도가 개입된 것인가? 백30을 유도한 건가?
나는 표현을 중시하고 싶다.
나는 흑27 흑29에는 의도란 들어가지 않았다고 보고 싶다.
의도란, 가치판단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간다. 상대를 유도하고자 하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단어이다.
내가 보기에 흑27 흑29는 논리를 따라 둔 것이다. 설령 백30이 실수라 할지라도 그 실수를 유도한 것은 아니다.
만약 백30이 실수한 것이라면 그건 이 국수가 잘못 읽은 것이고 결코 최 6단의 술수에 말려들어간 것은 아니다.
바둑은 그런 게임이 아니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바둑이라는 게임을 잘못 이해해도 크게 잘못 이해한 것이다.
참고도1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왜 백30을 참고도1과 같이 두지 않았을까. 매우 가볍고 여유있는 행마다. 반상의 틀을 크게 본다.
참고도2
참고도2 흑1이 두렵다고?
참고도3
걱정없다. 참고도3처럼 처리하면 된다. 오히려 백이 두텁게 된다. 이후 흑A는 백B 흑C 백D까지 백은 두터움이 늘어남에 즐겁기만 하다.
실전2
실전의 진행을 따라가보자. 실전2 흑31이 최6단의 강수. 앞서 흑27 때부터 노린 수이다. 노린 수? 그렇다. 노린 수이다. 그러나 노렸다고 해서 이 국수로 하여금 백30을 유도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런 심리는 프로의 심리에서 제외된다.
프로는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노림을 주된 논리의 하나로 내면에 둔다면 그건 자신의 함정이다.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리는 길만이 남는다.
실전3
백은 실전3으로 응수할 밖에 없다.
참고도4
다른 수는 없다. 참고도4는 백이 무너지는 길이다.
자, 다시 돌아보자. 실전3은 흑이 - 속된 말로 - 한 건 한 것인가?
글쎄다. 그런 듯도 하고 아니 그런 듯도 하고.
대국 다음 날 이 국수와 나는 아침 10시 버스를 타고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눈 덮인 함양 읍내를 걸어 고속버스 터미널까지는 숙소에서 5분 거리.
함양의 애기가 한 분과 부산에서 온 애기가 한 분이 터미널까지 짐을 들어주셨다. 감사!
나는 이 국수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말이지, 사실 敗者에게 대국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시간이 며칠 지난다면 다르지만 말이다.
서울에 가까이 왔을 때, 조금이라도 대국의 시간으로부터 멀어졌을 때 나는 물었다.
이 국수. 우변 변화가 어때? 흑31로 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에겐 그 수가 매우 어렵던데. 아니, 그 근방 흑27로 붙여가는 것부터 잘 모르겠던데.
진지한 눈매, 조용한 목소리로 이 국수가 말했다.
그거 흑이 괜찮은 거 아닌가요. 백이 좀 더 생각했어야 했을지도….
……
오늘은 이만 쓸까.
…
아니다. 참고도 두어 개만 더 그리자.
참고도5
실전의 흑27. 그러니까 참고도5 흑1에 대해 백이 아래로 젖히는 것은 참고도5와 같이 진행된다.
참고도6
문제는 그 다음. 참고도6 백1은 어떨까.
참고도6은 참고도7과 다름이 없다. 백1 흑2 교환이 백에게 악수가 된다. 고로, 참고도6은 백이 선택할 수 없는 진행이다.
참고도7
참고도8
참고도8 백1은 어떨까. 어수룩하다. 흑2가 절호점이다. 우하귀 흑집이 매우 크며 중앙에 진출한 흑2가 백에게 괴로움을 준다.
참고도9
그렇다고 참고도9로 둔다? 그건 안될 말. 흑이 하나 머리를 내밀 때마다 좌변 백이 약화된다.
참고도10
그렇다고 손을 뺀다? 그것도 안 될 말. 참고도10 흑1이 너무 아프다. 흑3까지 오면 우변 백이 음…, 괴롭다. 이건 그릴 수 없다. 마음 속에 그릴 수 없다.
음, 그러고 보니까, 참고도10에는 백 돌이 하나 생략되어 있구나. 어쩐지 흑에게 너무나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사실, 복기를 하거나 연구를 할 때 이 정도의 생략은 자주 나타난다.
그 생략 때문에 그릴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그림이다?
그건 아니다.
실수로 그리 할 수도 있지만, 참고도10 흑1의 힘을 가늠하기 위해 생략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며칠 전 드린 문제의 답을 드리고 오늘 아침, 나의 다른 일과를 시작하자.
참고도11
참고도11은 흑이 충분하다. A로 잇는 것에 대신해 백 한 점을 잡았으니 말이다.
참고도12
참고도12는 백이 A에 후수로 가일수 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러면? 그러면! 흑은 문제도에서 밝힌 바 前提, 즉 다른 큰 곳으로 손을 돌릴 수 있다. 흑3 이음을 선수로 얻었다!
참고도13
참고도13처럼 백이 두어오면? 역시 흑은 흑5 이음을 선수로 얻는다.
물론 다음 질문은 당연하다. 흑도 큰 손해가 아닌가?
그 질문은 틀리지 않은 것이다. 흑도 손해다. 그러나 문제에서 나온 전제, 즉 남은 큰 곳을 흑이 차지한다.
우리는 前提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참고도14
참고도14는 백이 그야말로 곤란한 것.
9시 15분. 이제야 창을 연다. 눈에 먼저 띄는 것을 찾는 것은, 마음에 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려울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다.
오늘 나는 아침에 약간의 밥값을 한 셈인가. 나도 일을 한다. 당연히 일은 해야 하며 또 그 일로 먹고 살아야 한다. 누군들 벗어날 수 있는가.
남겨진 遺産이나 일확천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을 무시하지 말자. 그것도 우연이 아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뭔가 어디선가 원인이 있었다. 우리가 모른다고 가볍게 비교하지 말자. 그러나 용직아. 너는 그 맘을 떨쳐낼 수 있는가? 떨쳐내도록 노력하자. 그게 바르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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