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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학초배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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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학초배의 경험
2005-01-11     프린트스크랩
나의 반상 일기(1월 11일) - 나의 아마 시절 - 학초배의 경험


새벽 6시 38분.

4시에 깼다. 다시 다른 생활이 돌아오는가. 1970년대 바둑을 업으로 하겠다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불규칙한 생활의 경향이 강했다. 나도 그러했다.

1974년에 바둑을 하겠다고 서울에 와서 배운 것 중의 하나는 지방으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물론 지방으로만 다닌 것은 아니었으며 서울에서도 여기 저기 기원으로 돌아다녔다.

왜 그랬을까.
그건 대국 상대를 찾기 위해서였다.

오늘날과 같이 연구생 제도가 확립되지 못한 시절.
바둑을 전문으로 하기 위해서는 책을 보고 많이 두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책도 부족했지만, 그 못지않게 절실한 것은 바둑을 함께 연구하고 둘 상대의 부족이었다. 전문기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지만 - 1960년대엔 많지 않았어도 1970년대 중반엔 달랐다고 안다 - 그 모두가 서울과 지방에 散在해 있었다.

어디서 만나느냐?
서울 같은 경우, 어느 기원에 가면 어느 강자들이 모여 있다는 정보는 있었다.
당연하다. 함께 모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들만의 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한 법. 그래야 연구의 여건이 좋아진다. 책도 나눠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방으로 돌아다니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모든 아마추어 시합에 출전하는 것이다.

1974년 경엔 부산에서는 아마최고위전이 있었고, 마산에서는 학초배가 개최되고 있었다. 서울에선 아마유단자대회가 이미 6회를 맞이하고 있었고, 대구에서도 MBC배 전국아마대회가 처음 마아추어를 불러들였다. 학생왕위전은 7회, 아마국수전은 9회를 넘기고 있었다.


나는 1974년 가을인가 75년 1월인가 처음으로 마산 학초배에 참가해보았다. 가을이었던 듯하다. 함께 출발한 친구는 조대현과 강만우. 강만우의 고향이 바로 마산이었다.

도착한 첫날 저녁.
강만우가 초대한 저녁이 있었다. 이 친구 당시 부족한 형편이었는데, 우리를 초대했다. 먼저 간 곳은 마산 아구찜 집. 노란 서숙밥 한 공기에 매운 아구찜 큰 접시 가득. 처음으로 먹어본 별미. 소주를 한 잔 했을까. 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했을 것이다. 내가 했다면 두 친구도 했을 것이다. 모두 술은 약간 할 줄 알았다.

그 날 이른 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마산의 부두가.
바닷가에 면한 작은 회집으로 갔다.
무엇을 먹었던가. 멍게, 꼴뚜기, 오징어. 그런 것을 먹었다.
무엇을 마셨던가. 막걸리.

나는 그 이후로 지방에 많이들 쏘다녔는데, 그 언제나 마산에 가면 반드시 부둣가에 들러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물론 이제 마산은 변해도 크게 변했다. 마산 부둣가의 수제비 포장마차도 사라졌다.


나는 2차예선에서 탈락했다. 누구에게 졌던가. 놀랍게도 내가 만난 사람은 다시 한 번 임창식 사범. 보기좋게 졌다. 지난 번 입단대회와는 달라도 한 참 다르게 완패했다. 역시 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드러내는 법.

그 당시 아마추어 정상급의 실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그 한 해 전에 강훈 사범이 입단했는데 그 직전에 학초배를 우승했었다. 월간 바둑엔 상패를 받는 강훈 사범의 사진이 실려 있다. 밝은 미소 속에서. 명국을 50국 정도 외운 것이 주효했다는 입단 감상이 있으니, 과연 대단한 노력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입단.


학초배와 부산에서 열리는 아마최고위전은 시기적으로 비슷한 겨울에 열렸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학초배에 먼저 참가하고 곧 자리를 옮겨 부산으로 가곤 했다. 아마최고위전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아마최고위전 결승1국

먼저 1972년의 부산 제3회 아마추어 최고위전 결승 1국을 감상해보자.

백: 최철수 1급
흑: 배성석 최고위

흑37은 상변으로 벌릴 곳.
백40 급소.

