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Home > 뉴스 > 국내뉴스
바둑의 신이 된 인공지능…‘기풍’은 어디에
바둑의 신이 된 인공지능…‘기풍’은 어디에
[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언론보도]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2020-09-10 오후 00:09   [프린트스크랩]
  • 트위터
  • 이메일
  • 카카오스토리+
  • 구글+
  • 페이스북
▲ 일러스트 김회룡


출처: 중앙일보 [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바둑의 신이 된 인공지능…‘기풍’은 어디에
○● [중앙일보] 기사 원문(9월 9일, 경제 7면 ) 보기 ☜ 클릭


■ 저마다 AI 닮기 위해 전력질주
■ ‘나만의 길’ 찾기가 고수들 과제


SF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나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Westworld)’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닮기 위해 분투한다. 바둑 동네는 정반대다. 모든 프로기사가 AI를 닮기 위해 밤낮으로 분투한다. 최고수인 신진서 9단의 별명은 ‘신공지능’이다. AI와 가장 유사하다는 의미인데 이게 칭찬인가 싶어 뭔지 모르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AI는 바둑의 신이 됐다. 종교의 신과 달리 실시간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해 보여주는 신이다. AI는 불행히도 말이 없다. 수를 가르쳐 주지만 설명은 없다. 따라서 AI의 의중을 어떻게 해독하느냐가 바둑 공부는 물론 승부의 핵심이 됐다.

모두가 전적으로 AI에 몰두하면서 바둑 인문학의 상징이었던 ‘기풍(棋風)’이 사라지고 있다. 다케미야의 우주류, 조훈현의 속력행마, 이창호의 아득한 인내…. 이런 것들은 반집을 다투는 메마른 승부 세계에서 촉촉한 향기를 토해내곤 했다. 폭파전문가 조치훈은 어떤가,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이세돌의 치열함도 그립다. 지금은 ‘AI 닮기’에 전력 질주하는 시대. 각자의 스타일은 존재감을 잃고 저 멀리 사라지고 있다.

서봉수 9단은 예전부터 ‘기풍’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바둑의 신이 본다면 정수와 실수가 있을 뿐이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 AI라는 바둑의 신이 도래했는데 어떨까. AI의 눈엔 정수와 실수만 있을까. 그건 아니다. AI는 항상 판 전체를 보며 큰 그림을 그린다. AI의 수들은 천변만화하며 수마다 긴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인간은 그 ‘복잡한’ 진실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에겐 기풍이 없다는 것이다.

바둑에서 기풍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에게서 감정이 사라지고 이성만 남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이런 걱정에 대해 유창혁 9단은 “그래도 (인간 고수들은) 각자의 길을 갈 것이다”고 말한다. AI 세상이지만 고수들은 저마다 ‘나만의 길 찾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AI는 혁명적이다. 바둑판 위의 금기란 금기는 모조리 깨뜨렸다. 대신 새로운 정석과 포석을 하사했다. 프로기사는 AI 정석과 포석을 모조리 외운다. AI 닮기의 첫 단계다. 그러나 이건 실제 승부에선 별 도움이 안 된다. 어딘가 저쪽에 돌의 배치가 하나만 달라지면 정석과 포석도 달라진다. 돌이 하나 움직이면 판 전체가 달라진다. 전략도 달라진다. 북경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폭풍이 온다는 혼돈이론은 AI의 바둑판에서도 유효하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왜 달라지는가. AI는 말이 없다.

여기서 AI 닮기의 다음 단계가 시작된다. AI의 거침없는 사석전법과 두려움을 모르는 전투는 현대 프로기사들을 모두 ‘전사’로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AI는 어느 순간 아침 호수처럼 평화롭게 변한다. 삶과 죽음에 무심하다. 도를 통하지 않는 한 인간이 AI를 꼭 닮을 수는 없다. 범인은 AI만 바라보다가 바보가 될 지경이다.

