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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록이란 이런 것> 한게임의 3지명 목진석(33)이 제4국에서 정관장의 5지명 강병권(21)을 꺾고 팀의 첫승을 확정지었다 |
한게임이 우승 후보 정관장을 꺾었다.
3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3경기 둘째날 대결에서 전기 우승팀 한게임은 3국과 4국에서 1지명 김지석이 홍성지를, 노장 목진석이 강병권을 꺾어 정관장을 3-2로 눌렀다. 이에 앞서 첫째 날 대결은 김진휘가 지고 이동훈이 이겨 1-1이었고, 5국은 3지명 안성준이 승리했다.
지난 1라운드에서 포스코켐텍에게 2-3의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한게임으로선 대망의 첫 승. 상대 정관장은 선수 전원이 역대 바둑리그에서 우수한 전력을 자랑해 선수선발식 때부터 각팀 감독이 최강으로 지목한 팀이다.
1국
▲ 상처뿐인 승리. 제1국에서 박정환(20.좌)이 이겼지만 한게임의 복병 김진휘(17)에게 크게 고전했다.
■ 박정환, 락스타 김진휘에 진땀 줄줄
(2라운드 3경기 1국 박정환 대 김진휘)
이겼지만 기쁨따윈 없었다. 박정환의 이마엔 대국 내내 진땀이 흘렀다. 악전고투의 연속이었고, 막판 김진휘의 형세 판단 착오가 없었다면 박정환이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경기였다.
초반 흐름은 박정환이 순조로웠다. 김진휘는 한게임의 락스타 2지명으로 아직 랭킹도 없는 신인이니 박정환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데 하변에서 김진휘가 넘자고 했을때 안 된다며 강하게 차단한 것이 문제. 실은 이것이 김진휘가 파놓은 매복이었고, 여기서 흑을 잡자고 나선 백 일단이 거꾸로 잡히면서 박정환은 크게 고전하게 된다.
이후 박정환은 중앙 흑대마를 공격하며 좌하 일대를 굳히는 소득을 올렸지만 좌상귀 패가 걸려 있어서 여전히 비세인 상황. 그런데 이 장면에서 김진휘가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패를 양보하더니 이겼다는듯 끝내기를 서두른다. 천하의 박정환을 이긴다는 꿈 같은 현실 앞에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마지막 박정환의 우상귀 치중이 결정타. 김진휘는 이것을 간과했고 여기서 생각지도 않은 백집이 생기면서 승리는 박정환에게로 넘어가고 만다. 김진휘 입장에선 다 잡은 경기였고, 박정환에겐 상처뿐인 승리였다(228수 백 불계승).
▲ 이겼지만 지옥 문턱까지 갔다 온 박정환. 이마에 진땀이 배어 있다.
▲ 비록 졌지만 최강 박정환을 상대로 선전을 펼친 한게임의 락스타 2지명 김진휘.
2국
▲ 첫 날 승부처였던 2국에서 이동훈(한게임)이 한웅규(정관장)에게 승리하며 전망을 밝게 했다.
■ 이동훈, 백의 명국으로 한웅규 따돌려
(2라운드 3경기 2국 한웅규 대 이동훈)
이동훈은 지난 1라운드 포스코켐텍과의 첫 경기에서 김동호에게 맥없이 졌고, 한웅규는 Kixx의 안조영을 좋은 내용으로 이겼다. 최근 컨디션을 봐도 한웅규 쪽은 상승세고 이동훈은 부진하다. 하지만 바둑은 두 사람이 하는 게임이니 상대 전적이란 걸 무시하지 못한다.
둘의 공식대국 전적은 이동훈의 3전 전승. 한웅규의 재기 넘치는 공격이 철벽 수비형 이동훈에게는 잘 안 먹히는가 보였는데 이 날도 역시 그랬다. 이동훈은 백을 들고 초반부터 좋은 흐름을 유지하면서 한 번도 우세를 놓치지 않았고, 끝내 덤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한웅규의 항서를 받아냈다.
승부의 상대성을 실감한 경기였다. 종반 송태곤 해설자가 한웅규의 사망 선고를 내리자 인터넷 중계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쉴 새 없이 올라 왔다.
"이거 이동훈 맞어? 혹시 이창호가 두는 거 아냐?"
"지난 번 김동호 전 때는 (베팅으로)거지 만들더니 오늘은 웬일이래?"
"한웅규가 이렇게 힘 못쓰고 지는 건 첨 보네. 이동훈이 이렇게 잘 뒀나…"
이동훈이 2지명의 부담을 떨치고 살아나고 있다.
▲ 평상 시나 대국 때나 항시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 이동훈. 신진서(13) 신민준(14) 변상일(16)과 함께 미래 한국 바둑을 이끌어 갈 '4소룡(四小龍)' 중 하나다.
▲ "으,내가 졌다." 정관장 김영삼 감독이 김미리와 대화 도중 재미난 표정을 짓고 있다.
▲ 한게임 1지명 김지석과 3지명 목진석. 맨 오른 쪽은 홍일점 문도원이다.
