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오후 7시20분. 박정환이 예정된 대국 시간을 50분 지나 허겁지겁 검토실로 들어서고 있다. 순간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이 놀라 돌아보는 모습이 보인다. |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
박정환, 대국 시간 착각 '지각패'
팀(티브로드)은 한국물가정보에 '2패 뒤 3승' 대역전극
티브로드는 역시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티브로드가 주장 박정환의 '지각패'라는 예기치 않은 불상사를 딛고 한국물가정보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광복절인 15일 저녁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에서 티브로드는 주장 박정환의 지각패를 포함해 한국물가정보에 먼저 두 판을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이후 3연승하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1국(장고대국)의 강유택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승재, 박민규가 연승을 거뒀고(2-2), 맨 마지막 강유택이 대역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상상도 못한 박정환의 지각패가 충격을 던져준 하루였다. 박정환은 이날 티브로드의 3국 대국자로 정해져 백홍석과 대국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규정 시간이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 기권패로 처리됐다(대국 시간에 임박해 이상훈 감독이 계속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저녁 6시45분. 대국 개시를 선언한 지 15분이 지나도록 박정환이 나타나지 않자 이홍렬 심판위원이 백홍석에게 기권승을 알리고 있다. KB리그 지각 규정은 심판위원이 대국 개시를 선언한 후 선수가 대국 자리에 착석한 기준으로 15분 이상 지각시에 기권패로 처리한다. 이는 속기판이나 장고판이나 동일하다.
박정환이 기권패한 사유는 자신의 대국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 자신의 순번이 3국이라 6시30분에 시작하는 대국이 아니라 8시 30분에 시작하는 대국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박정환은 대국 개시 50분을 넘겨 검토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 자리에 앉아 열을 식히고 있는 박정환. 지난 경기에서 김현찬에게 KB리그 18연승이 끊긴 데다 이날 지각패를 당하면서 졸지에 2연패, 독주하던 다승 선두 자리를 나현(9승1패)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 박정환은 2010년 바둑리그 때도 교통 체증으로 지각패를 당한 일이 있다. 당시의 기권패는 바둑리그 7년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됐다.
박정환의 기권패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원성진과 대국하던 이동훈은 이번 시즌 들어 최악의 내용으로 172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고 티브로드는 시작하자마자 0-2로 궁지에 몰렸다. 티브로드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은 1국(장고)의 강유택이 안국현을 상대로 줄곧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 이를 발판으로 4국에서 김승재가 추격의 방아쇠를 당겼고, 강유택의 승리가 확실해질 즈음 5국의 박민규가 안형준을 제압하면서 사실상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제2국. 이동훈은 이른 시기에 대마생사가 걸리면서 고난에 고난을 거듭한 끝에 패했다. 유창혁 해설자는 "바둑리그에만 나오면 부담 때문인지 내용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지만, 정작 이동훈은 대국장을 나서자 마자 잔뜩 굳은 얼굴로 "어떻게 된 일인가요(?)" 부터 물었다.
▲ 팀이 꼭 필요할 때 영양가 만점의 승점을 보태주고 있는 박민규. 자신이 거둔 5승 중 4승이 팀 승리와 연결됐다. 3년간 2부 리그에서 뛴 다음 올해 처음 KB리거가 됐으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다.
주장의 기권패로 찬물을 뒤집어 쓴 분위기에서도 대역전승을 일궈낸 이상훈 감독은 "그동안 박정환이 문제였었나 보다. 박정환이 지니까 다른 선수들이 정말 잘 한다" 고 농을 던지며 환하게 웃었다. 더블어 죄인처럼 숨죽이고 있던 박정환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졌을 경우 4위권 밖으로 밀려나야 했던 순위는 3위로 한 계단 올랐다.
2경기 연속 기권패가 발생하고 좀처럼 없던 '2패 후 3승'이 한 경기 걸러 펼쳐지는 등 조짐이 심상치 않은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팀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16일에는 SK엔크린과 화성시코리요가 12라운드를 마감하는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영훈-이원영, 김세동-김동호, 안성준-박정상, 이태현-최철한, 김대용(퓨)-민상연. SK엔크린은 선두팀이고 화성시코리요는 7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김동호가 삼성화재배 본선에, 민상연은 농심배 대표 선수로 선발되는 등 화성시코리요 선수들의 기세가 좋아 SK엔크린으로서도 만만치 않은 일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제4국. 피차 엄청난 대가로 모양 대결을 펼친 결과 김승재가 흑 6집반승을 거뒀다. 승리한 김승재는 5승5패가 됐고, 3라운드에 이어 두 번째 출전한 2부리거 신윤호는 다시 패점을 안았다.
▲ 제5국. 박민규가 안형준을 상대로 난전에 난전을 거듭한 끝에 사실상의 결승점을 얻어냈다(188수 백 불계승).
▲ 제1국(장고). 강유택이 안국현을 상대로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좋은 내용을 펼치며 대역전에 마침표를 찍었다(268수 백 불계승).
▲ 지난 경기 김명훈에 이어 이동훈 등 어린 2지명을 연속으로 제압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원성진.
▲ 신혼의 백홍석은 "사실 그동안 박정환에게 너무 안 좋았다(2승11패)"며 "생각지도 않은 로또(?)를 맞은 셈이니 이제부터 심기일전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 강유택은 안국현을 상대로 한 번도 불리한 적이 없는 완승을 이끌어내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시즌 전적은 5승6패.
▲ 6라운드~10라운드까지 충격의 5연패를 당했던 김승재는 최근 2연승으로 회복 중이다.
▲ 썰렁하고 뒤숭숭한 분위기에서도 두터운 저력을 보여준 티브로드.
▲ 대역전패를 당하면서 중위권 진입의 꿈이 사라진 한국물가정보.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상태에서 한종진 감독(가운데)이 백홍석과 원성진, 두 예비역과 한담을 나누고 있다.
이 기사는 KB리그 운영본부가 제공하는 사진과 기사를 사이버오로가 편집한 글입니다.
클릭☞ KB리그 홈페이지 바로가기
;)
시몽2
사마사부
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