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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도 없는 대국장소 (1편)
지도에도 없는 대국장소 (1편)
알파고 vs 커제 취재기
[바둑의 미래서밋] 김수광  2017-07-30 오후 11:49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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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황색 동그라미 쳐진 곳이 알파고와 커제가 대국을 벌인 역사적인 장소다. 그러나 구글 지도에 그곳은 공터로만 나와 있을 뿐, 아무 건물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알파고는 2016년 자태를 드러낸 지 2년도 안 되어 바둑계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전 세계에 바둑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더는 인간이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인간은,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춘 인공지능에게서 바둑의 진수를 배우고 있다. 한 시대를 지배하는 이론적 체계를 패러다임이라고 할 때 알파고가 바둑의 패러다임까지 바꾼 것은 아니지만 바둑이론의 상당부분을 수정하게끔 만들었다.

알파고는 2017년 5월, 중국랭킹 1위이며 사실상 세계 일인자 커제를 3-0으로 제압한 뒤 은퇴했다. 선물도 남겼다. 알파고가 또 다른 알파고와 대국한 기보 50개가 공개됐다. 충격적이었다. 현재 인간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최고 실력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있는 한국국가대표팀상비군도 즉시 알파고의 바둑을 놓고 해부에 나섰지만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 내용은 난해했다. 그들로서도 당장 해설을 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연구가 좀더 무르익을 때까지.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국가대표상비군을 만나 바둑이론이 인공지능 알파고로 말미암아 얼마나 바뀌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국가대표팀이 알파고의 바둑을 훨씬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프로기사들이 체감하고 이해하는 폭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알파고의 모든 수를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할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인간들이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인간을 현격히 앞서가고 있는 알파고를 완벽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연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알파고의 바둑을 연구하는 것이 인간바둑 이론의 발전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기에.

알파고가 두번째로 치른 공식대국인 바둑의 미래서밋을 취재한 얘기부터 현대바둑이론서들을 온통 물음표 투성이로 물들여 버린 알파고의 바둑수법 이야기까지 취재수첩 형식으로 다뤄 보고자 한다. 앞 부분은 취재 여정 중심으로, 뒤쪽에서는 알파고의 영향으로 눈에 띄게 바뀌어 버린 바둑이론 이야기로 꾸민다.


1편: 지도에도 안 나오는 알파고-커제 격돌 장소
출장날 직전까지 안 나오는 취재비자 '애간장'
그래도 나는 간다!


알파고와 커제가 격돌한다는 장소는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

대회장은 중국 우전의 인터넷컨벤션센터(Wuzhen Internet International Conference and Exhibition Center, 乌镇互联网国际会展中心)'라고 하는데 구글 지도에 그런 곳은 없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제주도 어느 재래식시장 구석에 붙은 ‘용현횟집’을 걸어서 가려면 어떻게 가야 빠른지를 알려줄 만큼 기특한 게 구글 지도다. 그런 구글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오지(奧地)란 말인가.

2016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가 다시 돌아온다는데도 마음이 들뜨긴커녕 무거워지고 있었다. 장소에 대한 것 하나만으로도 왠지 이번 취재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구글 지도에 인터넷컨벤션센터가 있어야 할 곳에는 빈 땅만 있었다. 추정되는 지점이 있긴 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장소뿐이 아니었다. 언어, 교통 등 모든 여건이 그랬다. 취재가 간단치 않다는 우울하고 힘 빠지는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이 그랬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딥마인드챌린지매치 이세돌 vs 알파고 취재엔 의욕에 넘쳐서 취재를 자원했는데, 이번엔 조금 움츠러들었다. 쉽지 않은 취재라고 해서 뒷걸음질 치면 안 되지만 그냥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력감을 느끼며 넋 놓고 있게 될 상황도 가정해야 했다.

구글이 미디어 매체마다 보낸 공지를 보니 ‘중국어와 영어로만 진행하겠다’고 하였다. 중국어는 전혀 할 줄 모르고 영어는 학교에서 배운 게 다다. 게다가 알파고 행사에서 나오는 영어는 ‘하우아유’, ‘굿모닝’이 아닌 ‘브랜칭팩터’, ‘아키텍처’ ‘텐서 프로세싱 유닛’이다.

솔직하게 얘기해 보면, 아마도 알파고 취재를 좋아하는 기자는 없을 것이다(열심히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아니 완전히 없다고 하긴 좀 그렇고 거의 없지 않을까. 취재도 좀, 잘 알아들어야 흥이 나는 법이다. 확신하건대 인공지능에(인공지능은 IT중에서도 미개척 분야다), 그리고 바둑까지 양쪽으로 정통한 사람은 없다.

