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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대 바둑대회의 '징크스 이야기'
베트남 최대 바둑대회의 '징크스 이야기'
2014 LS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 소식과 이모저모
[해외통신] 이강욱  2014-09-10 오전 09:34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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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LS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가 올해도 방학시즌에 어김없이 열렸다. 베트남 최대의 바둑대회다. 구자홍 회장(오른쪽 끝)의 여자부 시상식 모습.


1년 내내 무더운 날씨의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도 6월~8월 3개월간은 ‘여름 방학’이라 불리는 방학 시즌이다. 한국에 비하면 방학기간이 길지만 겨울방학이 없는 베트남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이때를 기다린다.

베트남 바둑인들 또한 조금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1년 중 이맘때를 손꼽아 기다린다. 바로 1년에 한번 열리는 베트남 유일한 전국바둑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LS전선의 후원으로 8월12일~16일 4일간 호치민 시 1군에 위치한 로얄호텔에서 “2014 LS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가 열렸다.


▲ 대회장 모습.

모두 5개 도시에서 90여 명의 참가자들이 6개 부문으로 나눠 열전을 펼쳤다. 개인적으로는 베트남 파견 이후 다섯 번째 맞이하는 대회로서 파견 초기 호치민 시 선수들의 대국결과에 일희일비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재미있는 사건, 사고(?)를 찾아다녔는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몇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다.

베트남 전국바둑대회의 시작은 2001년부터라고 하니 올해가 14년째. 그리 길지 않은 역사지만 이들 나름대로의 깨지지 않는 대회 징크스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는데...

내가 호치민 학생들을 위주로 가르치고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하노이, 다낭 소속 선수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회를 앞둔 어느 날 호치민 선수들의 수업시간에 냉정하게 지난해 우승자인 팜안(하노이)의 2연패를 점쳤더니 옆에서 듣고 계시던 유이 선생께서 호언장담을 하신다. “팜안은 절대 우승 못합니다.”

“왜요? 제가 보기엔 제일 잘 두는 거 같은데...”
“실력이 제일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까지 13년간 남자부에서 2년 연속 우승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고작(?) 13년밖에 안된 징크스를 굳게 믿고 계신 유이 선생이 귀엽다고나 할까? ^^ 적어도 몇 십년간은 이어져야 징크스지~. 하지만 실제로 팜안은 총 7회전 중 6회전까지 전승을 달리며 징크스 같지 않은 징크스를 깨는 듯했다.


▲ 우승후보 팜안(왼쪽)과 번의 대결.

대회 마지막 날...6전 전승의 팜안은 꾸준히 선두권을 쫓아온 다낭 소속의 번(5승1패)과 대국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이긴다면 전승으로 깔끔한 우승이지만 진다면 동률. 스위스리그의 특성상 점수를 계산해야하는 복잡한 상황이 된다. 모두들 이 대국이 우승 결정국이라며 관심 있게 지켜보았는데...

심적 부담이 컸던 것일까? 평소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팜안이 졌다. 결국 6승1패를 기록한 팜안(하노이), 번(다낭)과 마지막 대국에서 유이 선생을 상대로 예상외의 승리를 거둔 록(Loc, 붕따우)까지 세 명의 선수가 6승1패 동률을 이루었다.

호치민 출신이지만 호치민 대표로 출전자격을 얻지 못한 록(Loc)은 마침 성인 선수를 찾던 붕따우 시 선수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직은 실력이 약해 우승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보았던 선수였다. 대회 내내 눈에 띄지 않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우승권의 성적임을 알게 될 정도로 록의 성적은 예상밖의 일이었다. 세 명이 동률을 이뤄 점수계산이 진행되고 잠시나마 정적이 흐를 때쯤 대회장 구석에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점수계산 결과 모두의 예상을 깨고 록이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록 본인조차 어안이 벙벙한 놀라운 우승이었고, 나로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대회 징크스에 소름(?)이 돋는 상황.


▲ 대회 이변의 주인공 록(LOC. 붕따우 소속)

전승을 달리다 막판 우승을 놓친 팜안은 물론이요 기존의 강자들도 맥 빠지는 일이었지만 베트남 바둑계를 생각해보면 의미 있는 우승일 것이다. 그 이유는...

