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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레전드의 뜨거운 웃음을 보았다
현장스케치 & 국후 화기애애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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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승은, 예상하지 못한 이가 많았을 것이다. 조훈현과 조치훈, 한국현대바둑을 빛낸 두 레전드의 대국결과가 어찌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렸는데 결과는 조훈현의 시간승이었다. 26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에서 조훈현이 154수만에 이겼다. 관련기사 ▶ 조훈현-조치훈 맞대결, 난전 끝에 조훈현 시간승 (☞클릭!) 관련기사 ▶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 - 서봉수 해설 (☞클릭!)  ▲ 한국기원 현지에서 한국바둑 70주년기념 조훈현-조치훈 특별바둑을 오로대국실에서 해설한 서봉수. 오른쪽은 김인 국수.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서봉수의 설명을 따르면 조훈현은 일찌감치 ‘지옥’으로 내몰렸다. 조치훈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면서 정처 없이 쫓기던 조훈현은, 조치훈이 공격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실리로 도는 사이 중앙 두터움을 차지하면서 우세해졌다. 이후 형세는 엎치락뒤치락했다. 시간 판정이 나오던 시점은 서로 어려운 장면이었다. 조치훈은 수읽기에 골몰해 있다가 시간패당했다. 조훈현은 ‘무심(無心’이 적힌 부채를 팔랑이며, 조치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복기를 시작했다. 이세돌이 바리케이트처럼 둘러처진 취재진에게 “들어가도 되나요?”라고 양해를 구한 뒤 대국자들 쪽으로 걸어 들어가 복기 현장에 참여했다. 조치훈의 뒤쪽에 선 김인 심판은 “허허, 천하의 조치훈이 시간패라….”라며 껄껄 웃었다. 제한시간을 물쓰듯 한 뒤 자학하듯 초읽기에 몰려서도 귀신 같은 승부혼을 쏟아내던 젊은 날의 조치훈을 떠올리며 한 말일 것이다. 시간승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조치훈이 우리 말에 익숙지 않아 초읽기의 숫자 발음을 헷갈렸을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은 맞지 않을 것 같다. 오후 12시40분께 기자는 한국기원 3층에 홀로 있던 조치훈에게 “우리말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말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들을 기회는 많다.”고 했다. 국후 공개해설장에서도 바둑팬들을 쉴 새 없이 웃게 만들었던 조치훈은 우리말 구사에 전혀 어려움이 없음을 증명했다. 다만 일본에 거주하는 만큼 사용하고자 하는 단어를 재빨리 떠올리지 못하는 때가 가끔 있었다. 공개해설장에선 김지명 바둑방송 진행자, 유창혁 해설자의 질문과 객석 바둑팬들의 질문에 조훈현과 조치훈이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면서 시종 웃음꽃이 피었다. 공개해설장에서 조훈현은 “조치훈 9단은 정말 고수다. 내용으로 자신이 이기고 승부는 양보하는 걸 보라.”고 겸양의 말을 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조치훈은 시간패에 대한 충격이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한 바둑팬이 “일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은 어떤 대국인가? 혹시 후지사와랑 둔 대국인가?”라고 묻자 조치훈은 “글쎄, 지금 이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계시원이 좀 전에 부른 ‘열’ 소리다.”