음...
뭔가 좀 어색한 행마가 있는데 딱히 어느 자리가 바른 행마인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와 비교하면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무난하겠다.


여하튼 흑이 나쁜 바둑은 아니었는데 종반에 갈수록 실수가 잦았다. 백이 이겼다. 최철수 님이 우승했다.

배성석 님은 동양 3국대회 한국대표였으며 바로 이 3회 이전에 두 번 연속 우승한 실력자였다.

가만 신문을 보니, 당시 부산의 중앙극장에서는 러브스토리를 동보극장에서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三一극장에서는 최무룡과 문희, 신영균 주연의 미워도 안녕을 상영한다는 선전이 있구나. 내가 미워도 안녕을 본 적이 있던가. 없군.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마추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술도 마시고 바둑도 두고, 이런 저런 바둑계의 얘기를 하는 자리가 바로 그런 아마추어 대회. 토너먼트로 진행하기에 - 때로 조별 리그전도 치른다 - 시간이 지날수록 패자가 많아진다. 그러면 패자들은 승자들의 바둑을 구경하기도 하며, 같이 함께 온 동료가 이기기를 기원한다.

祈願하다?
하하.
실은 며칠 지나면 여행경비가 떨어진다. 그러면 어떡하느냐? 가까스로 서울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동료가 우승이라도 해서 함께 술도 마시고 여행경비도 얻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럭저럭 - 내 듣기로 그리고 나중에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 돈이 없어서 지방에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서로가 다 알만한 처지.
20대 청년들이 서로를 돕지 않으면 누가 도우랴. 그런 인정이 배어있다는 것을 처음 확인한 것이 나의 마산 학초배 나들이였다. 좁은 동네지만, 아마추어 강자들은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가만 나는 그 날 어디서 잤더라? 허름한 여인숙에서 잤다. 백열등 어둡은 누런 색 - 붉은 색도 가미된 - 아래서 잠을 청했었다. 돈은 아껴야 했고 또 그리 좋은 여관도 없던 시절이었다.

마산이라 천리길이었다. 용산에서 밤 열차 완행을 타고 모두가 비좁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졸고 졸고 또 졸면서 떠났던 여행. 옆자리 아주머니가 몸빼바지에 무거운 짐 내려놓고 졸고 있었다.
그러나 마산이라 나의 첫 걸음이라해도 된다.

즐거운 10대의 가출 비슷한 여행. 그것이 나의 첫 아마추어 대회 참가가 준 감상으로, 약간의 희열마저 느꼈었다.


아침 7시 39분.

날은 차갑다 하지만 밝은 하루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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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by블로 |  2005-01-12 오전 12:0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엇습니다,, 관철동사람들, 이란 책자가 떠오르네요, 웬지 뭉클한 느낌,  
음모자 |  2005-01-12 오전 8:5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자신이 어떠한 것!에 대한 눈을 떳던 추억..참 오래 남는것 같습니다. 사범님의 추억을 공유하며 제 추억도 함께 끄집어 낼수 있어 좋군요 ~(__)~  
벽운선생 |  2005-01-13 오후 11:4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요즘은 자주 듣기 어려우나, 70년 후반부터 80년대 학업의 지난함을 잊고자, 바둑을 즐기던 시절 신문과 월간 바둑을 사서는 읽고 또 읽던 시절의 추억 그렇습니다. 추억이 잡히는  
벽운선생 |  2005-01-13 오후 11: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입니다. 문 사범님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평강한 밤이 되시기를 빕니다.  
소기야케 |  2005-01-17 오전 9:4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혹시,포항의 이상식씨를 아시는지요^^*아실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권박사 도장의 동료였죠?  
소기야케 |  2005-01-17 오전 9: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때가 되면,권박사 도장 얘기두 함 써주세요^^*  
희망의숲 |  2005-01-19 오후 7:3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선생님 선생님의 글에서는 메마른 듯 하면서도 풍요로움이, 쓸쓸한 듯 하면서 따사로움이 짙게 배어 납니다. 선생님과 거의 동시대를 살아왔던 사람으로 저의 유년과 청년시절이 떠오  
희망의숲 |  2005-01-19 오후 7: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르네요. 좋은 글 항상 고맙게 잘 보고 있습니다.건강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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