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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일간 바둑과 담 쌓고 살았다는 이세돌. 충분한 휴식 덕인지 편안한 얼굴이다. |
이세돌 9단이 기자회견 도중에 특별한 사실을 발견한 듯하다. 중국 신예들의 기세를 꺾지 못한 자신 때문 한국 바둑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한국 바둑의 위기를 벗어나게 하는 칼자루가 이 순간 이세돌의 손에 달린 건 확실하다. 그만큼 그의 각오도 다부지다.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소감을 듣는 기자회견이 9일 낮4시(현지) 중국 쑤저우 신라호텔 4층에서 펼쳐졌다.
이 자리엔 결승에 오른 이세돌 9단과 탕웨이싱 3단, 정현준 삼성화재중국법인장, 류스밍 중국기원원장이 참석했고 한국과 중국의 기자 약 50명이 자리했다. 한국은 사이버오로 등 바둑인터넷 사이트와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간지, 그리고 바둑TV와 KBS 등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이 쑤저우 현지에 와 취재하고 있다.
10일 아침10시(한국시각)부터는 결승1국을 시작하고 11일 2국, 12일 3국으로 쉬지 않고 진행된다. 2대0의 스코어가 나오면 3국은 없어진다. 사이버오로는 이번 결승시리즈를 화려한 해설진의 자세한 해설을 곁들여 생중계할 예정이다. 1국을 홍민표 8단, 2국을 한승주 2단, 3국을 김성진 3단이 맡는다.
아래는 기자회견 내용이다.
▲ 탕웨이싱 3단(왼쪽부터), 류스밍 중국기원원장, 정현준 삼성화재중국법인장, 이세돌 9단.
Q. (정현준 삼성화재 중국법인장에게)3년 전 쑤저우에서 삼성화재배가 열릴 때에 비해 중국어가 더 많이 늘었다. 바둑 실력도 늘고 있는지?
A. “96년부터 바둑을 지켜봐 왔지만 바둑 실력은 초보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에서 바둑을 배우면서 향상시키도록 노력하겠다.”
Q. (탕웨이싱 3단에게) 1990년대 후반 출생 기사들이 세계대회 정상을 점령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자신감을 주는가 아니면 부담이 되는가?
A. “자신감을 주는 쪽이 더 맞다고 할 수 있겠다.”
Q. (이세돌 9단에게) 탕웨이싱 3단도 ‘90후’ 세대지만, 90년대생 기사들이 세계대회를 점령해 가고 있다.
A.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올해 1990년대 후반 출생 기사들이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고 지난해에도 80년대생 기사들이 세계대회를 우승하는 걸 거의 못 봤다. 얼마 전 몽백합배에선 미위팅 9단에게 구리 9단(이세돌 9단과 같은 나이)이 졌다. 내가 구리 9단과 10번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구리 9단이 진 게 가슴이 아프다.”
Q. (이세돌 9단에게) 지난해엔 상대가 구리 9단이라는 정상급 기사였고 이번에는 탕웨이싱 3단이라는 신예기사다. 상식적으로는 부담이 덜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A. “탕웨이싱 3단은 정상급의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고 신예기사이기에 더 부담이 간다. 작년에는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질 수 없는 상황이다. 전에는 결승전을 앞두고선 바둑 경기를 본다든지 하면서 준비했는데 이번엔 너무 부담감이 크게 들어서 4~5일간 바둑에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보는 건 처음이다. 이런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Q. (이세돌 9단에게) 한국 바둑이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위기란 생각이 든 것은 작년과 재작년이었다. 올해는 그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해 아닌가 싶다. 헤쳐나갈 방법을 물어보시는데 말씀드릴 게 많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기는 것뿐이라서 최선을 다한다고밖에는. 어려운 질문이다.”
Q. (정현준 삼성화재 중국법인장에게) 2010년 쑤저우에서 개막식을 했는데 이번엔 결승전을 치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스폰서 입장에서 한국 바둑의 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다.
A. “96년에 협찬을 시작했고 97년에 베이징에서, 2010년에 쑤저우에서는 개막식을 했다. 상하이에서는 3~4년간 개막식 또는 결승전을 해 왔다. 이런 추세로 상하이–베이징-쑤저우를 돌아가며 열고 있는데 여타 지역으로도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둘째 질문에 관해서는, 우리는 협찬을 할 뿐 한국 위기에 대해선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바둑 유망주를 위한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매년 특별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이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Q. (탕웨이싱 3단에게) 스웨 9단은 16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꺾고 LG배 우승까지 했고, 판팅위(응씨배) 9단과 미위팅 9단(몽백합배)도 각각 16강과 32강에서 이세돌 9단을 제친 뒤 우승까지 해냈다. 천야오예 9단은 결승에서 이겼다. 탕웨이싱 3단도 이세돌 9단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게 됐다. 어떻게 준비해 왔나? 그리고 3일 연속 대국은 신예기사한테 유리하게 보이는 것 같은데….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세돌 9단의 기보 연구를 좀 했다. 그렇지만 내게 3번기 경험은 없다. 또 나는 게을러서 도중에 한 번쯤 쉬는 게 좋은데 연속으로 세 판 두는 건 피곤할 것 같다. 젊다는 사실이 유리할지 어떨지도 이세돌 9단의 체력에 달렸다.”
Q. 기자회견에 와서 이세돌 9단이 기침을 하는 등 몸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곳 공기 또한 그렇게 좋지 않은데 쑤저우에 있는 동안 실내에서만 있으면 체력 유지에도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어떻게 지낼 생각인가.
A. “운동할 시간은 없을 것 같다. 방 안에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탕웨이싱 3단에게 질문하시는 걸 들어보니 한국 바둑의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것 같다. 판팅위 9단, 스웨 9단, 미위팅 9단이 다 나를 이겼다. 나로 인한 한국 바둑의 위기를 내 손으로 멋지게 끊겠다.”
Q. 가만 보니 이세돌 9단이 중국 말을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 중국 말 한 마디 들려줄 수 있으시겠나?
A. “(무척 부끄러워하며) 몇 마디 알아듣긴 하지만 말은 한 마디도 못한다. 미안하다.”
▲ 질문하는 중국기자.
▲ 개구쟁이처럼 웃곤 하는 탕웨이싱.
▲ 기자회견 중엔 지금처럼 기자가 아닌 프로기사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질문 내용은 이세돌 9단이 중국말을 할 줄 아느냐는 것. 이세돌 9단은 손사래를 쳤다.
▲ 이세돌 9단인 손을 번쩍 내밀어 탕웨이싱 3단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대망의 삼성화재배 결승이 시작된다.
[쑤저우=김수광]
econ
재벌직전
원조윤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