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세리머니보다 더 다채로운 바둑리그 세리머니
축구 세리머니보다 더 다채로운 바둑리그 세리머니
[화제] 김수광  2023-02-02 오후 03:42   [프린트]
▲ 시간패를 묘사한 강동윤 9단의 세리머니.


바둑에서도 세리머니를 하자는 아이디어는 아주 오래 전에 나왔다. 10년 전에도 얘기가 있었으니까.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관중석에서 응원가가 울려퍼지는 축구에선 골을 넣은 기쁨을 격렬하게 표현하는 게 또다른 재미다. 동적인 스포츠에서는 흔히 접하는 광경이다. 그렇지만 바둑에서만큼은 금물로 취급되었다. 대국을 기록하는 기록자조차 조용히 침을 꼴깍 삼켜야하는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고, 예를 중시하는 관례에 따라 대국을 마쳐도 승자는 패자를 배려해 웃음기조차 참아내는 게 대국장 풍경이었다. 당연히 바둑에서 세리머니를 한다는 건 어림도 없는 얘기로 치부됐다.

조심스럽게 누군가가 선수에게 “이기고 나면 세리머니를 해보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어보면 선수는 “진 선수를 생각한다면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바둑계 또한 많은 게 바뀌고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뒤따르는 건 한순간이다.

22-23 시즌으로 들어서면서 엄청난 변신을 보이고 있는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가 해외팀 참여, 피셔 방식 등의 도입과 더불어 굉장히 눈에 띄는 것 하나를 시도하고 있으니, 바로 세리머니다.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원래 발랄한 선수들은 멍석을 깔아주니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의적인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고 생각한 선수들조차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동작을 선보인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랑하는 바둑팬들로서는 즐거움 두 배다. 바둑내용에 더한 외적인 즐거움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흐를 때 맞이하는 망외의 장면 같은 것이다.

KB바둑리그 주관방송의 바둑TV는 아예 ‘월간세리머니’ 상을 만들어 선수들의 의욕을 부추기고 나섰다. 팬 투표를 실시해 2월1일엔 순위를 발표했다(입상자에겐 상금도 돌아간다). 앞으로 바둑팬들에게 ‘관전하는 재미’와 더불어 ‘누가 세리머니 1위를 달성할지’를 맞히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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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  2023-02-03 오후 4:22:00  [동감0]    
하는 것도 괜찮지만 싫어하는 선수에게 강요하지 말라.
나오미의꿈 ｜  2023-02-03 오후 3:25:00  [동감0]    
오~~ 좋아요. 최정 넘 멋져요^^
윤실수 ｜  2023-02-03 오전 8:19:00  [동감1]    
스포츠에서 세레모니는 주로 골을 터트렸을때 한다. 그리고 응원하는 관중들도 함꼐 호응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바둑은 그런
짜릿한 순간이 없기에 별 의미가 없다. 게다가 바둑은 관중도 없기에 ...
대원경 ｜  2023-02-03 오전 12:20:00  [동감0]    

하하하~ 역시 춤이든 세레모니든 동영상 비데오로 보아야 정확히 그 실체를 알수 있는가 봅니다. 퀸 명장 최정9단의 갑자
기 긴머리 풀어 손끝 제치기(특유의 자신감의 표시) 세레머니는 백년전쟁 말기의 오르앙전투에서 탈진한 프랑스 군인들(남
성들)을 리드하여 승리로 이끈 기적의 잔다르크보다 더 멋진 승부사의 치명적인 매력발산인 팜므파탈세레머니가 맞습니
다. 머리를 푸는 것은 승부사가 지닌 비밀, 매력이요, 섬섬옥수의 손끝으로 제치는 것은 사랑과 기쁨의 만족감, 자신감의 표
현입니다. 와~ 짝짝짝.

그리고 킹 명장 신진서 9단의 갑자기 큼직막한 손으로 온 손가락에 균형을 잡아 최대한 큰 하트를 형성하고 바둑팬들을 향
해 하늘미소를 보내는 것은 그 만큼의 크고 여유로운 승자의 마음의 표현한 것입니다. 자신감과 이제는 바둑팬 여러분 승리
를 믿어도 된다는 안정감의 철철넘치는 두손모아 (온 정성 다하여, 오로지 라는 뜻)- 빅하트의 세레모니라 할 것입니다.
짝짝짝~

또 명장 한상조 5단의 승리후 두손으로 양팔끝 짚고(애썼다. 그러나 이상없다는 뜻) 양어깨로 가볍게 셔츠를 물어 올리는
세레모니는 기쁨의 셔츠세레머니로 상대를 가볍게 이기고 난 뒤에 풍선처럼 가벼운 행복감을 표현하는 제스쳐 입니다. 소
녀가 힘든 빨래끝나고 빨래를 널고 기뻐서 추는 약간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짝짝짝~

또 명장 독사 최철한 9단과 키다리 신사 명장 김명훈 9단의 듀엣 세레모니는 긴 방학이 끝나고 대학 켐퍼스에서 그리운 학
우(술친구, 파트너, 짝꿍..)를 다시 만났을때 반가움과 기쁨을 나누는 장면을 표현한 남자세계에서는 흔히 볼수있는 세레
머니입니다. 남자들 사이의 궅은 우정과 의리 그리고 너만 믿는다는 굳은 신뢰의 기쁨이 담겨있는 세레머니입니다. 둘사이
가 갈라놓고 싶은 질투, 충동이 이는 참으로 보기 좋은 세레머니입니다. 짝짝짝~

또 바둑계의 영원한 젠틀맨(신사) 명장 강동윤 9단의 토끼세레머니는 바둑돌을 짚고 놓고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는 토끼눈
을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당황함을 클로즈 업시킨 것으로 마치 차리 채플린의 판토마임을 연상시키는 걸작중 걸작입
니다. 왜 기자분들이 2등으로 뽑으려고 애를 쓰는지, 그 숨은 의도를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ㅋㅋ 짝짝짝

또 원성진 9단과 송규상 6단의 단칼 저격세레모니는 승리후 나의 승리에 토를 달지 말라. 바로 너 말이다 (원성진) 소리
없이 없애겠다. 탕! (송규상)으로 모두 호적수를 만나 승리한 후 자신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기쁨을 표현한 제스처 입니
다. 역시 원펀치다운, 크로스카운터다운 세레머니입니다. 짝짝짝!

그리고 마지막 독사 명장 최철한 9단의 라이프(Life)세레머니는 평생을 바둑의 길을 택하여 길어온 전문 프로기사의 인생에
대한 즐거움을 가벼운 리듬에 맞추어 인생을 노래하는 행복감을 표현한 춤입니다. 승리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으
로 심장을 짚고(소중하다는 표시), 양손으로 두손가락으로 바둑돌을 짚는 모습을 취한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다 어느새
마지막에 이르다 보니 그 사이 깜짝 백돌을 보여주는 센스로 바둑인생을 크로즈업 시키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승전결의 치
밀한 연출력이 돋보여, 수작중 수작입니다. 나그네 생각으로는 아까운 2등상입니다. ㅎㅎㅎ 짝짝짝~ 참으로 잘 관람하고
빈배로 들렀다가 만선을 이루어 떠납니다. 모두 굳나잇~잘들 주무시구료.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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