작년 하노이대회에서 처음으로 전국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붕따우(VUNG TAU) 시는 호치민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해변 관광도시다. 붕따우 시 바둑관계자는 올초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초청하여 붕따우 시 바둑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고, 이번 대회에 대규모 선수단을 출전시켰다. 심지어 타 도시 출신 선수들을 스카우트까지 하며 입상에 의욕을 불태웠는데 알고 보니 속사정이 있었다.

베트남 각 도시 체육청에서는 눈에 보이는 실적을 중요시한단다. (그것은 호치민 시도 마찬가지여서 매 대회마다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바둑이 받는 불이익은 상당할 것이다.)
아직은 정식 바둑팀이 없는 붕따우 시로서는 이번 대회에서의 성적이 바둑팀이 창단되느냐 마느냐 하는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16세 이하, 11세 이하 어린이부 입상과 더불어 성인부 우승이라는 뜻밖의 쾌거까지 이루었으니 이번 대회 최대 수혜 도시는 단연 붕따우 시일 것이다. 조만간 붕따우 시 바둑팀 창단이라는 좋은 소식을 기대해본다.


▲ 대회 최연소 참가자 타오(왼쪽. 7세. 붕따우) 대 챠우 킴(오른쪽. 7세. 호치민)

여자부에서는 하노이 소속 마이(Mai)가 7전 전승으로 가볍게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마이는 매년 대회 참가를 위해 1년에 한 번 귀국하고 있고 특히 작년 하노이 대회 참패 이후 내게 개인지도를 부탁하여 근 1년간 매주 인터넷을 통해 바둑지도를 해왔다. 그 효과일까? 타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는데 알고 보니 여기도 역시 관련된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2006년, 2010년, 2014년은 4년에 한 번씩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렸던 해인데 마이 또한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해이기도 하다. 월드컵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도 있는 걸까? 하여튼 여자부에서도 “마이 4년 주기설”이라는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과연 2018년에는? ^^


▲ ‘4년 주기설’의 주인공 마이(하노이). 여자부를 석권했다.

16세 이하, 11세 이하 부문으로 펼쳐진 어린이부는 예상대로 호치민 시, 벤쩨 시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그 틈새를 바둑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붕따우 어린이들이 함께 했다. 성인부 성적이 중요했던 호치민 시는 여자단체전 우승으로 간신히 체면치레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도 변함없이 한국에서 먼 발걸음을 하신 LS 구자홍 회장께서 시상했다. 대회 참가선수들은 타 도시 친구들과 삼삼오오 함께 하며 아쉽지만 내년 대회를 기약하였다.
나 역시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준 모든 대회 참가자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1년에 한 번 있는 유일한 행사, 대회 일정을 마무리 하고 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허전함이 느껴진다. 내년 대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대회 참가선수들을 비롯한 대회에 관련된 모든 분들께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좋은 대회를 만들어주신 LS 구자홍 회장님, 늘 따듯한 관심과 많은 도움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열심히 활동하여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의 모든 준비를 도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움주신 송우성 법인장님께도 감사인사 전합니다." [베트남=이강욱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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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정보 |  2014-09-11 오후 10:53:00  [동감0]    
이 사범님, 해외바둑보급에대한 열정/인내심/능력/성과 모두 훌륭하심니다. 아마시절 활약때부터 지켜봐왔지만, 이사범님 팬의 한사람으로서, 참 기쁘군요. 수년전 잠실 대회때, 구경차 갔다가 커피 대접했었던 노인인데, 오늘글 정말 재미있군요 ! 또 좋은 소식 있겠죠?
北極熊 |  2014-09-10 오후 11:06:00  [동감0]    
여자부 마이 우승이라... 마이 뭇다 아이가... 아이지 한번 뭇다(우승) 아이가
여자부 우승 얼마죠? 상금도 소개햐주세요. 프랑스에서 오는 항공료 되는지..
마이 선수 야무지게 생겼네요.
코어스 |  2014-09-10 오후 7:53:00  [동감0]    
와우! 맛깔나는 글 잘 읽었어요 이강욱 사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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