라고 말해 공개해설장이 웃음 바다로 변했다. 조치훈의 순발력과 재치에 모두가 놀랐다. 김지명 진행자가 “연예계 진출하셔도 되겠다.”고 했더니 조치훈은 “소개 좀 해달라.”고 말했다. 계시원은 ‘열’을 부르면서 살짝쿵 당황했다. 열을 부르고 싶어하는 계시원은 단언컨대, 없다. 아무리 친선경기라고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다. 김인 심판은 스튜디오의 대국판 뒤로 나타나 조훈현의 시간승으로 이 대국의 승패를 결론냈다. 대국이 시작되기 직전, 언론사들의 카메라를 향해 악수하는 포즈를 취했던 조훈현과 조치훈은 오른팔로 서로의 어깨를 껴안은 채 왼손으로는 손을 꼭 잡았다.  ▲ '좋은 바둑을 펼치겠습니다.'  ▲ 거장들의 바둑은 뜨거웠다. 공개해설장은 찾은 임명희(64) 씨는 “나는 여성이고 10급밖에 안 되지만 조훈현 9단과 조치훈 9단의 대국이 성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오늘을 기다렸다. 아까 조훈현 9단의 사인을 받았는데 정말 행복하다. 조치훈 9단의 사인도 받으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이 몰려 받지 않았다. 피곤하실까봐 미안해서였다. 조치훈 9단을 실물로 직접 보니, 좀 엉뚱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젊어 뵌다.”고 했다. 40대 후반이라고 자신을 밝힌 주철준 씨는 “바둑을 좋아해서 시간을 내서 왔다. 거장들의 대국을 보려고 찾아온 사람들의 열기를 보니 바둑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조훈현 9단을 응원한다. 조훈현 9단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자라온 환경, 소탈한 성격, 전대미문의 기록, 승부사적 기질이 마음에 와 닿는다. 또 제자도 잘 키워내지 않았나. 조치훈 9단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동안 잘 몰랐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를 빛낸 분이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강진혁(10) 군은 “온라인에서 5단 실력이고 프로를 지망한다. 기보로만 보던 조훈현·조치훈 아저씨를 보니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이재주(54) 씨는 “70년대, 80년대로 돌아온 기분이다. 향수에 젖는다. 조훈현·조치훈 9단은 우리민족에 희망을 준 기사들이다. 근래엔 젊은 신예들의 바둑만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시니어들의 바둑도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의주(47) 씨는 “나는 아마2단이다. 공개해설장에 직접 와서 해설을 들으니 집중이 잘 된다. 지루한 걸 모르겠다. 평일에 열렸다면 오기 어려웠겠다. 오늘 이곳에 오게 된 건 행운이다.”라고 했다.  ▲ 조치훈은 우리말을 잘한다. 가끔 고향 부산에 들르고 싶지만 사정이 마음 같지 않다고 한다. 유현의공간(사이버오로 일본서버) 에서 속기를 즐기는 그는 이번 대국처럼 장고대국이 아닌 편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젊었을 때와는 좀 달라진 면이라고 한다.  ▲ "대국 전, 조훈현-조치훈 대결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는 특별 영상을 준비했다." (오른쪽, 바둑TV 임진영 국장).  ▲ 바로 저거다.  ▲ '오홋' (조치훈)  ▲ 김인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는 조치훈.  ▲ 조치훈은 김인 심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다.  ▲ 대국 전 티타임. 김인, 조치훈, 바둑TV 임진영 국장, 유초하 충북대학교 교수, 조훈현, 유홍준 교수.  ▲ 유홍준 교수.  ▲ 유홍준 교수가 자신이 지은 책에 사인해 조치훈에게 선물했다.  ▲ 조훈현과 조치훈이 관계자들과 함께 대국장이 있는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로 이동하고 있다.  ▲ 대국판 아래. 조훈현과 조치훈의 대결을 알리고 있다.  ▲ 영롱하게 빛나는 바둑판이 두 주인공을 기다린다.  ▲ 최유진 리포터(분홍옷)가 현장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 '이중주'를 앞둔 두 거장이 손을 맞잡았다.  ▲ 조치훈의 흑번. 첫수가 놓이고 있다.  ▲ 조치훈이 고개를 깊이 숙여 착수한다.  ▲ 백번 조훈현이 조심스럽게 착수하고 있다.  ▲ 온라인 언론, 각종 방송사 등에서 온 기자, 카메라맨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 바둑TV가 선수들의 표정을 영상에 담고 있다.  ▲ 손가락을 물고 수읽기에 들어간 조치훈.  ▲ 잠시 뒤 주먹을 물었다.  ▲ 조훈현이 대국 중 자주 하는 포즈.  ▲ 조훈현은 부채 쥔 손을 물고 수읽기한다.  ▲ 승자맞히기 이벤트도 준비 돼 있었다.  ▲ 한국기원 2층에 마련된 공개해설장 뒤편엔 추억의 사진들이 걸렸다.  ▲ 옆면엔 기보들이 가득.  ▲ 앞쪽엔 프로기사 김지석(오른쪽)과 손근기가 대국을 검토했다.  ▲ 대형바둑판과 모니터로 두 거인의 대국을 관전하는 바둑팬들.  ▲ 다양한 연령층의 바둑팬들이 참석했다.  ▲ 이곳은 공개해설장 앞쪽이다.   ▲ 유창혁 해설자가 영상에 비치는 컴퓨터 그래픽 바둑알로 해설을 하고 있다.  ▲ 김지명 바둑TV진행자.  ▲ 신혼부부 유경민 5단-왕회이츠 커플도 거장들의 대국을 보러 왔다.  ▲ 김효정 프로기사회장과 아들도 왔다.  ▲ 장난감을 충분히 준비했다.  ▲ 바둑은 조훈현이 시간승했다.  ▲ 조치훈은 수읽기에 골몰하다 초읽기를 놓쳤다.  ▲ 승자는 조훈현.  ▲ 복기에 이세돌이 참여했다.  ▲ 고국의 후배와 즐거운 복기.  ▲ 조치훈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졌지만 이 대국이 즐거웠던 조치훈.  ▲ "천하의 조치훈이 시간패를 하다니 ^^"(김인 심판)  ▲ 조훈현과 조치훈은 장소를 이동해 바둑팬들이 있는 한국기원 2층의 공개해설장으로 이동했다. 유창혁 해설자, 김지명 진행자와 함께 대형바둑판 자전 해설을 했다.  ▲ "원래 4선은 밀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조치훈 9단이 밀어서 깜짝 놀랐다. 흑이 이렇게 달려오는 걸 노린 거였다. 깜짝 놀랐다. "(조훈현)  ▲ "이 부근에선 마늘모로 두는 변화도 생각할 수 있다고 봤다."(조치훈)  ▲ "저보다 조훈현 9단이 강하니까." - 조훈현과의 역대전적에서 밀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 "진짜 고수는 다르다. 내용에서 자신이 이기고 승부를 나에게 양보했다."  ▲ "어깨 짚은 건 멋있게 한번 두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조치훈)  ▲ "백한테 두칸 씌움을 당한 게 정말 뼈아팠다." (조치훈)  ▲ 재치있는 멘트로 바둑팬에게 웃음을 선사한 조훈현.  ▲ 조치훈 뒤로 조치훈의 초상화가 보인다.  ▲ "우리 집에 빗이 없어요." - 머리 모양을 지금처럼 고수하는 이유를 묻자.  ▲ "빗은 없지, 생각이 안 날 때 머리를 자꾸 치지, 그러니까 머리카락이 이렇다. 하하"  ▲ "저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면 좋겠다." (김지석)  ▲ 김지석 9단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나는 나이가 들면서 바둑을 더 많이 공부하게 됐는데 김지석 9단의 기보를 가장 많이 연구한다. 김지석 바둑은 뜨겁다. 어쩜 그리 바둑이 센 건가. 외려 그걸 내가 묻고 싶다. 아까 관객석에 앉아 있어서 긴가민가했는데 김지석 9단이 맞다. 사인 좀 받고 싶다. (조치훈 9단은 평년작을 올리던 김지석 9단이 몇년새 부쩍 실력이 늘어 세계대회를 제패한 데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던 듯하다. 어떻게 짧은 기간 그토록 세졌는지 김지석 바둑을 연구했다는 취지에서 주고받은 말이었다.)       ▲ 오랜만에 만난 친형제처럼 즐거워하는 조훈현과 조치훈.  ▲ 공개해설회가 파한 뒤엔 사인회도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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