오로에 중국어가 가능한 기자도 있으니 나는 조용히 이번 취재에서 물러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마음과 행동이 따로 논다. 취재 회의에서 ‘누가 가겠느냐’는 데스크의 물음에 내 입에서 “제가 가고 싶습니다”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데스크는 “역사적인 대회”라며 잘 선택했다는 암시를 주었다.

▲ 대회장이었던 우전 인터넷인터내셔널센터(Wuzhen Internet International Conference and Exhibition Center, 乌镇互联网国际会展中心)'


▲ 여기가 대회장 입구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공항 보안검색대를 연상하게 하는 검사 시설이 있다. 중국은 보안에 매우 신경 쓰고 있었다.

▲ 구글은 대회기간 중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식권을 잘 챙겨두지 않으면 절대 입장할 수 없다. 중국요리가 입에 잘 맞지 않는 편이라서 서양식 요리를 즐겨 먹었다. 이곳 카레는 정말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커제와 알파고가 벌이는 대결의 정식 명칭은 바둑의 미래서밋(The Future of Go Summit in Wuzhen)'이다(구글 측이 번역해 온 것인데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서밋은 ‘정상회담’ 정도로 풀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5월23일부터 27일까지 하는 행사였으니 취재를 가려면 22일 출발하여 28일 복귀하여야 했다. 우전이란 장소는 생전 처음 듣는 곳이었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알 수도 있겠지만 무척 생소하였다. 우전으로 직접 가는 항공편은 없었다. 상하이에서 내려 기차나 버스를 타든지, 항저우에서 내려 리무진 버스를 타든지 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든 2시간 안쪽으로 걸리는 거리였다. 중국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 그나마 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고자 항저우 쪽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구글 지도에 나오지 않는 그 행사장소에 대해선 구글 측에 문의해 두었는데, 그들도 놀라고 있었다. "정말 구글 지도에는 나오지 않고 주소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회장 앞 거리 주소를 알려주었다. 예삿일이 아니었다

구글 측은 전 세계 매체들의 편의를 위해 진석호텔(Inspirock Hotel)이라는 곳과 협약을 맺은 듯하였다. 거기를 숙박 장소로 추천한다는 안내문이 이메일로 왔다. 물론 다른 어디에서 숙박을 하든 자유다. 한데 대회기간에 대회장 근처 숙소마다 예약이 들어차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진석호텔로 잡아야할 처지였지만 주저했다. 그곳은 대회장에서 2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아침저녁으로 셔틀버스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먼 곳에만 숙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대회장 근처의 다른 호텔을 알아보았는데, 빠듯한 일정, 숙박전쟁 북새통에서 다행히 방이 남아 있었다. 대회장까지 도보로 6분 걸린다. 내가 찾아낸 호텔이 괜찮다며 같은 곳에 예약한 취재진도 있었다.

▲ 천만다행으로 대회장에서 불과 도보로 6분 걸리는 가까운 장소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우전 아트앤드컬처호텔. 로비는 카페이기도 하다. 관광지인 우전에 있는 호텔의 다수가 일반 주택을 개조해 호텔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 호텔도 그런 건물이었다. 아담하고 깔끔하다. 냉장고가 없는 것이 굉장히 큰 흠. 그나마 방이 몇 개 없어서 가까스로 예약할 수 있었다.

▲ 대회장 앞이자 호텔 앞 거리. 이런 단순한 형태의 거리가 꽤 길게 이어진다. 걷다 보면 어디쯤 왔는지 잘 분간이 안 간다.

‘이세돌 vs 알파고’ 때와 비교하면 정말 준비과정이 복잡했다. 미디어 등록을 하는 데까지는 비슷했지만 취재비자를 발급받는 절차가 까다로웠다. 구글 측은 현지에서 취재비자가 아닌지를 검사할 것이며 취재비자가 아니라면(이를 테면 관광비자라든지) 대회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엄포(?) 내지 경고를 했다(아니 그냥 ‘알려주었다’고 해야 하나).

취재비자를 받으려면 중국비자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입사할 때 내는 자기소개서 작성 못지않게 까다로웠다. 거기에 출장증명서, 일정표, 여권, 명함, 사진 그리고 비자통지서('레터'라고 하더군요)를 동봉해야 했다. 특히 중요한 게 비자통지서였는데 중국이 비자통지서를 출장 가기 거의 일주일 전까지도 주지 않았다. 가슴 졸였다. ‘급행으로라도 처리해야 하나…’ 한국 매체들은 다 같은 입장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우리가 오길 원치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통이 터졌다.

우여곡절 끝에 취재비자가 나왔다. ‘J2’ 타입이었다. 단기취재비자다. 이제 한 고비를 넘었다. 성공!

출장날이 되어 인천공항에 가서 짐을 붙이려고 여권을 내밀자 직원이 묻는다.

“이게 무슨 비자죠?”

