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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의 종국인사 "잘 두시네요!"
커제의 종국인사 "잘 두시네요!"
LG배 현장에서 문득,
[취재수첩] 정용진  2015-06-10 오후 04:33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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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박진영을 닮은 듯도 하고 골키퍼 정성룡을 닮은 듯도 하고...우리의 예상(우려?)대로 중국의 일인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커제 9단.


본선16강전 가운데 최철한-커제 전이 가장 먼저 끝났다. 그 몸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 걱정은 했으나 막상 158수 만에 불계패를 당하고 보니, 아쉽지 않은 패배 어디 있으랴만은 그래도 아쉽다. 종료시간 오후 1시20분. 제한시간 3시간 가운데 11분을 남겼을 만큼 최선을 다했으나(대부분 최철한 9단이 시간을 소비했다는 얘기다. 커제는 1시간 29분을 썼다.) 대마가 잡힌 마당이라 어쩔 도리 없었다.

대저울은 한 개의 추로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양쪽이 엇비슷한 무게로 활시위처럼 팽팽할 때는 종이 한 장만 올려놓아도 기우뚱 한다. 가뜩이나 근래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커제를 만난 데다 왼발목 골절상까지 입었으니 이기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을 터이다. 진한 아쉬움이 남을 테지만 휠체어에 목발까지 동원하며 최선을 다했으니 박수를 쳐주고 싶다.


▲ 본선개막 이틀전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연구회 멤버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다 골절상을 입어 성치 않은 몸으로 대국에 나선 최철한 9단(오른쪽). 32강전에서 다카오 신지 9단을 이기고 16강전에 올랐으나 커제 9단에게 막혔다.

5월말까지의 성적을 집계해 발표한 중국의 6월랭킹을 보면 2위 커제가 1위 스웨를 12점 차로 바짝 따라붙고 있어 눈길을 끈다. 커제는 4월랭킹부터 2위에 오른 이후 13개월 동안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스웨를 맹렬히 추격 중이다. 올해 2회 백령배 우승(대 추쥔 3-2)과 15회 이광배를 우승(대 스웨 1-0)하며 가파른 기세를 타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다음달 랭킹에서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많다. 이전 누적점수가 랭킹산정에 반영되는 것을 헤아린다면 최근 성적만으로 평가할 때 실질적인 중국 랭킹1위는 커제라 봐도 무방하다.



8일 개막식 추첨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커제 9단은 “오늘 1회전 대진(변상일과 대결) 추첨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에 사회자가 “어? 이 말은 내일 만날 변상일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란 뜻이냐?”고 다시 묻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장황한 부연설명을 붙이며 ‘급수습’에 나섰다. “그게 아니라 나를 만난 변상일 선수가 행운을 잡았다는 뜻이다....우물쭈물 어쩌구저쩌구...”

한창 잘 나가는 기사를 보면, 제아무리 품속에 숨겨 놓으려 애쓰려 해도 자신감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삐죽삐죽 뚫고 나온다.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는 기세(旭日昇天)’다. 지금 커제가 딱 그렇다. 변상일이 은근히 자신을 깔본(?) 커제를 32강전에서 멋지게 메다꽂아 본때를 한번 보여주길 고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16강전에서 최철한도 단명국으로 물러서고 말았다.

이번 20주년 LG배에서는 무산되었으나 실은 나현 6단이 커제와 한판 붙기를 갈망했다. 한중의 간판 신예기사인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오카게배 신예바둑대항전 결승에서 한판 걸지게 싸운 적이 있긴 하다. 오카게배는 각국 3명씩 싸우는 단체전이다. 예선 1위국과 2위국의 주장이 일대일로 다시 겨뤄 최종 우승을 가리는 독특한 방식의 대회인데, 그때 예선 1위를 한 중국 주장 커제를 나현이 보기 좋게 꺾으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얘기가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을 터.


▲ 통합예선 통과 뒤 한 인터뷰에서 나현은 "이제 구리 9단과 해볼만해졌다"며 의욕을 불태웠으나 180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전에 나현을 비롯한 한국 신예들은 커제와 수많은 인터넷바둑을 두었다. 한중 신예들은 서로 인터넷바둑을 통해 트레이닝을 하는데 커제는 그때부터 단연 발군이었다. 익명(아이디)으로 두는 온라인대국이긴 하나 상대가 누구인지 다들 대충 안다. 그런데 진짜 얄미운 것이, 커제는 이겼을 때도 잊지 않고 인사말 번역글쇠를 누른 뒤 빠져나가는 거였다. “잘 두었습니다!” 한마디면 될 것을 매번 “잘 두시네요!”란 멘트를 날리는 거였다.

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터넷글쇠에 익숙치 않았을 수도 있고...그렇지만 진 사람 처지에서는 은근히 약이 오르는 인사말이다. 나현은 언젠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라도 만나면 멋지게 보복해 주리라 작정했다. 그 복수의 기회를 오카게배에서 쥐었다.

결승전을 이긴 뒤 나현은 차마 자기 입으로 말은 못하고(어차피 말이 안 통하니까) 대신 대회에 동행한 한국기원 기전팀 K 과장에게 꼭 이 한마디를 커제에게 전해달라며 부탁했다.
“잘 두시네요!”

그런데 전후 내막을 들어 잘 알고 있던 K 과장 또한 차마 전언하기 곤란해 다른 중국통역을 통해 ‘쓰리쿠션’으로 전갈했다. 그리고 역으로 ‘쓰리쿠션’을 거쳐 돌아온 커제의 반응은, 깔깔대며 박장대소하더라는 것이다.