3국
▲ 제3국에서 최근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김지석(24.한게임 1지명)이 홍성지(26.정관장 3지명)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다.
■김지석, 물오른 절정감 과시!
(2라운드 3경기 제3국 김지석-홍성지 전)
김지석이 GS칼텍스배 결승에서 이세돌을 3-0으로 꺾고 우승하며 기사 생활 최고의 절정기를 맞고 있지만, 홍성지도 올해는 상태가 좋다. 지난 달엔 지옥 같다는 LG배 통합 예선을 통과해 당당 본선 32강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의 상대 전적은 홍성지의 4승 5패. 따라서 이번이 10번째 대결인데 기록을 보니 바둑리그에선 3번 만나 3번 다 홍성지가 지고 있었다. 속기에선 홍성지가 김지석에게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데이터로 나와 있던 셈인데 이 판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날의 대결도 일찌감치 김지석이 주도하는 형태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어 하이라이트인 우하귀에서의 대접전. 여기서 김지석은 잠시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적절한 타협으로 벗어났고, 중앙 석점을 따내면서 우세를 확립했다. 백은 우하귀에서 큰 득을 보았지만 중앙 대마가 미생이라 빚에 시달려야 하는 형국. 김지석은 이를 빌미로 좌중앙 일대에 30집이 넘는 큰 집을 건설하면서 승세를 굳혔다. 191수 만에 김지석의 흑 불계승. 최후까지 계가했다면 반면 10집(덤제하고 3집반) 정도의 차이였다.
▲ 패배후 아쉬워 하는 홍성지. 바둑리그에서만 김지석에게 4전 4패다.
▲ 김지석의 승자 인터뷰. "저는 그동안 상을 많이 탔으니 올해는 다른 선수가 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4국
▲ 목진석이 난전을 토대로 강병권을 꺾으며 팀 승리 결정국의 주인공이 됐다.
■목진석, 관록을 보여주다
(2라운드 3경기 제4국 목진석-강병권 전)
목진석이 어려서부터 '괴동'으로 소문난 까닭은 난전에 강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 날 첫 출전한 정관장의 강병권은 이런 목진석을 상대로 상변에서 빈삼각으로 나가 끊는 과감한 수를 구사했는데 이것이 명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어 죽기살기로 수상전을 벌인 결과는 흑이 두 번을 거푸 따내야 하는 부담이 큰 패였고, 목진석은 이를 대가로 우변을 제압하고 다시 좌변을 연타하면서 노련하게 승세를 굳혀 나갔다. 마지막에 불리한 강병권은 어서 목을 쳐달라고 버텼다. 이에 목진석이 정확히 명맥을 끊자 돌을 거두었다. 172수 만에 목진석의 불계승. 1라운드 포스코켐텍과의 최종국에서 신진서에게 패했던 목진석은 이 승리로 아픈 기억을 떨침과 동시에 팀에 귀중한 첫승을 선사하는 기쁨을 누렸다.
5국
▲ 5국 안성준-조인선 전
■정관장, 최강 맞아? 흔들리는 예언들
한게임 승리가 이미 확정된 상황. 5국에서 안성준(22. 정관장 3지명)은 조인선(23.한게임 5지명)에게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으나 팀이 패배해 빛을 잃었다.
정관장은 개막 당시부터 8개팀 모든 사령탑이 이구동성으로 최강으로 꼽은 팀. 박정환-홍성지-안성준-한웅규로 이어지는 1~4 지명의 라인업은 모든 팀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이 무적처럼 보였던 정관장이 한게임에 패했다.
오더가 잘못 짜인 탓도 있지만, 박정환의 고전과 한웅규 홍성지의 패배를 보면 과대평가에 따른 거품도 상당 부분 끼었던 게 아닐까.
정관장이 2013KB리그를 단독 질주할 것이라든지, 만년 중하위권인 티브로드는 올해도 그런 저런 정도일 것이라든지 하는 얘기들은 개막 전엔 거부할 수 없는 예언처럼 들렸으나, 2라운드도 채 마치지 않은 시점에 벌써부터 허구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하긴 예언이란 안맞으면 그 뿐. 전문가의 예상이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토요일(4일)과 일요일 주말 양일엔 SK에너지와 넷마블의 대결이 펼쳐진다. 양 팀 모두 1패를 안고 있는 마당이라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듯하다.
오더를 보면 ①김형우-유병용 ② 변상일-이창호 ③이태현-이원영 ④최철한-민상연(장고) ⑤박정상-박영훈(앞이 SK에너지. 뒤가 넷마블)의 대결이다. 4국과 5국을 양팀의 1지명이 가져간다고 보면 앞의 3판이 중요한데 그 중 2국 신인왕 변상일 대 전설 이창호의 대결이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판인 동시에 결과를 좌우하는 승부처가 될 공산이 크다.
▲ 저 아직 학생이예요' 여고2년 김채영(정관장 락스타)이 교복차림으로 오빠들과 검토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밝은 분위기의 한게임 검토실. '임마, 네가 잘해서 이긴 거야' 하며 이태현(가운데 키 큰 사람)이 이동훈의 볼을 귀엽다는듯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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