세상에, 공항직원도 모른다. 얼마나 드문 형태의 비자면 그렇게 물어봤을까.

또 하나 황당한 일은, 기껏 애써 진석호텔을 잡은 사람들에게 대회를 앞두고 모두 예약을 취소하고 시내에 있는 호텔로 바꾸라는 공지가 급하게 날아왔다. 중국 당국이 경호 문제를 염려해 그렇게 했다고 했다. 그런데 또 하루 만에 다시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출장을 떠나는 날까지도, 뭐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었다. (2편에서 계속)

▲ 중국 우전 서책관광센터(西栅旅游集散中心) 입구다. 여기서 Press 배지를 배부했다. Press 배지가 없으면 대회장 건물에 출입을 할 수 없다.

▲ 프레스 배지. 이거 받기가 왜 그렇게도 힘들었는지....구글은 취재비자를 검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가보니 그런 절차는 없었다. 그냥 내 손으로 집어서 들고 갔다.

▲ 프레스 배지를 받고 나면 노트와 볼펜을 선물로 준다. 단가는 싸 보이는데 왜 그렇게 고맙던지.

▲ 대회장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널찍한 공간이 나오는데, 파란색 방석이 널려 있다. 바둑TV 피디 중 한명은 처음에 저 방석의 용도를 몰라서 대회가 임박했는데도 여전히 현장에 쓰레기 정리가 안 되어 있는 줄 알았다고... ^^

▲ 프레스 컨퍼런스가 열릴 때면 이런 분위기다. 전 세계 기자들이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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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쿵이 |  2017-07-31 오후 3:50:00  [동감0]    
중국에서 되도않는 구글을 열면 머하냐,,,기자라는게,,,, 바이두를 치면 우리나라보다 더 상세하게 나오는데,,,기자라는게 일케 정보에 어두워서 어쩐다나,,,넌 곧 짤린다...공부해라,,,
상수와하수 아쿵이님아 그 주둥이 당장 닥치그라,,,,,,,,  
상수와하수 |  2017-07-31 오후 3:10:00  [동감0]    
사랑해요 김수광 기자님 이름에 광이 있으니 앞으로 빛날분이시네요,,,,고맙습니다,,
소석대산 |  2017-07-31 오후 2:41:00  [동감1]    
강남 수향(江南 水鄕)으로 유명한 우전을 다녀오셨군요.
태호를 끼고 소주와 항주의 중간 쯤에 자리잡은 관광 명소라서
오가는 과정의 스트레스와 번잡함을 충분히 상쇄할만한 곳이긴 한데...

<自由人>이라 이름 붙여주고 싶은 알파고의 행적을 다시 따라가 보는 건가요?
그의 기보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때묻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기발한 착상, 심연과도 같은 수읽기 능력하며...
기대 됩니다.
상수와하수 김태희,이효리가 울고(모두들 미모가 출중해서) 간다는 그곳????  
yorom |  2017-07-31 오후 12:02:00  [동감1]    
김수광 기자님, 정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들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겨우 오로5단에 불과하지만 알파고와 인간 최고수와의 대국을 보면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미 인공지능이 최고수가 되었는데 이제 사람들끼리 아무리 바둑을 둔다해도 그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취미 삼아 둔다면 모를까 바둑을 업으로 삼아 최고의 수를 탐구하는 프로라면 몹시 좌절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끼리 최고의 기보라고 아무리 주장해 봤자 어차피 알파고의 관점에서 보면 속수, 악수, 무리수 등이 많을 것 아니겠습니까. 프로기사의 궁극적 목적은 최선의 수를 탐구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프로제도를 없애자고 주장하는건 결코 아닙니다. 저는 프로기사를 존경하고 그들의 탐구정신을 높이 삽니다.
제 말의 요지는 알파고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얻을 수 없을까 하는 점입니다. 구글을 설득해서 그 알로리즘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서 알파고가 어떤 수를 두었을 때 그런 과정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면 궁극적인 수를 발견할 수 있고 그렇다면 프로바둑이 지향하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소박한 마음에서 말씀드립니다. 구글이 쉽게 오픈할리는 없겠죠. 대안으로 우리도 알파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 프로그램을 통해 궁극적인 바둑의 수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바둑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겠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알파고 대 알파고의 기보를 거의 이해 못하지만 한가지 살펴보니 불계로 끝난 바둑도 놓아보기를 하니 거의 반집 승부더군요. 이것은 덤 7.5가 정확하다는 것을 뜻하나요? 백의 승률이 8할이니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만일 덤이 6.5라면 흑의 승률이 그렇게 나오지 않나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래저래 알파고는 제게 많은 의문을 남겼습니다. 알파고도 완전체는 아닐진대 언젠가 완벽한 바둑 프로그램이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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