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일기예보에는 새벽 3시까지 오고 그친다고 했는데 또 틀렸다. 5시에 일어나서 간단히 요기하고 씻고, 서울가는 첫차를 타기위해 서둘렀다.
오늘은 10일전에 MRI, 혈액, 소변검사 결과과 나오는 날이다. 2월15일 신장암 3기 판정을 받고 8.5센치 종양이 대동맥,대정맥까지 퍼져 임파절까지 전이가 되었다.
왼쪽 콩팥은 당연히 적출하고 나도 모르게 내 배에는 높은 산맥의 그림이 새겨졌다.
3개월동안 아내와 함께 꾸준히 만보를 걸었다.한장소에만 다니는걸 싫어해서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면서 경치를 즐기면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 다행 스럽게도 우리가 사는 부산 기장 근교에는 아름다운곳이 정말 많다.감사한 일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피곤함이 몰려와 중간중간에 눈을 붙이면서도 오늘 나올 결과에 신경이 쓰였다.
의사 선생이 항암을 하자면 어쩌지, 어떻게 거부하지!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 생각이였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을 생각이였다.
생각보다 빨리 서울에 도착했다. 진료시간은 오후 1시30분 이였지만 병원에 도착하니 11시가 겨우 넘었다.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한참을 기다린후에 간호사의 호명이 들린다.
담당 의사와 3개월만에 대면했다. 밝은 표정으로 모든 수치가 정상이란다. 크레아티닌 수치는 1.58이라 한다.
정상범위 보단 조금 높지만 많이 낮아 졌단다. 아내는 되물었다. "선생님 그럼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안해도 된다는 말씀입니까?"라고 재차 되묻는다. 선생님은 당연히 그렇다면서 3개월 뒤에 다시 검사해 보자고 한다.
다행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예약해둔 호텔에 짐을 풀고 기분 좋아진 아내는 들뜬 목소리로 가족들한테 소식을 전한다. 언니, 오빠들 모두 한목소리로 잘했다.다행이다.격려해준다. 아내가 운다.
간단히 씻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길상사에 들러 보러 가기로 했다. 오늘같은 감사한 날에 찾아보고 싶은 곳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이 귓가에 와 닿는다.
"맑고 향기롭게" 살으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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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자!!
웃고살자
초보할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