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중국랭킹 1위 당이페이 9단이 나란히 2승씩으로 패점없이 초반을 시작하고 있다.
27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펼친 제1회 세계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2라운드에서 신진서는 대만 일인자 쉬하오훙에게 207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했다.
중반까지 정말 팽팽했고 조금이라도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면 신진서 쪽에 더 있었다. 연승도 이제는 마감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랬는데 순식간에 모든 게 바뀌었다.
신진서의 승부수가 통하는 순간은 사람들이 깨닫기 어려울 정도의 찰나였다. 분명히 상중앙은 쉬하오훙의 꿈이 영글던 하얀 영토였는데 신진서가 후반에 교묘한 응수타진 이후 공격에 성공하면서 백은 동서로 양분되어 쫓기는 신세가 됐다. 쉬하오훙은 몇 번이고 하늘을 보았다. 점점 차이가 벌어지자 쉬하오훙이 돌을 거두었다. 신진서는 이 승리로 25연승을 이어가게 됐다.
[2라운드] 臺쉬하오훙-韓신진서(승).
▲ 신진서의 연승은 계속되고 있다. 연승은 세계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서 깨질 뻔하면서도 아슬아슬 깨지지 않고 있다. 미세해지고 불리해지는 장면에서 신진서는 어떻게든 승부를 걸어가고 성공시키고 있다.
▲ 쉬하오훙은 신진서에게 잊지 못할 뼈아픈 기억을 남긴 기사 중 한명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남자개인부문에서 우승후보 영순위로 꼽히던 신진서가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것이 바로 쉬하오훙 때문이었다. 당시 신진서는 4강에서 지며 탈락했다. 반면 쉬하오훙은 결승에서 중국의 커제까지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 바둑을 해설한 송태곤 9단은 쉬하오훙에 대해 “이렇게 좋은 내용으로 지다니…어제 당이페이 선수와의 대국에서도 쉬하오훙 선수는 정말 좋은 내용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좋은 내용으로도 계속 지는 것은 상대가 중국과 한국의 일인자이기에 일어나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국후 신진서는 “쉬하오훙 9단 끈질긴 선수이기 때문에 초반에 앞서가고 싶었다. 단수를 하나 쳐 놓았으면 괜찮은 초반이었을 텐데 중앙에서 너무 이상해진 것 같다” 라면서 “중반에 흐름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경솔한 수를 둔 이후 계속 안 좋았다. 나중에도 실수가 계속 나왔다. 거의 마지막에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중국의 투샤오위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있다. 이 판에 대해선 “결승에 가는 데 고비가 될 판일 것 같다. 오늘 힘든 대국을 이겼기 때문에 모레에도 좋은 바둑의 내용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2라운드] 韓박정환-中쉬자양(승).
반면 박정환 9단이 2패를 당하며 힘겨운 리그 초반을 지나고 있다. 27일 2라운드에서는 중국의 쉬자양 9단에게 197수 만에 백으로 불계패했다. 중반까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박정환이 우하 흑을 잡으며 실리를 얻다가 중앙 두터움을 너무 크게 허용하면서 고전했다. 박정환은 공격에 시달리다 돌을 거두었다.
중국랭킹 1위 당이페이는 2라운드에서 일본 신예 후쿠오카 고타로 7단에게 207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했다. 초반 우하에서 패를 해소하면서 일찌감치 우세해졌고 종국 때까지 우세를 견지했다.
[2라운드] 日후쿠오카 고타로-中당이페이(승).
▲ 일본의 후쿠오카 고타로.
▲ 중국의 당이페이.
[그림1] 박정환(백)과 중국 쉬자양의 바둑이다. 잘 어울린 형세였는데, 박정환이 판단을 그르치면서 급격히 쉬자양 쪽으로 기울어졌다. 쉬자양이 1로 찌를 때 2로 끊자고 한 것이었는데 이게 좋지 않았다.
[그림2] 6까지 우하에서 흑을 잡으면 적지 않은 실리를 챙겼지만 7을 얻어 맞으니 좌하 백도, 좌상 백도 시달리게 생겼다.
[그림3] 1로 뻗었다면 흑에게 두터움을 크게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림4] 6까지 계속해서 팽팽한 형세가 이어질 것이었다는 것.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며 바둑TV와 K바둑이 주관방송을 맡은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 최고기사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2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또 각자 기본시간 1시간에 매수 추가시간 30초를 주는 피셔방식으로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