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이 에톰과 생명과학자A를 노려보았다.

“오라 그러고 보니 생명과학자A 당신은 이때까지 연극을 하고 있었군. 네 놈의 아들 가슴에 총을 겨눈 것도 다 연극이었어. 네 놈은 네 놈 아들의 방탄복위를 겨누었지.”

히든의 얼굴이 더욱 잔인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생명과학자A는 무척 고통스러운 듯 가슴밑바닥에서 터져 나오는 말을 참고 있었다.

에톰은 소년들과 함께 생명과학연구소로 뛰어갔으나 생명과학자A가 없자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에어커텐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오다가 히든에게 잡혔다. 소년들이 조금만 늦게 도착되었더라면 과학자들이 에어커텐을 뚫고 밖으로 나왔을 때 도와줄 수 있었는데 .... 운명의 시간은 결코 에톰에게 행운을 안겨주지 않았다.

“어떤 녀석부터 처치할까. 오냐! 제일 덩치 큰 네 녀석부터 죽여주마. 이미 죽은 알렉스들의 저승 길동무가 되는 것도 의미가 있어렸다.”

한 방의 총소리가 진동하였다.

코스모가 스르르 무너졌다.

“가련한 욕망덩어리 히든이여!

그대도 언젠가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이다.

우리는 바둑알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한다.

바둑알은 작은 지구다.

모가 깍이면 원이 된다.

모든 천체는 원으로 가깝게 바뀌어간다.

히든 당신도 모난 성격을 바꿔가야 될 것이다.

인생사 자잘한 얘기는 바둑 속에 있으니

사람들아 바둑 속에서 인생의 철리를 느낄지니

흑백의 명암대비는 극명하다.

가장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서로 어울리면 아름다움이 생긴다.

바둑알들이 만들어 내는 그 오묘함.

어둠의 사람이여!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버티던 코스모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영원한 잠속으로 들어갔다.

소년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마지막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자신의 상의를 쥐어뜯으며 처절하게 버텼던 코스모. 상의 속으로 언뜻 보이는 물에 덴 상처! 블랙야크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였다.

철구였다. 꿈에도 만나고 싶었던 절에 버렸던 자신의 아들이었다.

순간 인내의 극에 달한 블랙야크가 히든의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대었다.

“꼼짝 마라! 히든 넌 이 세상전부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을 죽였다.”

“뭐라구! 블랙야크 그건 착각이야! 다시 한 번 확인해봐.”

“이미 내 두 눈으로 확인했어. 물에 데친 듯 우둘투둘해진 보기 흉한 가슴의 상처! 더 이상 무슨 확인이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너 히든은 이제 죽어야 되겠어.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을 찢는 총성이 울렸고 히든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블랙야크! 어리석은 짓이야. 나 하나 죽는다고 악이 이 세상에 사라지진 않아. 제2의 히든들이 이 세상에 우글거려. 내가 살아생전에 모든 악인들을 모조리 청소하고 나도 세상을 하직하려고 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식민지 알렉산더Y-09에 알려야 되는데. 인공블랙홀 실험을 막아.....”

히든이 인공블랙홀 실험 얘기를 내뱉고 숨을 거두었다. 멀리서 알렉스1이 군사들을 데리고 뛰어오고 있었다.

“생명과학자A! 소년들을 데리고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요.”

블랙야크가 다급하게 말했다.

군사들의 총구에서 불을 품었다.

블랙야크도 군사들을 향해서 총을 쏘았다.

“블랙야크가 배신했어. 블랙야크를 죽이고 히든을 구하라!”

알렉스1이 고함을 질렀다.

에톰이 주머니에 있던 드림카를 불렀다.

“드림카! 돌아 와다오.”

에톰의 주머니에 있든 드림카가 제 모습을 나타내었다. 소년들과 과학자들이 드림카를 타자 드림카는 무서운 속도로 하늘로 치솟으며 날아갔다.

“여기는 블랙야크 핵기지 나오라 오버.”

“여기는 핵기지 블랙야크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절대명령하달. 지금즉시 핵 기지 필수요원들은 핵과 함께 이 세상을 하직한다. 절대명령이다. 핵과 함께 이 세상을 하직한다.”

순간 핵 기지가 터지면서 천지에 섬광이 번쩍였다. 사격을 하던 알렉스군사들이 일제히 땅에 엎드렸다.

대지에 우뚝 서있던 블랙야크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한발의 총성이 울리며 과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젊음을 히든에게 고스란히 바쳤던 블랙야크가 쓰러졌다. 꿈은 훌륭했으나 사람을 잘못 선택하여 40중반에 생을 마치고 말았다. 부자(父子)의 죽음을 하늘도 슬퍼하는지 하늘에서 폭음이 계속 들려왔다.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핵먼지가 사방으로 날았다.

“드림카 최대속도로 여기를 벗어난다. 여기는 사지(死地)다.”

드림카가 더욱 속도를 내어 몽골고원으로 날아갔다.

에톰이 자신의 아버지를 꿈꾸듯 한참바라보고 있었다.

에톰의 아버지가 에톰을 포근히 안았다.

“에톰 전번에는 미안했다. 너의 가슴을 향해서 총알을 발사할 때는 이 애비의 가슴도 찢어질듯이 아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놈들을 속이기위해선. 이 애비가 히든의 왕국에 잡혀오고 나서 삼 일째 날이었다. 일주일 뒤에 기억을 모조리 지운다는 것을 히든과 블랙야크가 생명과학연구소 옆 사무실에서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날 저녁 놈들 몰래 내 기억을 생체컴퓨터에 저장 해놓았다가 다시 복원했던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에게는 미안했지만 기억을 지울 때 까지는 각자 다른 방에 격리 수용되어 있었다.”

생명과학자A의 말은 들은 우주과학자Q와 신소재과학자M이 무척 괴로워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시험대에 누워서 기억이 지워진 날 부터 이미 죽은 목숨이었어.”

신소재과학자M이 말했다.

“미안해요. 내 혼자 기억을 되찾았으니.”

생명과학자A가 죄송한 얼굴을 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당신마저 기억을 모조리 다 잃어버렸더라면 지금처럼 우리가 히든의 왕국을 탈출 할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너무 미안하게 생각하지마세요. 다 운명이죠.”

우주과학자Q가 가혹한 운명을 받아들이듯 암울하게 말했다.

“에톰 잠시 드림카를 멈추어다오. 이 몽골고원에서 진시황처럼 영원한 생명을 갖고자 발 부등 쳤던 히든의 꿈을 태워서 날려 보내자꾸나.”

생명과학자A가 말했다.

“히든의 꿈이라니요?”

“Life And Death다. 이 책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이 지구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열망이 담긴 책이나 사람들은 오래 살수록 이 지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히든 같은 인물이 이 책을 독점하게 되면 지구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되거든.”

몽골고원에서 영원히 살고자했던 히든의 꿈이 한 줌의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