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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격다짐 끊기엔 어떤 태도가 좋을까
우격다짐 끊기엔 어떤 태도가 좋을까
[AI나들이] 김수광  2019-08-18 오전 00:43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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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나들이]는 공개된 바둑 인공지능(릴라제로, 미니고, 엘프오픈고 등)을 활용해 대국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AI가 모든 국면의 정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반상에서 나타나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별보다 많아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I의 수준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AI가 제공하는 참고도의 수준은 아주 높아서 전 세계 어떤 정상급 프로기사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AI의 바둑 분석을 살피는 작업은 사람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할 수 있으며, 고수의 의견을 듣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AI나들이]의 내용은 프로기사의 의견을 참조하고 있으며 10만~100만 사이의 비지트(visit)로 충분한 연산을 거쳐 제시한 참고도를 보여줍니다.

아마추어 기객들은 이른바 '무식한 끊음'을 무서워한다. 고수일수록 상대가 무리한 수로 위협을 가해 올 때 그것을 감사하지만 이 땅의 절대다수 중급 바둑애호가들은 공포에 질린다. 그 수가 무리한 줄 알면서도 어떻게 응징해야 할지 잘 모를 때가 많으며, 섣불리 응징하러 나섰다가 거꾸로 당하기도 한다. 실전에서 나온 변칙 행마 그리고 그 안에 숨은 '독한 끊기' 변화를 살펴본다.

▼ [그림1] 이런 수도 있나. 제9회 남방장성배 세계정상대결 4강전에서 나온 형태다. 박정환 9단이 흑1로 왼쪽 백석점에 위협을 가하니까 퉈자시 9단이 꺼낸 백2의 어깨짚기가 이채롭다. 백2는 본체와 사이가 꽤 멀어 보이지만 흑이 그 사이를 끊어서 공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2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박정환의 고민은 깊었을 것이다.

▼ [그림2] 실전에서 박정환은 흑1로 밀었고 퉈자시는 백2로 받았다. AI는 이 교환을 놓고 백이 좋다고 판단했다. 백2가 놓인 순간 백은 확실히 연결 됐다. 원래도 백은 어느 정도 연결된 형태여서 당장 끊기지는 않지만 완전하진 않았다. 언젠가는 근심이 될 날이 올 수도 있었다. 확실히 연결된 것과 아직 확실하게 연결되지 않은 것은 다르다. AI는 그 차이를 크게 보나 보다.

▼ [그림3] 흑1로 붙여 끊으려고 하면 백2, 4로 반격해 흑이 잘 되지 않는다. 이어서-

▼ [그림4] 흑이 포기하지 않고 5까지 끊으려 하지만 형태상 백이 유리한 싸움이다.

▼ [그림5] 가만히 백1로 나가는 수가 좋다. 흑2엔 3으로 다가선다. 흑4로 가르고 나오면 이하 16까지 귀의 흑을 압박한 뒤 17로 연결하는 수가 있어서 백이 좋은 변화다.

▼ [그림6] 흑1로 가르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눈에 흑이 무리해 보이지만 아마추어 기객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더 궁금하다. 막상 백은 어떻게 하는 것이 깔끔한 응수인지는 생각해 봐야 하는 장면이다.

▼ [그림7] 사실 백1로 한칸 뛰어 두기만 해도 수습에는 문제가 없다. 흑2로 연결을 방해하면 백3으로 끊고 이하 7까지 A, B를 맞보기로 하여서 그림 같은 타개가 이뤄진다.

▼ [그림8] 백1 때 흑은 2로 보강하는 정도이고 백도 3으로 넘는 게 보통일 것이다. 이렇게 해도 된다. 그러나 백으로선 흑이 다소 무리하게 보이는 끊음을 시도했는데도 흑백 50 대 50으로 형세가 팽팽하다는 점이 아쉬울 것이다.

▼ [그림9] AI는 백1로 들여다보는 게 강력하다고 한다.

