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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나라 '말레이시아'
가능성의 나라 '말레이시아'
세계바둑계를 가다-4편 말레이시아
[해외통신] 김채림  2017-05-07 오후 06:59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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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성의 땅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바둑 오픈 챔피언십 입상자들. 말레이시아 바둑 오픈 챔피언십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국규모 바둑대회는 4개이다.


이 기사는 창간 50년을 맞은 [월간바둑]이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세계바둑계를 가다’ 시리즈입니다. 해외바둑계 어제와 오늘 이야기를 연휴기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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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바둑계를 가다 - 4편 말레이시아

[글/ 김채림]
-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졸업, 바둑학 석사
- 2010 응씨배 중국대학생 바둑대회 3위
- 2010 유럽 선수권전(European Go Congress) 3위



말레이시아와는 4년 전 친구와 갔던 여행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어떤 나라인지는 잘 몰랐던 때였다.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말레이시아에서도 바둑인들을 만날 계획을 세웠다. 세계 어디를 가든 바둑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즐겁고 신나는 일. 이들과 만나면 처음 가는 곳이라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 버스를 타고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첫 발이 닫는 순간, 다른 나라에서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좋은 느낌이 왔다. 그리고 이듬해 약 1년간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코치로 바둑보급 활동을 하게 되었다.

간략하게 말레이시아를 소개하자면 말레이시아는 서쪽 반도와 동쪽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1 년 내내 고온다습한 열대성기후이다. 입헌군주국이며 13개의 주(州)로 나누어져 있다. 인종은 크게 말레이계와 원주민, 중국계, 인도계로 구성된다.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언어, 문화, 종교, 음식도 다양하다. 알고 보니 상당히 다채롭고 매력적인 나라이다.

1960년대 바둑 처음 소개, 85년 바둑협회 설립

말레이시아에 바둑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60년 경 일본에서 일을 하던 말레이시아인에 의해서라고 한다. 이후 소규모의 바둑인들이 바둑 모임을 시작하였고 1985년에 바둑협회를 설립하였다. 그 후 199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협회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대학교시절 바둑 열성팬이었던 현재의 회장과 몇몇 임원진들에 의해 2003년 새로운 협회가 결성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체가 현재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말레이시아 바둑협회이다.

말레이시아에는 말레이시아 바둑협회를 비롯하여 N월드 바둑학원, 페락 바둑협회, 피넹 바둑협회가 활발히 바둑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의 두 기관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며 나머지 두 기관은 지방, 페락주(州)와 피넹주를 거점으로 활동한다.

말레이시아 바둑협회(Malaysia Weiqi Association)는 바둑홍보와 보급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국제대회 선수파견 및 국제교류, 대회개최, 바둑모임, 타 바둑기관 협력 및 지원 등 말레이시아 국내 전반적인 바둑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모두 자원봉사 차원으로 협회 일을 맡고 있다 보니 특별한 협회 장소는 따로 없다. 매주 토요일 협회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모이는 정기바둑모임은 말라야 대학(University of Malaya)에 자리한 공자학원(孔子學院)에서 장소를 제공받아 활동한다. 매주 보통 10명 정도의 바둑인들이 오후에 모여 바둑을 두고 친목을 다진다. 회의나 교류전 등의 작은 행사가 있을 때도 주로 이 장소를 이용한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문화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바둑보급도 중국문화보급의 일부라고 생각하여 말레이시아 바둑협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국계 사람들은 중국문화 보존과 계승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그들의 정체성과 말레이시아 정책,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말레이계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경제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던 중국계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었고 이는 1969년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미푸트라 정책을 내세웠다. 인종 간 경제적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말레이계와 토착 원주민들에게 여러 사회제도 방면에서 일종의 특혜를 준 것이다.

1976년부터 지속되어 온 이 정책은 현재 중국계를 비롯한 소수 인종으로부터 역차별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계 중에는 자신의 민족성과 말레이시아 국민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배경으로 민족성을 고취시키는 언어와 문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 말레이시아의 유일한 바둑학원 N월드 바둑학원의 수업 모습. 프로제도가 없는 말레이시아에서 바둑학원은 하나밖에 없으나 공교육에서 바둑을 특활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아직 바둑불모지나 다름없지만 바둑의 교육적 효용가치에 주목한다는 얘기다.