본선2회전(16강전)이 끝난 직후 8강 대진추첨이 이어졌다. 커제의 다음 준준결승 상대는 한국의 강동윤 9단이다. LG배는 오는 11월16일 8강전, 18일 4강전을 열 예정이다(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때 강동윤 9단이 “잘 두시네요!”라고 깍듯이 예를 갖출 수 있길 기대한다. 우리의 강동윤도 톡톡 튀는 기재와 날카로운 감각, 탁월한 속사포 기능을 보유한 기사다. 무엇보다 재치 넘치는 멘트가 압권 아닌가. 11월16일, 그때는 차마 말하기 곤란하고 말고 할 이유가 없다. 직방(^^*)으로 종국인사를 날리는 걸 보고 싶다. "잘 두시네요!"


▲ 커제를 막을 소방수로 강동윤 9단(왼쪽)이 낙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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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好事多魔 |  2015-06-13 오후 8:13:00  [동감1]    
刻骨痛恨 한국 기사님들 당나라를 몰아냇던 선조들의 정신으로 임헤주시길
자주빛노을 |  2015-06-12 오후 2:19:00  [동감0]    
커제가 철조망인가?
3수라도 |  2015-06-12 오후 1:56:00  [동감0]    
black?
무구 |  2015-06-12 오전 10:25:00  [동감0]    
같은 말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치인 것 같은데,,,,,.이런 것을 전혀 모른다면 순수하다기 보다면 세상물정에 아직 어둡다고 보아야 할 것같습니다. 하기야 아직 어리니...
무구 |  2015-06-12 오전 10:25:00  [동감0]    
같은 말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치인 것 같은데,,,,,.이런 것을 전혀 모른다면 순수하다기 보다면 세상물정에 아직 어둡다고 보아야 할 것같습니다. 하기야 아직 어리니...
오로검객 |  2015-06-11 오후 5:05:00  [동감1]    
정용진님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글을 쓰시는 대단한 내공을 지니신 분이다. 강자가 이창호와 같은 겸양의 미덕을 지녔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대개의 천재나 신동들은 생뚱맞은 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간은 한 쪽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한 쪽이 채워주니까. 흠 없는 인간은 골짜기 없는 산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오로검객 아래 강동윤과 악수하는 사진을 보니까 박진영보다는 정성룡의 포스가 느껴지네요.  
건곤반야 |  2015-06-11 오전 11:23:00  [동감0]    
커제 아이디가 뭐죠? 저도 관전하면서 저렇게 대답하는 중국기사를 본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네요
쪼그려뛰기 28713k  
입영전야愛 |  2015-06-11 오전 10:06:00  [동감0]    
앞으로 온라인 대국해서 이기면 나도 항상 눌러 주리라... 아주 잘 두시네요 ^^*
순바기 |  2015-06-11 오전 9:46:00  [동감0]    
잘 두시네요가 단지 커제가 자신의 자신감의 우위를 나타내는 말인지
진심으로 상대에 대한 예우인지 확인 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우리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해석에 따라서 이중성을 갖으니깐요
eflight |  2015-06-11 오전 2:04:00  [동감3]    
바둑은 잘둘지 모르나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나이인 커제에게
똑같은식으로 대하는 것은 유치한 일입니다.
더구나 강동윤 기사는 개인전 단체전에서 많은 공훈을 쌓은 한참 선배인데...
강동윤 기사 꼭 이기고 걍 아무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커제에게 겁먹을 필요없어요.
나현 이동훈 신진서등 우리 신예기사들이 줄줄이 이겨줬어요.
급선봉 |  2015-06-10 오후 7:10:00  [동감0]    
바둑의 최고 고수가 고매한 인격을 갖추고 있다면 그야말로금상 첨화요 더 바랄것이 없는최상의가치일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봤을때 당대 최고의 기량은 지녔는데 성격이 좀온유하지 못한 사람이 몇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분들의 기보를 보고 공부해서 그런지 별로 적개심은 들지 않는다
무구 |  2015-06-10 오후 6:53:00  [동감1]    
제가 보기에 커제는 그냥 고수중의 한명이 아니라 장기집권할 가능성도 있는 기사로 보여집니다. 겸손을 얘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엄청난 자신감이 실력을 뒷받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극 |  2015-06-10 오후 6:47:00  [동감2]    
강동윤9단이 11월 16일 커제와의 빅매치에서 이기고 영원히 잊지 못할 멘트를 날려주길~~
원술랑 |  2015-06-10 오후 6:02:00  [동감4]    
<대저울은 한 개의 추로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양쪽이 엇비슷한 무게로 활시위처럼 팽팽할 때는 종이 한 장만 올려놓아도 기우뚱 한다>. 大文章家의 글을 어쩌고저쩌고 賞讚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정용진 기자님의 문장을 다루는 솜씨는 가히 未堂 徐廷柱 선생의 詩를 빚는 境地에 비할 만합니다. 정말 탄복하게 만드는 묘한 魔力이 있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사이버오로 <칼럼欄>에 들어갔다가 이세돌 휴직 사태와 관련된 글을 읽고 文力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이버오로에 정용진 기자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東西古今의 人文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바둑칼럼을 써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닥치는대로 적당히 하시길,  
강릉P 글쓴이 삭제
강릉P 대저울 이야기는 쌩뚱맞죠..그리고 정용진씨가 글을 잘쓴다고 느꼈다면 그건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책을 고를줄 모른다고 봐야죠..  
이선개겨 글쓴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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