▼ [그림10] 흑1로 잇는다면 비로소 백2로 나와 끊겠다는 것. 다만 바로 끊지 않고 귀의 뒷맛을 일궈 놓기 위해 백4, 흑5의 교환을 거친 뒤 6으로 끊는다고 한다. 이어서-

▼ [그림11] 이하 11까지는 거의 외길로 보인다. 귀의 백을 버리고 사석작전을 펴서 바깥 흑을 도려낸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백의 우세라고 한다.

▼ [그림12]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흑은 1로 넘어야 한다. 이후 10까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후 흑은 중앙을 정비하든 좌변을 정비하든 선택해야 하는데 중앙이 더 급해 보인다.

▼ [그림13] 흑1로 보강할 것 같다. 그러면 백2로 끊어서 집요하게 뒷맛을 노릴 수 있다. 흑3으로 물러서면 이하 8까지 좌변을 싸바를 수 있다(흑3으로 느는 대신 백2를 잡으러 가면 백이 5로 단수를 친다). 이런 변화가 된다면 백의 낙승 무드다.

▼ [그림14] 백으로선 1로 두어 응수를 묻는 것도 일책이라고 한다. 흑2로 막으면-

▼ [그림15] 백1, 3은 약간의 테크닉이다. 이어서-

▼ [그림16] 흑1, 3으로 둘 수밖에 없고, 백은 6~9까지 바깥 정비를 위한 교환을 해 둔 뒤 10으로 자세를 잡는다.

▼ [그림17] 흑1로 백의 안형을 방해하면 백은 4, 6의 활용을 마친 뒤 8로 두어 귀에서 살아 둔다. 이후 10까지가 예상 변화다.

▼ [그림18] 흑1로 젖혀 공격해 봐도 백은 2로 선수한 뒤 4로 막아서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 [그림19] 실전 흑세모가 왔을 때 퉈자시는 변칙적으로 어깨를 짚고 가르는 행마를 들고 나왔지만 AI는 이 경우 백1이라는 눈목자를 추천한다. 이런 형태에서 AI는 이 눈목자를 정형화된 행마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 [그림20] 눈목자는 경묘하다. 그리고 이 장면에선 연결에도 문제 없다. 가령 흑1, 3으로 거칠게 끊어온다면 백4로 뻗어둔다. 이어서-

▼ [그림21] 흑1로 뻗어둘 텐데 그때 백2로 빠진다. 흑3엔 백4로 선수 연결을 해 둔 뒤 6으로 도망친다.

▼ [그림22] 도중에 변화를 줘봤다. 솔직히 흑1은 심히 무리해 보이지만 이것도 알아보자.

▼ [그림23] 백1로 뻗어두는 게 힘차다고 한다. 흑2로 사는 궁도를 만들 수는 있지만 백5~7까지의 수순이면 맞보기에 걸려든다. 이하 9까지 귀의 흑이 잡혀 버린다.

▼ [그림24] 하는 김에 흑1의 날일자로 끊자고 하는 수도 살펴 본다.

▼ [그림25] 백1은 절대인데 흑2 때는 백3으로 붙이는 게 좋다고 한다. 이어서-

▼ [그림26] 흑1로 틀어막으면 이하 6까지 백은 알뜰하게 귀에서 살 수 있다.

▼ [그림27] 앞 그림 흑1 대신 지금의 흑1로 두면 백2로 관통한다. 흑이 3으로 끊는 것은 무리다.

▼ [그림28] 백1로 이으면 흑2로 변을 살려야 하는데, 백3으로 젖히면 귀의 흑이 고통받는다. 흑6은 잘못된 응수. 귀가 다 잡히게 된다.

▼ [그림29] 1~5까지의 수순은 중급 사활문제에서 자주 등장한다.

▼ [그림30] 흑1로 형태를 정비하면 '살 수는' 있다. 다만 비참하다.

▼ [그림31] 백1, 3의 공격에 흑4로 받으면 백5로 즉사한다.

▼ [그림32] 따라서 흑1로 먼저 따내야 하고 백2로 뛸 때 흑3으로 뻗으면 살 수 있다. 백4 때 흑 두점을 살릴 수 없다. 살리면 치중 당해 잡힌다.

▼ [그림33] 백1 때 흑2의 날일자로 덮어씌워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해진다.

