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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신예 기사들을 중심으로 대학가를 방문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면기를 벌이는 행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로기사와 바둑팬이 만나는 방법 중에 대국하는 방식이 가장 직접적이고 친근하다는 점에서 다수에게 펼치는 지도기는 스타와 팬의 거리를 좁히고 친근하게 했다.

대학생이라는 대상으로 한정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행사는 점차 품을 넓혀 갔다. 주로 주말을 통해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바둑리그 지방투어에서, 국내기전 이벤트에서 좀더 빈번하게 다양한 형태로 열리기 시작했다. 바둑을 배우는 어린이, 성인까지, 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등 대상도 폭넓어졌다. 상대적으로 바둑이 덜 활성화된 지방에서 더 많이 이루어졌다.

3년 전부터는 드디어 서울 시민의 대표적인 소통의 공간인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바둑이 나왔다.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를 도입한 명지대학교(총장 유병진)가 주도했고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프로기사회가 한 뜻이 되어 여는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바둑축제’다. 바람직한 여가 문화의 확산을 유도하고 어린이들에게 건전한 스포츠 바둑을 알리는 게 목표다.

올해도 어김없이 했다. 8월 22일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바둑축제’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폭염주의보가 내려 참가한 시민은 예상 인원인 3000명을 훨씬 밑도는 숫자였자만, 약 600여 명의 시민이 발걸음해 야외 바둑 잔치를 즐겼다. 30도가 넘는 더위도 잊은 채 수담을 맘껏 즐겼다.

‘500인다면기’는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드넓은 잔디가 펼쳐진 광장 한켠엔 500명의 바둑팬들이 좌우로 길게 늘어선 세트에 앉고 50명의 프로기사가 그 가운데로 들어가 일제히 다면기를 두었다. 그러자 공룡같은 다면기 한 마당이 만들어졌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관전을 왔고 외국인들이 카메라에 이 현장을 담았다.

오전10시 시작한 행사는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500인 다면기가 끝난 직후엔 대규모 팬사인회도 열렸다. 이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9줄 지도다면기, 바둑입문강좌, 바둑애호가들을 위한 원포인트도 다채롭게 펼쳐져 서울 시민 바둑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명지대학교는 이 행사를 매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