바둑학원은 하나밖에 없지만 공교육 바둑특활은 증가 추세

N월드 바둑학원은 말레이시아에서 유일한 바둑학원이다. 한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바둑학원이지만 프로제도가 없는 다른 나라에서는 바둑학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권 세 지역(세타팍, 푸총, 체라스)에서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회장과 몇몇 구성원이 운영하고 있다. 원생들은 초중고 학생들이 다수이며 대부분 취미로 일주일에 1~2회 정도 출석한다. 이곳에서도 학생들은 학업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본점인 세타팍 지점은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회장이 운영하고 있다. 원생들은 10~20명 정도이고 기력대는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학생들이다. 푸총점은 원장이 전업으로 운영한다. 원생수도 50명 이상 되고 바둑학원에 오는 것을 정말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푸총점 원장은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서나 집에서 학업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바둑학원에서만큼은 원생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바둑교실 운영과 함께 수도권 초등학교 바둑홍보와 특별활동 바둑수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초등학교와 중등학교(한국의 중·고등학교를 합쳐놓은 개념의 학교)에는 일주일에 1~2시간씩 특별활동 시간이 주어지는데 다른 여러 종목들과 함께 바둑을 채택하는 학교 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바둑캠프, 교류전, 홍보활동 등으로 바둑이 생소한 일반인들에게도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페락 바둑협회의 바둑교육 보급 사례

페락 바둑협회는 페락주를 거점으로 바둑보급에 매진하고 있다. 처음에는 페락주에서 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 이뽀위기기원(怡圍保棋棋院)이라는 명칭으로 바둑교육과 보급을 시작한 단체였다. 원장은 10급 정도로 기력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바둑에 내재된 철학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교육계에서 오래 종사한 그는 바둑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교육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되었고 이후 줄곧 바둑교육과 보급에 힘써 왔다.

이뽀위기기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올해 들어서는 페락주 정부에 정식 등록된 협회로 거듭났다. 500명이 넘는 보습학원 학생들에게 보습학원 내에서 거의 무료에 가까운 수업료로 바둑수업을 제공하고 있고 학원 선생님들도 전부 바둑을 배우거나 가르치고 있다. 수업 커리큘럼과 교재, 교구들도 직접 제작하여 사용한다. 필자도 2016년 후반기에 페락주 바둑협회에서 잠시 바둑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학생들과 원장, 선생님들의 열성적이고 성실했던 태도를 잊을 수가 없다.

페락주에 있는 10개 정도의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서도 특별활동 바둑수업을 진행한다. 바둑을 배운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생활습관, 태도, 품성, 성적 등 많은 방면에서 좋은 변화들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학교 교장선생님들은 이러한 사례들을 직접 확인했고 다른 학교에도 계속해서 바둑수업을 추천하고 있다. 페락주 정부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페락주 전역 학교 바둑보급에 지원을 검토 중이다. 이 중 한 중등학교는 몇 반을 지정하여 정식과목으로 바둑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바둑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홍보, 바둑대회 개최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바둑을 알리고 있다. 지방에서는 최초로 전국 규모의 대회를 개최하였고 2015년에는 아시아 규모의 바둑대회도 개최하여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페락 바둑협회 회장은 상당히 진취적이고 세밀하다.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바둑 보급을 계획하고 있어서 앞으로 이 지역 바둑 발전이 상당히 기대된다.

피넹 바둑협회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매주 한 불교단체가 제공한 장소에서 바둑모임을 갖고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페락주 바둑협회와 함께 라만대학교 바둑수업 지원을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조호바루, 말라카 지역에서 바둑모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 N월드 바둑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 말라야 대학(University of Malaya)에 자리한 공자학원(孔子學院) 바둑모임에서는 매주 10명 정도의 바둑인이 모여 친목을 다진다.

말레이시아 바둑인구는 5,000명 선으로 추산

말레이시아 바둑인구에 대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페락주 바둑협회 회장의 이야기를 근거로 추산했을 때 현재 약 4,000~5,000명 정도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국내의 바둑용품들은 거의 대부분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회장을 통하여 수입되고 유통되는데 회장은 이 판매된 바둑세트 수량을 근거로 바둑 인구를 추산한다. 거기에 매년 라만대학교에서 바둑수업을 듣는 학생 수를 더하여 계산하고 현재 페락주에서 바둑수업 지원을 나가는 학교와 단체들의 학생 수로 바둑인구의 규모를 가늠한다.

