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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민의 '대만이야기' 1편
유경민의 '대만이야기' 1편
국제로터리 바둑대회와 대만친구들
[해외통신] 오로IN  2014-05-02 오후 08:20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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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의 항구도시 가오슝의 '아이허'


*이 글은 대구에서 바둑 보급에 힘쓰고 있는 프로기사 유경민 5단이 썼다. 지난 4월 19일부터 23일까지 '국제로터리 바둑대회'를 참관하며 직접 겪은 바를 적은 한 편의 여행기다. 단순한 대회 참관기를 넘어서 솔직담백한 대만프로기사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대만바둑계 현황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여행기의 생동감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편집은 될 수 있는 한 줄이고 가독성을 위해 인물 정리를 추가해 1, 2편으로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 주

등장인물

유경민(필자): 한국 프로기사 5단. 1999년 입단해 대만과 호주에서 바둑보급을 하다 지금은 대구에서 지역바둑계의 중추로 활동하고 있다.

샤다밍(夏大銘): 대만기원 최고의 미남기사. 재치넘치고 매사에 거리낌없이 즐겁게 사는 성격. 모든 여자와 급속히 가까워지는 절정의 기술을 타고 났다. 대만에 간 유경민에게 처음으로 중국어를 가르쳐주었다.

양멍윈(楊孟允): 일본의 왕밍완 9단을 제외하곤 유일한 타이난(臺南)출신 프로기사. 별명은 뚱보산적.

장화이이(張懷一):유경민의 가장 친한 대만 프로기사. 전 대만프로기사회장, 현 대만바둑교육협회 사무총장.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나 여자를 사귀는 데 서툴다.

샤오아이린(蕭愛霖): 바둑연구생 출신. 양멍윈의 여자친구.

당시윈(黨希昀): 유경민을 잘 따랐던 소녀. 현재는 대만 모 프로기사의 여자친구.


출발! 대만 제1의 항구도시 가오슝으로

4월 19일 오전 6시 50분, 김해공항행 버스가 동대구에서 출발했다. 가는 도중 몇 명은 세월호 참사를 놓고 안타까움을 나눴고 누군가는 잠을 청했다. 평소라면 눈을 감기 아쉬울 정도였을 상쾌한 아침 풍경도 이날만큼은 답답한 마음을 환기해주지 못했다.

김해공항에서 예약된 비행기를 타고 나를 포함한 일곱 명의 남자가 대만 가오슝(高雄)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국제로터리 바둑대회 참가를 위해서다. 이 대회는 한국ㆍ일본ㆍ대만 3국의 로터리 회원 간의 친선 바둑대회다. 1년에 한 나라씩 번갈아 개최해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했다.

가오슝은 북부의 수도 타이베이와 함께 대만을 대표하는 제1의 항구도시이며 타이베이와는 또 다른 남부 대만인들의 열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도시다. 열정만큼이나 날씨도 무더운데 이날 역시 30도가 넘는 습한 날씨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 대만달러를 출금하고 지하철역까지 가는 잠깐의 시간 만에 가오슝에 어울리지 않았던 셔츠는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타이베이의 위성도시인 타오위엔 (桃園)의 사우스가든 호텔이다. 여섯 명의 한국선수와 나는 가오슝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조잉 고속기차역으로, 고속기차로 타오위엔역으로 이동했으며 다시 두 대의 택시를 나눠타고 오후 4시경에 목적지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 가오슝 메이리따오역

일행은 아침부터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약 9시간 동안 쉬지않고 택시, 버스, 비행기를 타고 다시 지하철, 기차, 택시를 탔다. 그러나 중년의 한국선수들은 피곤함도 느끼지 않는지 호텔 앞에서 만난 일본 선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일본 노신사와 동행한 손자, 소년의 도움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호텔 카운터에서 방 배정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 로터리팀의 일곱 번째 선수인 서울의 정종모 선생님께서 먼저 도착하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선생님은 노년에도 여전히 여행과 바둑을 즐기시고 국제로터리 바둑대회엔 15년 간 빠짐없이 참여하셨는데 대회를 마치고는 며칠 후에 또 일본에 가신다고 한다. 우연히 들으니 영어도 수준급이시다.

