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현기경』은 예(禮)권인 ‘문자부’에서 『망우청락집』과 차이가 있으며, 일본에서 번역된 서지와도 차이가 있다.

   아래 표는 『망우청락집』, 『현현기경』 및 『현현기경리언초(玄玄棋經俚諺鈔)』에 기반을 둔 오청원의『현현기경집』과 하시모토 우타로의 『현현기경』의 문자부 체제를 비교한 것이다. 이 표를 보면, 『망우청락집』에는 『현현기경』과 같이 <기경십삼편>과 <기결>이 포함되어 있고, 『현현기경』에 없는 <논기결요잡설>이 들어 있다. 만일『현현기경』의 편저자들이 보다 앞선 시대인 남송 때 나온 『망우청락집』을 참고했다면 <논기결요잡설>을 포함시켰을 텐데, 이 문헌이 빠진 것을 보면 『망우청락집』이라는 문헌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청원의 『현현기경집』은 문자부가 원래의 『현현기경』과 비슷한데,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구양현서>와 <안천장서>가 빠져있고, <오기가>와 <사선자도서>가 빠져 있다. 대신 <위기십결>, <위기32자석의>, <진신두고>의 세 가지가 추가되어 있다. 원본을 번역할 때 책의 부피나, 실용성 등을 고려하여 내용을 축소하는 일은 종종 볼 수 있으나, 원본에 없는 내용을 상당수 포함시키는 것은 좀 특이하다. 한편 하시모토의 책에서는 문자부에 <현현기경서>와 <기경십삼편>, <기결>의 세 자료만을 넣었다. 번역자의 판단에 따라 문자부의 내용이 누락되기도 하고, 추가되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현기경』을 공부한 바둑팬들은 물론 전문기사들도 이러한 내용을 간과하고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현현기경』을 한국어판으로 번역 소개할 때 대개의 출판사들은 위의 문자부 내용을 아예 빼버리거나 일부만 남겨 놓은 채 사활묘수풀이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아마도 바둑기술 향상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언어 문자로 된 바둑철학과 같은 내용은 별 쓸모가 없다고 본 것 같다. 심지어 『현현기경』을 처음 입수해서 번역 소개했던 일본의 관영판(寬永版)『현현기경』이나 1753년 발간된 카와키타 나루에이(河北鳴平)의『현현기경리언초(玄玄棋經俚諺鈔)』에서도 예(禮)권의 문자부 상당 부분을 누락시킨 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누락 등 원본의 변형은 다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래 표는 왕창조 판각본에 근거한 판본과 일본에서 나온 오청원, 하시모토 우타로의 『현현기경』에 수록된 내용을 비교한 것이다. 원본에 가까운 왕창조 판각본 기반의 『현현기경』에 비하여 오청원 해설의 『현현기경집』은 악권과 사권이 ‘변지부(變之部)’로 통합되었는데, 그 내용은 약간 축소되어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반로도와 기반로전도와 같은 것들이 빠져 있다. 하시모토의 책에는 악권과 사권의 내용 중 천지복재도, 대각세, 수이자국면, 수삼자국면, 사비각만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현현기경』에도 없는 옛날의 기보들이 오청원과 하시모토의 『현현기경』 속에 들어있다. 진왕완우선도, 유중보옥정란, 진신두, 금정란  등이 바로 그것들인데, 이 기보들은 대부분 『망우청락집』 중권에 게재되어 있는 기보에서 따온 것들이다. 
  
   필자가 조사 연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현현기경』들은 중국판 『현현기경』을 홍경령이 번역하고 이해범이 해설한 『현현기경』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일본판 『현현기경』을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왕창조 판각본 기반의 중국 판본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체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서지를 바탕으로 했어도 한국의 번역자나 출판자들이 내용의 일부를 빼고 출간을 한다든지 하여 한국에서 출판된 대부분의『현현기경』은 일본의 문헌들과도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