전체 바둑인구 중 유단자는 약 20~30명,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계이며 연령대는 10~40대가 주를 이룬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바둑은 주로 어르신들이 즐긴다’라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는 바둑수업이 주로 학교에서 진행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현재 약 20~30군데의 수도권과 지방 초등학교, 중등학교에서 특별활동 바둑수업이 진행되며 보통 한 반에 최소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바둑을 배운다. 여기에 라만대학교에서는 아예 바둑을 필수 과외수업(Co-Curriculum) 중 하나로 지정하였다. 정원이 30명인 수업으로 쿠알라룸푸르 캠퍼스에서 8강좌, 페락, 피넹 캠퍼스에서 각각 2강좌를 개설하여 매년 700명 이상의 대학생들이 바둑수업을 수강한다.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회만 4개...2014년부터 페어대회도 시작

바둑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바둑 관련 이벤트, 활동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필자가 바둑을 가르쳤던 2014년은 특히 각종 바둑대회가 많은 해였다. 전국 규모의 오픈 바둑대회, 페어바둑대회, 학교대항전, 동남아시아 바둑대회, 세계청소년 바둑대회 등 그 규모와 종류가 다양하였다.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회로는 아래와 같이 4개 대회가 있다.

말레이시아 바둑 오픈 챔피언십은 2011년부터 시작한 전국규모의 대회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참가자가 100명이 채 되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벌써 250명이 넘게 참가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 대회는 오픈 대회로 외국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페락주 바둑대회는 최초로 지방에서 시작된 전국규모 대회이다. 2014년에 시작하여 그 이듬해에는 아시아 규모의 바둑대회와 함께 열렸으며 매년 100명 이상이 참석하고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페어바둑대회는 2014년에 시작되었다. 바둑 자체의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을 때여서 신선한 시도였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페어 바둑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에는 여자선수가 많이 부족하여 남남 페어도 많았지만 현재는 모든 팀이 남녀 페어로 참가하여 여성 바둑인구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 2014년에 시작한 말레이시아 페어바둑대회는 신선한 시도였다. 처음엔 짝이 맞지 않아 남-남 페어팀으로 채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혼성팀으로 참가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학교대항전은 학교바둑 발전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바둑수업을 듣는 학생들 기력향상에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중등학교 학생 3인 1팀의 팀 대항전이며 장소 협찬이 가능한 학교를 돌아가면서 대회를 개최한다.

이 모든 바둑대회에 심판으로 함께 참여하면서 참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바둑대회 분위기가 활기차고 밝았다. 어린아이, 어른, 참가자, 동반자, 대회운영진 모두가 즐거운 모습이었다. 승패, 경쟁이 주가 아닌 순수하게 바둑을 즐기러 온 모습들이었다. 아직 학교에 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조차도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바둑이 끝나면 승자와 악수하고 웃으면서 승복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바둑을 이미 오랫동안 승부로만 대해 온 필자의 태도를 반성하게 됐다.

2014년 세계청소년 바둑대회 개최...처음 유치한 국제대회에 온힘 합쳐

이 중에서도 응창기재단에서 후원했던 제31회 세계청소년 바둑대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호응을 얻었던 대회였다. 이 대회는 매년 다른 개최 국가를 선정하여 열리는 바둑대회이다. 말레이시아가 어려운 경쟁을 뚫고 2014년 개최 국가로 선정되었다. 처음 개최하는 국제 바둑대회이다 보니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구성원들과 바둑인들이 모두 힘을 합쳤다. 다들 생업이 있는 사람들인데도 대회기간 때는 휴가까지 내가며 바둑대회를 돕는 열의를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바둑대회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즐거웠던 대회였으며 후원 측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성공적인 대회라고 찬사를 보냈다. 되돌아보면 사람들 사이의 교감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대회를 진행했던 운영진들이 대회준비도 열심히 했지만 특히 대회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모두를 감동시켰고 기억에 남는 대회로 만든 듯하다.

바둑대회 외에도 한·중·일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의 국제 교류도 활발하며 국제대회 선수파견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가게 된다면 말레이시아 바둑 오픈 챔피언십에 참가해 보거나 쿠알라룸푸르 공자학원 바둑모임을 찾아가 교류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 초등학교 바둑홍보 시간. 학교 강당에 수백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아이가 달라졌어요...바둑을 배우며 변화한 말썽쟁이 학생 이야기

한국에서 바둑을 전공했다고 하면 돌아오는 질문은 보통 “머리가 좋겠다”라는 말이나 대학교에 바둑전공이 있냐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특이하게 “바둑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한 번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는데 심사관이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코치’라고 적혀있는 필자의 비자를 보고 “오, 바둑코치예요? 그런데 바둑이 뭐예요?”라고 묻길래 체스 같은 보드게임의 한 종류라고 진땀 흘려(?) 설명한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런 상황을 접할 때가 적지 않다. 바둑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증거다.

중국계가 아닌 말레이계나 인도계 사람들은 바둑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중국장기인 시앙치(象棋)는 잘 알려져 있지만 바둑은 이에 비해 인지도가 훨씬 낮다. 어떤 사람들은 오셀로와 헷갈려하기도 한다.

