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엣? 이 바둑이 해설판이었다고요?”
장시간 반상에 집중하느라 눈가에 물기가 가신 안성준 5단이 뒷머리를 긁으며 쑥스러워했다.
안성준은 19일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열린 제1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선발결승에서 나현 4단을 211수 만에 흑불계로 꺾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제 안성준은 한국대표 5명 중의 한 명으로 가장 먼저 확정됐다.
오로바둑에서 바둑을 해설한 송태곤 9단은 “초반은 흑(안성준)이 약간 편한 흐름이었고 중반은 백이 두터웠다. 후반엔 나현 4단이 느슨하게 두면서 승리가 흑에게 돌아갔다.”고 평했다.
2012년 8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에서 김지석 9단을 2-0을 누르며 우승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강호지만 각종 세계대회단체전에 한 번도 대표로 뛰어본 적은 없다. 따라서 이번 농심신라면배도 첫 본선 진출이다. 안성준은 이번 선발전에서 이하진, 디아나 김종수, 류민형, 최철한, 나현을 차례차례 꺾었다.
선발결승전은 이제 3판이 남았고 이번 주에 모두 열린다. 20일(수)엔 강동윤vs황재연(목진석 9단해설), 22일(금)엔 박정환vs송태곤, 김지석vs변상일 대국이 펼쳐진다.
인터뷰/ 안성준“어디 쉬운 상대가 없어요”
- 농심신라면배 대표가 되기는 처음이다. 소감은?
“지금까지 단체전 대표가 되어 본 적이 없었다. 막상 대표로 결정되고 나니 국가를 대표하게 됐다는 마음에 부담이 크다.”
- 오늘 나현 4단과 대국 내용은 어땠나?
“초반에 내가 좋다고 봤는데 복기 때 보니 크게 유리한 것도 없었던 것 같다. 중반은 어지러운 형세였고 후반은 나현 4단이 강하게 뒀다면 내가 졌을 것이다.”
- 최철한 9단, 나현 4단 같은 강자들을 연거푸 꺾었다.
“뭐, 이기긴 했는데 계속 고전이었다. 실은 처음부터 그랬다. 이하진 3단한테도 질 뻔했고 김종수 사범님한테도 다 진 바둑을 이겼다. 류민형 4단과의 대국은 큰 위기가 있었는데 잘 넘겼다. 지난 일요일 최철한 9단과의 선발준결승전 때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이길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뒀는데 의외로 잘 풀렸다. 나현 4단과의 대국도 나현 4단이 후반에 조금만 더 세게 뒀어도 대표 자리는 놓치는 거였다. ^^”
- 그동안 농심신라면배를 관찰해 보면 어떤 느낌이었나?
“일단 재미있었고, 대표가 되면 부담이 참 크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 기사의 평소 실력답지 않게 행마가 무척 둔탁해지는 걸 발견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그 입장이다. ^^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너무 긴장하지 않게 노력하겠다.”
- 본선에 임하는 각오는?
“사실 대표로 선발되리라는 생각을 못했고 ‘이 한판에 집중하자’는 일념뿐이었다. 기사의 일생에서 이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신중하게 대국해서 여러 판 이기도록 하겠다. (순번은 앞쪽과 뒤쪽 중 어느 쪽이 좋을까?) 아무래도 선봉 쪽에 가깝게 출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 눈 여겨 보게 되는 중국기사가 있다면?
“타이틀을 획득한 ‘90후’기사들은 우승 직후 성적이 하락했다가 조금씩 회복하는 것 같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로는 커제 4단이 단연 돋보인다. 힘 좋고 날카롭다. 부분전 힘겨루기에서 밀리는 걸 거의 못 봤다. 한편 스웨 9단은 여전히 중국 일인자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도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이치리키 료, 쉬자위안, 무라카와 다이스케 같은 기사들은 모두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들이다. 어느 하나 쉬운 상대가 없다.”
- 본선 때까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컨디션 기복이 심하다. 이걸 다스리려 한다. 매일 상비군 훈련이 끝나면 국선도(단전호흡)을 하는데 나한테 잘 맞아서 꾸준히 할 생각이다. 각국 대표들의 기보도 꼼꼼하게 연구할 것이다.”
▲ 돌을 가렸다.
▲ 돌통을 바꿨다.
▲ 선발전 결승에서 지는 아픔은 크다. 나현은 아직 농심신라면배 대표가 돼 본 적이 없다.
▲ 난적 최철한과 겨뤘던 선발준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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