올해 개최국인 대만로터리클럽 양민성 회장은 방마다 온천시설을 갖춘 멋진 호텔로 우릴 초대했다. 전야제에선 "로터리의 봉사정신이 있어야만 대만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터리 예찬론을 펼치며 각국의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환영만찬을 마친 후 3국의 임원들은 회의를 통해 오는 5월초 호주 시드니에서 벌어지는 전체 국제로터리 대회에서의 바둑부문 부스설치와 관련해 논의했고 내후년에 한국에서 있을 전체 로터리대회를 놓고 한국이 적극적으로 성공적 행사를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제로터리 바둑대회가 동양 3국만의 대회가 아닌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회원이 참여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아리랑'과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틀째 대회 당일. 오전 6시쯤 눈이 떠진다. 대만의 시간이 우리보다 한 시간 늦으니 한국은 7시. 이를 착각한 한국선수 중 한 분은 6시에 일어나려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는 일도 생겼다. 8시 반부터 개회식을 하고 4단 이상 '고단조'와 4단 미만의 '저단조'로 나눠 1인당 4국씩 두는 스위스리그로 대회가 시작됐다. 선수 대부분이 10년 이상 대회에 참가하신 분들이기에 승부보다는 친선교류의 성격이 훨씬 강했다. 그래도 막상 대국이 시작되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국이 끝나면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중에도 화기애애하게 복기도 나눴다.

우리 한국팀은 주로 대구지역의 로터리 회원들로 출전했다. 전국의 다른 로터리클럽에 홍보가 잘 안 된 탓에 인원이 3국 중 가장 적었다. 참가선수를 통틀어 가장 강한 기력을 가지고 있지 현철영 선수는 한국회장인 이재윤 협회장님을 대신해 단장 격으로 와서 대회참가를 못 했다. 그래서 한국팀은 고단조에 정연길, 이전기, 최오영, 이명우 선수, 저단조에 조한걸, 정종모 선수까지 총 여섯 명의 선수만이 열전을 치뤘다.


▲ 국제로터리 바둑대회를 마치고

고단조의 우승은 대만. 한국팀은 소수 인원으로 출전한 한국은 정연길 선수가 고단조 3위,조한걸선수가 저단조 우승을 차지하며 바둑강국의 체면을 지켰다.

시상식과 선물교환 등이 이어진 폐회식만찬에선 각국의 노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대만의 노래기기에 한국노래는 몇 곡이 없지만, 우리 한국팀도 무대에 올라 '아리랑'과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고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해외에 나온 모든 한국여행객의 공통점을 한 글자로 줄이면 '술'일 것이다. 이 자리엔 와인, 고량주, 위스키, 맥주, 소흥주 등이 제공됐다. 저녁만찬이 끝나고도 전날 피로에 지친 상황에서도 한국선수들은 따로 조촐하게 맥주를 가지고 아쉬움을 달랬다.

반가운 친구들

대회장으로 반가운 친구들이 찾아왔다. 내가 대만에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프로기사들이다. 샤다밍(夏大銘)과 양멍윈(楊孟允)은 2005년 내가 처음 대만에 갔을 때 같이 살던 동생들이다. 샤오아이린(蕭愛霖)은 그 당시 양멍윈이 가르치던 고등학생 연구생이었는데 그때부터 종종 집에 오더니 결국 연인이 되었다.

당시윈(黨希昀)은 나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공부 잘하던 순진한 고3의 학업성적이 점차 내려가는 걸 보고 나는 "대학생이 돼서 만나자."는 삼류 영화대사 같은 말을 했었다. 그랬던 소녀는 어느덧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바둑 가르칠 거면 대학원공부는 왜 했어?”라고 물으니 당스윈은 "생각해보면 난 전공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어. 아픈데 찌르지 마!"라고 대꾸한다.


