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이 끝난 프로야구는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2016 한국바둑리그도 지난주 순위 싸움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팀들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다. 바둑리그는 그런 점을 고려해 상금을 많이 주고 승리 대국료를 적게 주던 방식에서 상금을 줄이고 승리 대국료를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기 형태를 바꿔 운영해 오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보기 좋다.
하위권을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과제였던 화성시코리요와 신안천일염의 경우는 크게 의욕이 나지 않을 듯도 하지만 선수 각자의 입장에서는 대국마다 자신의 랭킹과 승리 수당 350만원이 걸려 있어 임하는 자세가 상위권 팀 못지않았다.
이세돌과 이영구의 주장 맞대결은 빅매치 중 하나였다. 이세돌을 상대로 이영구는 기막힌 한수를 보여준다. TV로 바둑방송을 보면서 이렇게 흥분해 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우선 장면1을 보자. 백2는 많이 두는 수법. 흑의 다음 수 3에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나의 느낌은 이랬다.
1. 어, 본 적이 없는 수인데.
2. 진짜 되나.
3. 뭘 의도하는 거지.
이 바둑은 기상천외한 수를 보여 준 이영구가 이겼다. 바둑도 이겼고 신수도 보여줬다.
프로들은 새로운 수를 보면 그 의도를 파악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커서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밤 11시에 누구에게 물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꾹 참고 그다음날 먼저 박영훈과 통화한 뒤 이영구에게도 물어봤다.
김성룡: “본 적 있어?”
박영훈: “전, 처음 봤는데요.”
이영구: “제가 처음 둔 것 같아요.”
김: “어떤 것 같아?”
박: “그냥 신기하던데요. 막상 반발하는 수단도 잘 안 보이고요.”
이: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속기니까 상대가 고민해 주면 시간도 벌 수 있고 해서요. ^^”
김: “수 자체는 뭘 의도한 거지?
▼ <참고1>
박: <참고1> 백한테 1, 3으로 끊어 잡으라고 한 것 아닐까요.?
김: “그러면 흑이 좋나?”
박: “아니요 제가 백이라면 <참고1>처럼 뒀을 것 같아요(박)”
이: “<참고1>처럼 둬주길 바랐어요. 전, 흑이 나쁘지 않다고 봤어요.”
▼ <참고2>
요즘은 백이 이렇게 많이 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백이 패를 건다는 것이다. 이어서 살아도 되지만 패를 걸어 두는 것을 이득으로 본다.
▼ <참고3>
실전은 이세돌 9단이 다르게 두었다. 이 결과는 흑이 두터워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 상상초월의 수가 등장했기에 연구할 것이 많은 줄 알았는데 약간은 싱겁게 끝났다. 수순만 바뀐 것 같은 정도다. 한데 이영구는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해냈을까? 사실 이 수를 보고 있으면 어떤 바둑 하나가 떠오른다. 나현과 저우루이양의 중국리그 바둑을 하나 보자.
▼ <참고4>
흑1, 3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이영구의 수와 비슷함이 느껴지시는지?
누군가 처음 보는 수를 보여주면 그것을 통해 다른 부분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 인간의 창의성은 이런 것이 아닐지.
▼ 장면2
예전에 정말 감탄했던 한수가 있다. 장면2 흑1은 퓨처스리그에서 나온 수. 퓨처스리그는 바둑리그에 비해 관심을 비교적 덜 받지만 바둑리그 감독들은 선수들의 바둑들을 면밀히 체크한다. 사람들은 이 수에 '진신두 확장판'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런 주말부터는 바둑올림픽 응씨배 결승5번기 3국이 시작된다. 박정환 9단에게는 두 번째 도전이다. 요즘은 은메달과 동메달에도 박수를 보내지만 아직 바둑계는 그런 데 약하다. 90년대 초반 세계대회 준우승을 하고 돌아왔을 때 바둑계를 잘 모르는 팬에게서 ‘준우승을 축하합니다’ 라는 축전을 받았던 유창혁 9단이 말한 한마디가 생각난다. “약 올리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고.
진정한 박정환 시대의 개막까지는 1주일 남았다. 베스트 컨디션을 보일 수 있게 한국기원은 특별 팀을 꾸려 상하이로 향했으면 한다. 멋진 승전보 하이라이트를 썰전에서 쓸 수 있길 기대한다.
;)
굼터장미
술익는향기
知不知上
선재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