▼ [그림34] 백1~5까지 미는 것은 흑이 바라는 바다. 이른바 '수레 뒤밀기'라는 것인데, 이하 6까지 흑에게 좋은 세력을 내어주게 된다.

▼ [그림35] AI는, 백1로 하나 정도는 밀어야 하지만 흑2 뒤에는 백3으로 응수를 물어보고 싶은 자리라고 한다.

▼ [그림36] 흑은 1로 뻗을 것이다. 그때 백2로 젖혀 둔 뒤, 다시 백4로 중앙을 밀어보는 게 응수타진의 연속이다. 흑5로 그냥 는다면 6, 8로 변을 차지한다는 게 AI의 생각이다.

▼ [그림37] 그러나 흑1로 젖혀온다면 얘기가 다르다. 백2로 끊고-

▼ [그림38] 흑1 때 백2가 멋지다.

▼ [그림39] 흑1엔 백2가 연관된 기교. 흑3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하 8까지 흑이 곤란하다.

▼ [그림40] 1~5까지 흑을 살릴 수는 있지만 백은 빵따냄을 얻고 6으로 끊으므로 백이 아주 우세하다.

▼ [그림41] 당초 퉈자시의 백1 어깨짚음이 등장했을 때 AI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흑2를 추천한다고 한다.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는 기훈처럼 흑2의 곳은 백이 두어도 좋은 자리다. 흑2로 둔 뜻은, 백의 사이를 가르기는 어렵지만 백의 연결을 강요하면서 변과 중앙 양쪽에서 압박하겠다는 것 같다.

▼ [그림42] 이하 20까지가 AI가 추천하는 그림이다. 19까지 백이 연결에 힘쓰는 사이 흑이 좌변엔 실리를, 중앙엔 세력을 얻은 뒤 흑20으로 백 곤마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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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박 |  2019-08-23 오후 4:17:00  [동감0]    
기자님 정말 공부가 많이 됩니다.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좋은 바둑 글입니다.
에라이샹 |  2019-08-19 오후 6:48:00  [동감0]    
대단한 분석기사입니다. 기자님의 노고에 마음의 큰 성원 보냅니다
진흙 |  2019-08-19 오전 9:01:00  [동감0]    
기자님이서 신선하고 좋은 재료, 좋은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니,
인간과 신(인공지능)의 능력의 한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참, 멋지고 훌륭합니다.
8939 |  2019-08-18 오후 4:30:00  [동감0]    
잘 읽었습니다~~
내바둑짱 |  2019-08-18 오후 3:51:00  [동감0]    
정말 좋은 기사네요 감사합니다 인공을 분석한 기사 더 자주 부탁드립니다^^
tjddyd09 |  2019-08-18 오후 3:07:00  [동감0]    
인공지능은 마믈모와 눈목자를 선호 하는거 같군요, 불멸의 마늘모 라더니,
맞는 말이 었네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가장 견고 하다는 ㅡㅡ;;
jhokim |  2019-08-18 오후 2:30:00  [동감4]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아쉬운 점은, 1)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 명칭과 버전, 2) 프로그램 실행 옵션, 3) 사용한 컴퓨
터 사양 등이 기재되면 좋겠습니다.
도우미A 글머리에 비짓(visit)을 적어놓았습니다. 가중치로는 릴라제로(최근), 미니고(v17), 엘프오픈고(v 2)를 두루 사용합니다. 사바키 실행옵션은 기본옵션 외에 특별히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g -v 100000 --noponder -t 12 -w weights/network.gz
time_settings 0 999 1;
리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visit 은 백만단위의 연산까지 해봅니다. 그래픽카드는 RTX2070을 사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지오마레 |  2019-08-18 오후 1:28:00  [동감2]    
결국 인공이 퉈자시, 박정환 등 세게정상급 보다 고수라는 말임. 그것도 이해 못할 정도로 높은 차이의 고수라는 뜻임.
차칸덜맹이 |  2019-08-18 오전 10:44:00  [동감0]    
상당히 복잡한 변화가 있네요.
많은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알려주시다니, 좋은 글 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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