이는 바둑을 전업으로 삼고 있는 N월드 바둑학원 푸총점 원장이나 몇몇 바둑 선생님들에게는 넘어야할 산이다. 바둑을 단순히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러한 시선은 바둑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리기 어렵게 한다. ‘왜 놀이를 수강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배워야하나?’라는 질문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몇 년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을 보면 이 도전과제가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가장 고무적인 점은 바둑보급과 지도에 앞장서는 사람들의 바둑을 보는 관점이다. N월드 푸총점 원장이나 페락 바둑협회 회장은 바둑의 교육적인 면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많은 사례가 있었는데 그 중 페락 바둑협회 회장이 들려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초등학교에서 바둑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특별히 교장선생님에게 부탁하여 전교에서 소문난 말썽쟁이 학생 한 명을 바둑수업에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학생은 수업태도가 몹시 좋지 않았고 숙제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끊임없이 말썽을 부렸다고 한다.

첫 바둑수업에서도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회장은 먼저 학생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 학생은 관심과 자신감이 부족하여 말썽이 되는 행동으로 부족한 부분을 표출했고 그 결과 말썽쟁이 학생으로 낙인찍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락 바둑협회 회장은 학생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바둑수업을 공부가 아닌 놀이를 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도록 접근했다. 바둑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칭찬을 해주어 관심과 인정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었고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후 그 학생은 시간이 갈수록 바둑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바둑반에서 제일 잘하는 학생이 되었다. 그 자신감이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쳐 수업태도와 생활태도가 바뀌고 성적도 올라가는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학생의 가족들과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지막에 회장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아이들을 판단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낙인을 찍는다. 일단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이후에는 그 아이 자체가 아닌 낙인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거나 다른 가능성들을 찾을 기회도 거의 주지 않는다. 낙인과 편견 없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각자가 가진 재능 발굴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바둑교육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렇게 변화하는 학생 수가 점점 많아지고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말레이시아에는 바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다. 바둑의 교육적인 면을 발전시키고 공유하려는 시도와 끊임없는 노력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 라만대학교 바둑강좌 학기말 수업 바둑대회에 참가한 학생 및 교수진.

▲ 라만대학교 바둑강좌 학기말 수업 바둑대회 전경.

바둑은 함께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능성 큰 말레이시아 바둑

말레이시아에서 바둑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 바둑이 사람들의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점들을 봤다.

예전에는 단지 승부, 소수의 마니아층이 좋아하는 취미로 다가왔었다면 말레이시아에서 본 바둑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함께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다가왔다. 또한 사람들에게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매체,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교육적인 매체로도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바둑이 다른 환경, 다른 문화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그 이미지와 역할, 영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점이었다. 이런 점이 다른 나라 바둑계 사람들을 만나고 그 나라의 바둑계를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가장 큰 매력인 듯하다.

말레이시아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말레이시아 바둑계를 지켜보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은 가능성이 많고 미래가 밝다는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바둑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고 바둑 인프라와 인지도 조성에도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점들을 충분히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강점이 있다.

첫째,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연령이 젊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대부분 10~40대이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수가 정말 많다. 적지 않은 수의 학교에서 과외활동으로 바둑수업이 진행되고 있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 더 많은 수의 학생이 바둑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젊은 층에서 바둑을 즐기게 되면 전파속도가 빠르다. 태국에서 바둑 보급을 시작할 때도 주요 목표 층이 대학생들이었다. 그만큼 그들로 인한 주위로의 전파력이나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바둑에 대해 열정을 갖고 주위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레이시아 바둑협회, 페락 바둑협회, 피넹 바둑협회 회장을 비롯한 구성원들, N월드 바둑학원 선생님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말레이시아 바둑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둑홍보, 스폰서 유치, 바둑이벤트 개최 등 대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바둑정기모임, 바둑지도활동 및 교육방법연구 등 사람들에게 바둑의 좋은 부분을 전달하려는 내부적인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으며 10년, 20년 후에는 화산이 폭발하듯 그 영향력이 말레이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단지 하나 걸리는 점이 있다면 바둑을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다보니 바둑선생 수가 부족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중·일, 대만 등지에서 바둑 선생 양성을 도와줄 수 있는 외부 지원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말레이시아 바둑계는 지금 이 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 <끝>

▲ 일본문화축제 바둑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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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리5단 |  2017-05-08 오전 11:55:00  [동감0]    
말레이 미국보다 영어를 잘하는나라,,,,, 미래가 보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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