▲ 당스윈(왼쪽)과 샤오아이린

폐회식 장소로 이동할 때 당시윈은 양,샤오 커플과 함께 앞차로 출발했다. 그런데 내가 도착해보니 식장에 없다. 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집으로 갔다고 한다. 10분 이상 늦게 도착한 우리 일행은 '그녀가 왜 먼저 갔을까?"라고 설왕설래했는데 샤다밍은 나보고 드라마처럼 뛰어가서 잡으라며 웃었다.(오해는 마시길. 내가 대만을 떠난 2010년쯤인가부터 그녀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대만 프로기사 샤오(蕭)모군과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샤오아이린은 "자기가 옷을 대충 입고 오라고 했는데 행사장이라 그냥 간 거 같다."라고 말한다. 정장을 입었다면 계속 있었을 거라는 지극히 여자다운 의견이었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쉬는데 밤 11시가 넘어 장화이이(張懷一)가 초인종을 누른다. 양손엔 내가 좋아하는 대만 맥주 진파이(金牌) 여섯 캔과 야식으로 많이 먹는 튀김을 잔뜩 들고 있다. 저녁을 그렇게 먹고도 맥주와 튀김이 입에 들어가는 걸 보고 체중이 몇 킬로는 쪄서 돌아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화이이는 대만시절 후반 몇 년간 항상 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놀고먹으러 다녔던 가장 친한 동갑친구다.

대만 프로기사회장도 했고 지금은 대만 바둑교육보급협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선 서로 사무총장과 사무국장이 적혀있는 명함을 교환하고는 서로 웃었다.

캐나다에 유학도 다녀와서 영어는 당연히 잘하고 프랑스어 독일어도 웬만큼 한다. 심지어는 한국어도 글자를 읽을 줄 알고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 도사다. 이 친구의 문제는 연애하는데 너무나 소질이 없다는 점인데 그거 하나만 빼곤 흠잡을 게 하나 없는 반듯하고 똑똑한 청년이다.

내가 함께한 몇 년간 이 친구가 연애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화이이가 관심 있는 여자들은 꼭 주변에 아는 남자와 사귀고 있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난 "어떤 소박한 조건도 불필요한 욕심이니 그냥 좋으면 좋아해라." 라고 조언해 줄 수밖에 없었다. 또 내가 연애에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건 주변에 보고 배울 수 있는 '고수'들이 있었음에도 별로 배운 게 없다는 점이다.

그 고수는 바로 샤다밍. 샤다밍은 대만기원 최고의 미남기사이자 재치가 넘치는 친구인데 아무 거리낌 없이 즐겁게 사는 스타일에 모든 여자와 급속히 가까워지는 절정의 기술을 타고났다.

초창기에 나와 같이 생활해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샤다밍은 사실상 내 첫 번째 중국어 선생이기도 하다. 타이베이에 간 첫 날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우린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씩 가르쳐주기로 했다. 내가 가르쳐준 노래는 015B의 '텅빈거리에서'였고 다밍이 가르쳐준 노래는 주걸륜의 '청천(晴天)'.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못 알아들을 내 엉터리 중국어를 샤다밍은 용케 알아듣곤 했다.


▲ 대만 프로기사 마라톤 대회

양멍윈은 일본에 가있는 왕밍완 9단과 같은 타이난(臺南) 출신의 프로기사다. 최근 1~2년 사이 담낭을 떼는 수술을 하고 몸이 홀쭉해졌다. 큰 덩치에 수많은 털, 어울리지 않는 얇은 목소리와 천진난만 유치찬란한 행동이 귀여운 착한 친구다.별명인 '뚱보산적'을 이젠 그냥 '산적'이라고 불러야 할 거 같다. 여자친구 샤오아이린은 작고 아담한 체격이라 이 둘이 같이 있으면 산적과 소녀라 할지, 특히 샤오아이린이 고등학생 때는 범죄가 아닌가 싶은 느낌이었는데 이젠 둘 다 성인이 됐고 하도 오래 봐서 이젠 익숙한 한 쌍의 커플이 됐다.

샤오아이린은 다음날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갔고 우리 한국선수단은 이들과 함께 3일차부터 관광과 대만 지방도시와의 교류 일정을 시작한다.

2편보기 클릭☞ 유경민의 대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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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딸 |  2016-04-29 오후 7:29:00  [동감0]    
절대미남 유경민 프로님 만세
난알지롱 |  2014-05-03 오전 2:19:00  [동감1]    
뱅기값 같은 경비는 누가 낸겨?.. 각자 분빠이?? .... 그게 제일궁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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