바둑기사들에게 철학적인 시간이 찾아왔다. AI 닮기에 전력을 다하면서 어떻게 나만의 길을 찾아낼 것인가.

알파고의 후예들이 바둑 세상을 점령했다. 이곳에서 인간은 자신이 만든 AI를 신으로 떠받들고 있다. 이 풍경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AI가 신이 되는 이 짧은 과정을 지켜보면서 종종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게 인간사회의 다른 분야까지 확대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진짜 확대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수많은 신들이 새로 탄생할까. ‘웨스트월드’나 ‘엑스 마키나’ 같은 스토리가 현실이 되는 것인가.

이런 걱정은 접어두자. 우선은 기풍이라고 하는 개개인의 향기가 사라지고 조금씩 획일화되어가는 바둑 동네에서 인간 고수들이 ‘나만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페이스북
  • 구글+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트위터
┃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대박주의보 |  2020-09-15 오후 8:00:00  [동감0]    
ai가 바둑 말아먹었음
현묘구현 |  2020-09-10 오후 10:11:00  [동감0]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가 있네
바둑정신 |  2020-09-10 오후 10:08:00  [동감0]    
그동안의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라
foxair |  2020-09-10 오후 5:03:00  [동감2]    
재미가 아닌 승부 바둑에 기풍이 필요할까요..
기풍이 존재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의 취향 기보 노출로 상대 대국자에게 전략 분석할 시
간을 단축시켜주는데 말입니다.

반상 앞에 마주한 대국자는 무한에 가까운 바둑이란 경우의 수에 압도되어 경건함이 묻어납
니다.
이는 마치 절대자나 막막한 우주 앞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과도 흡사하죠. 그래서

철학과 종교의 근원은 이런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에서 기둥과도 같은 역할로 이어져 왔습니
다.
하지만 합리적 사고를 기반한 과학적 접근법으로 인류의 발전은 눈부신 성과를 가져왔죠.
종교가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고 결속했다면 과학은 문명의 편리함과 자연의 대한 통찰을 가
져다주었습니다.

바둑계에 불어닥친 인공지능 여파는 그동안의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라 합니다.
이제 기풍의 의미는 퇴색되고 획일화를 지양하기 위해 더 많은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컴퓨터의 고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바둑 AI도 그에 발맞추어 더욱 발전시키면서 바
둑의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바둑은 한 번도 없었고 우리가 찾아야 할 그 길 또한 끝이 보
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낭만 |  2020-09-10 오후 2:19:00  [동감1]    
기풍이 사라진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기풍이란 꽃으로 말하자면 향기와 같다고 봅니다.
향기가 사라진 꽃에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예전보다 승부는 좀더 고도화되고 치열하여 졌지만,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 같습니다.

AI가 화가처럼 그림도 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AI가 그린 그림이 화가가 그린 그림보다 더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AI로 연마된 바둑 역시 매력적인 기풍의 바둑보다 더 큰 감동을 주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유창혁 사범의 말씀은 수긍하기 어렵지만,
그 분의 말씀이 현실이 되기를 펜으로서 기대하여 보겠습니다.
낭만 바둑이 과학이나 수학처럼 그 기술이나 이론이 고도화될수록 인류사회에 공헌이 되는 것이라면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둑은 스포츠의 하나로 분류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의 인기와 참여 속에서 유지되는 게임입니다. 대중의 인기가 필요하다면, 대중에게 매력을 선사할 수 있는 기풍의 바둑이 더 유리하고 기풍의 바둑이 사라지면 바둑 보급에도 불리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이미 기풍의 바둑은 사라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왜냐하면 승부를 다투는 프로기사들이, 승부의 기술을 닦는 데에 훨씬 효율적인 AI로부터의 배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요.  
캐쉬리 |  2020-09-10 오후 12:50:00  [동감0]    
So what?
솔밭사이강 he is just saying..!!  
FirstPage PrevBlock   1   NextBlock LastPage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