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글로벌 어린이 스타는 신진서(11)였다. 스위스리그 5라운드로 치러진 최강부에서 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7월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10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결승에서 오유진(13ㆍ허장회도장)을 210수 끝에 백불계로 꺾었다. 영예의 어린이 국수가 됐다. 우상트로피와 함께 장학금 1000만원을 받았다.
괴동의 탄생이었다. 신 군의 부모님은 둘 다 바둑을 안다. 13급인 어머니를 통해 처음 바둑에 입문한 신진서 군은, 바둑교실을 운영하는 아버지(아마추어 5단)에게서 기초 과정을 섭렵한 뒤 프로가 되기 위한 수업에서는 프로기사나 아마추어 강자들의 가르침 없이 독학으로 공부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구생 선발전 출전 경험도 없고 이름이 잘 알려진 학생도 아니지만 지난 정현산배에 홀연히 나타나 우승하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던 유망주다.
인터뷰/ 우승자 신진서 군
-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생각도 못했던 결과다. 기쁘다.”
- 바둑은 언제 배우기 시작했나?
“5살 때 어머니가 집중력에 도움이 될 거라시면서 가르쳐주셨다. 그 후엔 아버지께 기초적인 내용을 배웠다."
-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나?
“특별한 건 없고 사활공부와 기보공부를 한다. 하루 7~8시간 정도 한다. 2년 전에 프로가 되자고 마음 먹었고 그 이전엔 그렇게 많이 공부하진 못했다.”
- 존경하는 프로기사가 있다면?
“이창호 9단이다. 워낙 차분하고 실력이 강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세계적 순위로도 나쁘지 않다.”
- 결승전에서 떨리진 않았나? 또 내용은 어땠나?
“떨리지 않고 편안했다. 중반에 큰 실수를 해 크게 불리했었다. 마지막 수상전이 벌어졌을 때 이길 것을 예감했다.”
- 본인은 기풍은 어떤가?
“실리형이다. (두터움ㆍ외세는 별로 좋아하지 않나?) 두터움은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 (그럼 두터움이 필요 없나) 실리가 웬만큼 따라주면 두터움도 좋다. (전투는 좋아하나?) 실리를 차지하면 엷어진다 그러면 상대가 싸우러 오는데 그때 맞싸운다.(그럼 세력 작전을 잘 쓰지 않나? ) 거의 해 본적이 없다.”
- 앞으로 프로공부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
“지금은 부산에 살지만 올 겨울방학 때 유창혁(평촌) 도장으로 공부하러 간다. 원래는 여름 방학 때 갈까도 생각했는데, 이번 대한생명배 때문에 연기했다.”
본선은 실로 치열했다. 최강자ㆍ유단자부 및 각학년부의 288명의 어린이들이 경합했다. 그런 가운데 한 여학생이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오유진 양의 활약이다. 올해 13살의 초등6년. 여자연구생 1조인 오유진 양은 역대 대한생명배 중 유일하게 여학생으로서 결승에 진출한 기록을 남겼다. 프로기사 한종진 8단이 아끼는 제자다.
오유진 양 역시 바둑이 집중력에 좋다는 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바둑을 배웠다. 아버지의 권유로 7살에 입문했고 바둑은 남자가 더 잘 둔다는 속설을 비웃듯 빠른 시간 내에 걸출한 실력을 갖췄다. 좋아하는 기사는 이세돌 9단. 전투를 좋아하는 자신의 기풍과도 맞는다. 전투에 능한 루이나이웨이 9단도 좋아한다. 시상식 자리에 앉은 오유진 양의 얼굴에서는 우승을 놓친 아쉬움이 떠나질 않았다.
한편, 고학년부에서는 러시아 출신 학생이 입상해 화제가 됐다. 이름은 스테판 포포브 군. 한ㆍ중ㆍ일의 어린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3위에 올랐다. 러시아가 바둑 강국이란 것과 바둑 교육이 아주 잘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태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헝가리, 호주 등 10개국에서 바둑꿈나무가 출전했다. 대한생명배는 2004년부터 세계 각국 어린이 대표에게 문호를 개방해 글로벌 어린이 바둑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각 부문 본선 입상자들에게는 장학금 총 2,600여만원이 지급됐다.
제10회 대한생명배 는 29개 지역에서 13,00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해 뜨거운 바둑 열기를 보였다. 지난달 19일 전주를 시작으로 지난 17일 수원ㆍ구리 지역 예선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예선이 펼쳐졌다.
28일 본선이 열린 임피리얼 호텔에서는 메인행사와 더불어 이벤트도 다양하게 펼쳐져 학부모들과 어린이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조훈현 9단이 참가하는 지도다면기, 사인회, 바둑골든벨과 행운권 추첨 등 다양했다.
대한생명배는 최고의 바둑영재들이 배출되는 대회로 유명하다. 권형진, 김수용, 이호범, 이지현, 나현 등 쟁쟁한 프로기사들은 모두 세계어린이국수전이 배출한 기재들이다.
대한생명 손영신 상무는 “벌써 10년째 세계어린이국수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바둑 꿈나무들이 본 대회를 계기로 꿈을 펼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둑 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 한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은 대한생명이 후원하고 (사)대한바둑협회가 주최ㆍ주관한다. 바둑꿈나무의 발굴 및 육성, 한국바둑 발전의 초석 마련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