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현기경에 대한 몇 회에 걸쳐 너저분한 얘기를 했다. 현현기경에 원본의 지정이라든지 기타 연구 검토가 없이 수백년을 내려오다 보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저 명저라 하면서 자랑(?)만 해오던 책을 요근래 박사논문까지 나오면서 현현기경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수락석출세(水落石出勢)가 있다.  현현기경 사활편의 50번째쯤 나오는가 싶다.

이 문제의 제목을 문용직 박사의 '반상일기'에 보면 물이 바위 사이를 세차게 떨어지는 모양이라면서 심산계곡의 폭포수를 연상케 하는 해석을 한다.

요근래 나온 자료 하나는 수락석출세의 출전이 구양수의 취옹정기임을 확인했다고 논문에 쓰고 있다.

水落石出.

한자대로라면 '물이 떨어지자 바위가 노출됐다' 정도다.

그러나 이 구절은 문장에 따라서 물이 빠져나가자 바위돌이 드러난다가 맞다. 이 제목의 출전이 소식(동파)의 '후적벽부'이기 때문이다. 현현기경의 문제도 내용도 그렇다.  '진상이 드러나면 의혹은 풀린다'는 소식의 구절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산고월소 수락석출(山高月小水落石出)

산은 높고 달은 기우는데
물이 빠져 나가자 바위돌이 드러나네.

소동파가 귀양지에서 정치적 몰이해의 해소를 기대하며 지은 후적벽부는 오해가 풀리면 누명은 벗겨진다는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 세상에 회자된다. 후적벽부는 높은 문학성과 함께  명사 '소식'의 명성이 더해져 더욱 유명해진다. 현현기경은 이 작품에서 수락석출을 차용하여 제목을 붙이게 된다.

구영수는 소식보다 십수년 먼저 여릉에 은거, 취옹정기라는 글을 쓴다. 그 내용 중에 수락이석출자산간지사시야(水落而石出者 山間之四時也)라는 구절이 있다. 물이 빠져나가자 바위돌이 드러나는 것이 산속의 일상이다, 정도의 말이다. 이 문장은 수락석출이 등장하기는  하나 이 구절이 현현기경 수락석출의 출전은 아니다. 수락석출이란 구절은 '초사'나 '한서' 등에도 보이는 일반적인 문장이기 때문이다.

'진상이 드러나면 의혹이 풀린다'는 현현기경 수락석출세의 의미는 소식의 글이 맞고 세상은 명사 소식의 글이기에 반응을 하고 지지를 보냈다 볼 수 있다.

구양수와 소식의 귀양생활은 '취옹희우우사정'이라는 정자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조선의 문사 박지원은 1797년 충청도 면천군수 시절 이런 편지를 보낸다.

[옛날 정자를 지은 사람 중에 늙은 몸에 머리까지 희면 작은 양의 술에도 취해 취옹이라 했고 지겨운 비가 사흘동안 내리다 정자를 짓는 공사를 마치자 비가 그쳤다 하여 희우정이라 했으니, 오늘 이 정자가 두가지 사연을 다 갖추었기에 취옹희우우사정(醉翁喜雨又斯亭)이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 동작관문고 답사순서(答使巡書)


박지원은 구양수와 소동파의 고사를 인용하여 취옹과 희우의 의미를 담은 정자 이름을 지어 친구이자 명필인 이태영에게 현판을 써 달라는 청을 하고 있다. 박지원은 편지 속에 손바닥만한 글씨로 일곱자(仰焉此掌大七字) 현판을 써 보내달라 덧붙인다.

현현기경 수락석출세는 소식의 글이 출전이다. 특정된 역사적 고사를 비슷한 문장이 시간적으로 조금 먼저 나왔다 하여 특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수락석출세를 한번 바둑판에 놓아 보시라. 수락석출세가 떠오르는지 수락이석출자가 떠오르는지 회원들께서 확인을 해 보는 것도 의미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